지금부터 5년 전인 2012년 5월, 한국토요타는 재미있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제 1회 토요타 연비 배틀’이 그것으로, 당시 자동차 담당기자와 일반인이 함께 누가 최고의 연비를 내는가를 놓고 겨루는 행사였다. 이 행사는 매주 프리우스 또는 캠리 하이브리드로 연비를 체크한 후 주간 우승자가 11월 트랙에서 모여 결승전을 여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기자는 캠리 하이브리드로 주간 우승을 차지한 후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전 당일 예선서 1위를 차지한 기자는 최종 결승서 맨 앞에서 출발했다. 연비는 한동안 71.4㎞/ℓ를 유지할 정도로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제한시간이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들어와야 기록을 인정받을 수 있는 룰 때문이다. 좋은 연비를 위해 너무 천천히 달리던 나는 막판에 시간을 맞추기 위해 속도를 내다가 기록을 망쳤다. 그래도 최종 8명이 겨루는 결승전에서 참가했다는 게 뿌듯했다.
시간이 흘러 2016년에는 4세대 프리우스로 또 한 번 연비 배틀에 나섰다. 당시에는 오전팀과 오후팀으로 나눠서 이틀간 진행됐는데, 기자는 45.5㎞/ℓ로 이틀간 참가한 기자 중 가장 좋은 기록으로 우승했다.
그동안 토요타 외에도 현대차, 기아차, 포드, 쉐보레 등 다른 브랜드 행사에서도 여러 차례 연비 대결서 이긴 경험이 있지만, 토요타 하이브리드 모델을 타면 훨씬 더 좋은 연비가 나왔다. 기본적으로 토요타 하이브리드의 기술력이 우수한 덕분인데, 기자와 토요타의 궁합이 좋았던 것도 이유가 아닐까 싶다.
최근에 나온 프리우스 프라임은 전기 충전과 주유를 겸하는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이다. 사실 토요타가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에 3세대 프리우스 PHEV를 들여와 시판 가능성을 엿봤으나, 당시에는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시판되지 않았다.
4세대 프리우스와 비교하면 프리우스 프라임은 옆모습이 거의 같지만 앞뒤 디자인에서 차이가 크다. 다소 과감한 시도를 했던 프리우스에 비해 프리우스 프라임은 4개의 LED 램프를 모은 쿼드 LED 헤드램프와 세로로 배치한 주간주행등으로 좀 더 정제된 이미지를 구현했다.
뒷모습 역시 두 개의 아치가 더해진 ‘더블 버블 윈도’가 적용돼 차별화를 이뤘다. 또, 세로형 램프 디자인을 썼던 프리우스와 달리 가로형 디자인을 써 무게 중심이 낮게 보인다.
대시보드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평범한 블랙 컬러를 쓴 프리우스와 달리 PHEV는 흰색을 부분적으로 사용해 실내가 훨씬 넓고 고급스럽게 보인다. 아쉬운 점은 미국 시판 모델에 적용된 11.6인치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가 한국형에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가장 큰 차이는 토요타 최초의 듀얼 모터 드라이브 시스템 적용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3세대의 1회 충전 주행거리 26.4㎞를 40㎞로 대폭 늘렸다. 대신 3세대에서 200V로 1시간30분 걸리던 충전 시간은 4세대 모델의 경우 가정용에서 4시간30분, 전용 충전기로 2시간30분이 걸린다.
승차감은 3세대보다 훨씬 안락하다. 3세대가 준중형급이라면 4세대는 중형급 승차감이라 할 수 있다. 타이어는 좋은 연비를 내기 위해 195/65R15의 비교적 작은 사이즈를 달았다. 그럼에도 노면의 충격을 잘 흡수하고 서스펜션과의 조율도 훌륭한 편이다. 스포츠 모드에서 좀 더 단단해지는 서스펜션도 합격이다.
하이브리드 모델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기로 달릴 때다. 전기모터의 특성상 가속이 즉각적이면서도 매우 부드럽다. 총 시스템 출력은 122마력으로, 아이오닉 PHEV의 105마력보다 훨씬 높다. 제원상에는 전기 주행거리가 최대 40㎞로 되어 있는데 이번 시승에서는 이 거리를 훌쩍 넘겼다. 운전하기에 따라 연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여기에서도 알 수 있다.
전기 소모가 어느 정도 되고 나면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전기가 소모될 때까지 타다가 하이브리드 구동 상태로 자동으로 바뀌는 것과, 미리 버튼을 눌러서 하이브리드 구동 상태로 바꾸는 게 그것이다. 이번 시승에서는 미리 하이브리드 구동계로 바꿔서 타봤는데, 전기 모드와 합쳐서 40㎞/ℓ가 넘는 연비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훨씬 좋은 연비다.
대신 배터리가 커지면서 트렁크 용량은 다소 줄었다. 프리우스는 배터리를 뒤 시트 아래에 배치해 트렁크에 4개의 골프백을 수납할 수 있지만, 프리우스 프라임은 골프백 2개 수납이 가능하다.
프리우스 프라임의 세제 혜택 전 가격은 4830만원으로, 프리우스(3270만~3920만원)보다 910만~1560만원 비싸다. 현대 아이오닉 PHEV이 3373만~3553만원이므로 역시 프리우스 프라임의 가격이 높다.
그러나 연비(도심/고속도로/복합, ㎞/ℓ)를 보면 휘발유 모드에서 프리우스 프라임은 23.0/19.6/21.4이고, 아이오닉 PHEV는 21.1/19.7/20.5로 프리우스 프라임이 앞선다. 전기 모드 연비(㎞/㎾) 역시 프리우스 프라임은 7.1/5.8/6.4이고, 아이오닉 PHEV는 5.6/5.4/5.5로 프리우스 프라임의 승리다.
프리우스 프라임은 사용하기에 따라 전기차나 다름없이 쓸 수 있다. 전기차의 약점인 충전 스트레스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진정한 친환경차라 할 수 있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