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수소전기차 핵심기술의 독자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글로벌 경쟁업체들 중에서 처음으로 해당 부품의 일관 대량생산체제에 돌입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관련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과감한 시도로 평가 받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충북 충주에 위치한 기존 친환경차 부품 전용생산단지(11만㎡)내에 수소전기차 핵심부품 생산을 전담할 공장을 추가로 신축하고 내달부터 시험 가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700여억원의 투자를 통해 새롭게 완공된 신공장은 1만3000㎡(약 4000평) 규모로, 각종 핵심부품들이 결합된 ‘파워트레인 연료전지 통합모듈(PFC_Powertrain Fuelcell Complete)’을 연간 3000대 생산할 수 있는 첨단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시설이 향후 시장 수요에 따라 수 만대 규모로 생산을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현대모비스는 단지 내에 친환경차 공용부품을 생산하는 1공장(5만2000㎡ 규모)을 지난 2013년 완공해 운영하고 있다.
◆독자기술 내재화해 주요 핵심부품 일관 종합생산 첫 사례
수소전기차 핵심부품 연산 3000대 규모는 글로벌 경쟁사들 중에서 톱 수준이다. 특히 독자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핵심부품 생산부터 시스템 조립까지 전용 생산공장에서 일관 양산하는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쟁사의 경우 수소전기차의 일부 단위 핵심부품에 대해서만 생산라인을 제한적으로 확보해 운영하고 있는데 비해, 전체 핵심부품의 일관 종합생산체제를 구축한 것은 현대모비스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경쟁업체들에 앞서 대단위 일괄 생산체제를 공격적으로 구축한 것은 부품 내재화를 통해 안정적인 조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차원이다. 또한 규모의 경제를 조기에 달성해 합리적 가격과 강화된 성능으로 수소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겨 관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생산시설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차세대 친환경차로 주목 받고 있는 수소전기차 시장의 글로벌 리더 자리를 공고히 하고, 국내에 관련 부품 및 소재산업의 생태계를 확대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 충주 신공장에서 생산되는 PFC모듈은 연료전지 스택(STACK), 구동모터, 전력전자부품, 수소연료공급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연료전지 스택은 저장된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화학적으로 반응시켜 차량의 동력원인 전기를 발전시키는 장치로, 일반 내연기관으로 치면 차량엔진 역할을 하는 수소전기차의 첨단 핵심제품이다.
연료전지 스택은 차량연비와 내구성 등의 성능을 좌우하는 얇은 필름형태의 막전극접합체(MEA_Membrane Electrode Assembly)가 주요 구성품이다. 중요 기술이 집약된 핵심부품인 MEA는 산소와 수소의 화학적 반응을 이끌어내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연료전지 스택 하나는 440개의 MEA로 구성되는데, 현대차그룹은 지금까지 수입에 의존하던 이 핵심부품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현대모비스는 MEA 생산부터 수백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시스템 조립까지를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완성하게 된다.
수소전기차의 생산력을 가늠하고 향후 시장 판도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연료전지 스택 부문에서 확보한 현대차그룹의 독자 기술은 기존 대비 성능도 대폭 개선되어 글로벌 경쟁력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연료전지시스템의 전체 무게를 10% 가까이 경량화시켰으며, 전체 출력 성능도 15%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기술 자립과 대량화로 인한 가격 경쟁력 강화도 추가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앞으로 기존 1공장에서는 친환경차 공용부품인 구동모터와 전력전자부품 등을 생산해 신공장으로 공급하고, 신공장에서는 수소전기차의 핵심부품인 MEA, 연료전지 스택 양산은 물론 이러한 제품들의 최종 결합체인 PFC모듈까지 제작 완료해 완성차 생산라인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수소전기차 첨단 핵심부품을 전담 생산하는 공장인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위한 첨단 설비도 자랑거리다. 현대모비스 이주권 충주공장장은 “극한 상황에서의 정기적 신뢰성 시험과 각종 전기적 시험은 물론, 출고 과정에서도 전용 포장용기와 무진동 차량에 적재되어 운송되는 등 품질 문제는 원천 차단된다”면서, “연료전지전극과 같은 민감한 핵심 부품을 관리하기 위해 공장 청정도도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전기차 2025년 50만대 전망… 인프라 확충과 제도개선도 병행돼야
최근 세계적으로 수소전기차가 궁극적인 친환경 차량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앞으로 관련 시장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많은 글로벌 업체들이 수소전기차 개발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실제로 수소전기차는 연료로 주입한 수소가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를 동력으로 활용하는 차량으로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 대신 순수한 물만 배출하는 궁극적인 완전 무공해 차량이다. 여기에 다른 친환경차 대비 높은 에너지효율과 빠른 충전시간 등 여러 장점들 때문에 앞으로 수소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기관들은 2020년 이후에는 대다수 완성차업체들이 자체 경쟁력을 갖추고 수소전기차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부터 수소전기차 시장이 성장 단계에 진입해, 2025년에는 50만대 규모(전문기관 예측 평균치)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각국 업체들이 수소전기차 개발 경쟁에 속속 가담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일본 업체들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이끌어 내며 범국가적 차원에서 수소전기차 보급을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해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으로 경쟁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도 정부의 정책 지원을 동력 삼아 수소전기차 개발에 본격 나서고 있다. 중국은 올해 1월 광저우에 연산 5000대 규모의 수소버스용 수소전지 스택공장을 가동하는 한편, 2020년부터 수소전기차 생산을 본격화해 2030년까지 100만대 규모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글로벌 양산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누가 먼저 달성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국가 차원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업체들의 지속적인 기술과 원가경쟁력 강화 노력과 함께, 인프라 확충과 제도개선 등 정책 차원의 적극적 지원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