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를 대하는 국내 고객들의 인식은 이중적이다. 국산 SUV는 디젤 모델의 선택이 98%로 절대적이지만 수입 SUV는 60%로 뚝 떨어진다. 수입 SUV에 가솔린 모델이 많은 것도 이유지만 이상하게도 국산 가솔린 SUV는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르노삼성은 이 시장에 주목했고, 이번에 QM6 2.0 가솔린 모델을 선보였다. 5일 인천 송도 경인재에서 열리 시승회에서 르노삼성 관계자는 “그동안 국산 가솔린 SUV는 높은 가격과 낮은 연비 때문에 고객들에게 외면당했다”면서 “QM6는 수출형인 꼴레오스보다 흡‧차음재를 보강해 정숙성을 높였고, 세단과 SUV 장점을 결합하고도 우수한 연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QM6 GDe의 내외관은 디젤 모델과 거의 같다. 가장 큰 차이는 엔진이다. 언제 걸렸는지 모르게 가동되는 조용한 엔진은 이 차의 특징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공회전 때는 디젤 모델보다 훨씬 조용하고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속도를 높여도 소음은 미세하게 늘어날 뿐 정숙성은 여전히 뛰어나다. 동승한 황욱익 자동차 칼럼니스트 역시 높은 정숙성을 칭찬했다. 수출형인 꼴레오스보다 내수형 모델에 흡차음재를 더 꼼꼼하게 추가했다는 게 르노삼성 측의 설명이다. QM6 디젤에 비해서는 소음이 15dB나 낮다.
엔진의 최고출력은 144마력으로 SM6 2.0 가솔린 모델과 같다. 헌데 여기에 SM6에 조합한 DCT 대신 CVT(무단변속기)를 맞물렸다. CVT는 연비를 높이기에 유리한 메커니즘이지만 가속감각이 밋밋해 운전 재미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QM6에 적용된 일본 자트코의 CVT는 일반 자동변속기처럼 D-스텝 튜닝을 더했다. 좀 더 다이내믹한 가속감을 주기 위한 세팅이다.
QM6 GDe의 공차중량은 1525~1580㎏인데, 르노삼성에 따르면 경쟁차 대비 약 130㎏이 가볍다. 성인 남성 두 명이 덜 타고 있는 셈이다. 경쟁 차종인 혼다 CR-V는 4WD 모델이어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1590~1600㎏의 공차 중량으로 QM6보다 무겁다.
차체 경량화와 CVT를 조합한 QM6는 뛰어난 연비를 내세운다. 기아 쏘렌토 2.0 가솔린 터보 2WD 모델은 복합 연비가 9.6㎞/ℓ인데, QM6 GDe는 11.2(19인치)~11.7㎞/ℓ(17, 18인치)다. 현대 싼타페 2.0 가솔린 터보 2WD 모델도 복합 연비 9.3㎞/ℓ로 QM6보다 열세다. 시승회에 나온 모델은 19인치로 정부 공인 연비는 도심 10.3, 고속도로 12.7㎞/ℓ다.
이번 시승에서는 오랜만에 연비 테스트가 진행됐다. 르노삼성이 QM6 가솔린 모델의 연비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반환점으로 가는 코스는 황욱익 칼럼니스트가 나섰는데, 15.9㎞/ℓ를 기록했다. 대다수 시승자들이 9~10㎞/ℓ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우수한 성적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내가 직접 테스트해봤다. QM6의 트립 미터는 대다수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차종이 그렇듯이 연비 표시가 매우 민감하게 작동한다. 가속 페달을 조금만 깊게 밝으면 연비가 훅 떨어지고, 살며시 밟으면 연비가 좋아진다. 이러한 특성을 감안해 시승한 결과 18.1㎞/ℓ를 나타냈다. 50여명의 이날 참가자 중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가솔린 모델도 다루기에 따라 디젤 못지않은 뛰어난 연비를 나타낼 수 있음을 QM6가 증명해 보인 것이다.
QM6 가솔린 모델은 디젤보다 가벼운 만큼 서스펜션 세팅도 차별화했다. 출렁임이 적고 적당히 단단한 세팅이 꽤 마음에 든다.
행사에 참석한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RTK) 권상순 연구소장은 “작년 출시 이후 올해 8월까지 수출 3만1285대, 내수 3만1238대의 실적을 올렸다”면서 “특히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에서 인기가 높다”고 했다.
르노삼성은 QM6 양산 이전부터 닛산 로그 북미 수출형 모델을 부산공장에서 생산해왔다. 이 로그에는 가솔린 엔진이 탑재되는데, 북미에서의 반응이 꽤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검증된 파워트레인을 얹은 QM6 가솔린 모델의 완성도는 그만큼 뛰어나다. 가격은 SE 트림 2480만원, LE트림 2640만원, RE 트림 2850만원으로 같은 사양의 디젤 모델과 비교해 290만원 낮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SUV=디젤’ 같은 공식이 깨질 때도 됐다. QM6가 수입 가솔린 SUV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