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Ambiguous Dance Company) 김보람, PDPC(Physical Design Performance Company) 안영준이 공동 안무한 ‘Don't Do(돈 두)’가 1월 24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제4회 경기공연예술페스타’(부제 : ‘G-PAFe 2018’)의 일환으로 공연됐다.
안산문화재단이 주최/기획한 ‘G-PAFe 2018’은 24일 ‘Don't Do’에 이어, 25일 예술무대산의 마임 인형극 ‘그의 하루’, 26일 서울발레시어터와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발레 ‘빨간구두’, 27일 극공작소 마방진의 가족극 ‘토끼전’이 공연된다. 26일에는 극단걸판의 뮤지컬 ‘앤ANNE’, S ballet group의 발레 ‘La Danaide(라다나이드)’, 극단 불의전차의 연극 ‘꽃불’의 쇼케이스도 열린다.
‘Don't Do’는 서로 다른 스타일의 안무를 하는 김보람과 안영준의 협업으로도 주목되는데, 신선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 작품을 실제 관람하면 이번 프로젝트가 김보람과 안영준 모두에게 안무 스타일의 영역을 넓히는 좋은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보인다.
◇ 서로 다른 스타일의 안무가 만든 시너지, 바닥을 구르는 안무에서도 업바운스의 감성을 살리다
필자는 ‘Don't Do’를 관람하기 전에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얼토당토’와 PDPC의 ‘당신의 바닥’을 관람했었다. 김보람은 빠르고 정교하면서도 역동적이며 디테일을 표현하는데 섬세하고, 안영준은 거칠고 살아있으며 바닥을 이용한 안무에 강점을 보였다.
‘Don't Do’를 보면 철저한 스토리텔링에 따른 디테일한 안무와 확 다 던져 버린 것 같은 대범한 안무가 장면별로 표현되기도 하고 공존하기도 하는데, 연결이 무척 자연스럽다는 점이 돋보인다.
뛰고 달리며 중력을 거슬러 공중을 향해 나르는 업바운스의 감성은 공연 초반을 주도했는데, 무용수들이 무대 바닥을 계속 구르는 동작에서도 다운바운스의 감성이 아닌 업바운스의 감성을 살렸다는 점은 놀라웠다.
바닥에서 구르고 있지만 중력을 벗어나겠다는 강렬한 의지로 빠르고 역동적인 회전을 하는 무용수들의 모습은 마치 이륙 직전의 비행기 같은 느낌을 줬다. 음악 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부분에서 무용수들의 운동량은 장난이 아니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는데, 크고 시원시원한 동작을 하면서도 동작의 디테일에 무척 신경 썼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빠르게 움직이다가 무용수들이 서로에게 걸리는 모습은 마치 체력 강화 훈련을 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세 명의 무용수가 서로 엉켜서 만든 안무는 보호와 소유, 집착 사이에서 반복되는 양가감정을 느끼게 만들기도 했는데, 이런 안무도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 장면에서의 유일한 음향은 무용수들의 거친 숨소리뿐이었다.
◇ 안무자가 의도한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도, 관객이 보고 싶은 대로 봐도 모두 재미있는 공연
‘Don't Do’는 제1장 ‘원하는 사람들’에서 갈망과 희망에, 제2장 ‘억압의 주인’에서는 금기와 제약, 그에 따른 자발적인 검열에, 제3장 ‘무의식적 의식’에서는 여성과 남성에 각각 초점을 맞춘다. 마지막장 ‘완벽하게 틀린 선택’에서는 이 순간 틀린 것일지라도 우리에게 선택권이 없기에, 맞서고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전달한다.
‘Don't Do’는 이런 안무자의 의도를 따라 스토리텔링에 입각해 관람해도 좋고, 각 장면의 움직임에 따라 관객이 나름의 느낌으로 즐기기에도 좋은 공연이다. 공사장에서 교통 신호로 사용하는 교통 고깔과 그 연결 도구를 사용한 안무는 그 자체로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찾을 수도 있다.
음악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다르고, 음악도 어떤 음악이 나오냐에 따라 ‘Don't Do’에서 달라지는 독특한 안무는 70분의 공연시간을 짧게 느끼게 만든다. 더 많은 움직임을 계속 보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무용수들이 체력 소모 많은 역동적인 안무를 70분 동안 소화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커튼콜에서 앙코르를 외치기보다는 더 크게 감동의 박수를 치는데 집중하게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