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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발레] 경기공연예술페스타(2) ‘빨간구두’ 개별적 욕망이 아닌 타고난 기질이라고 본다면?

발행일 : 2018-01-27 07:05:14

과천시시설관리공단, 군포문화재단, 서울발레시어터,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공동 제작한 ‘빨간구두 - 영원한 춤’(이하 ‘빨간구두’)이 1월 26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제4회 경기공연예술페스타’(부제 : ‘G-PAFe 2018’)의 베스트컬렉션 선정작으로 공연됐다.

차세대 안무가 차진엽과 음악감독 최우정이 함께 해 주목을 받았다. 창작발레에 강점을 가진 서울발레시어터와 추상적인 세계를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형상화하는데 뛰어난 현대무용가 차진엽이 시너지를 발휘했고, 최우정은 클래식, 재즈, 현대음악을 모두 포함하는 다양한 장르를 재구성해 전곡이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로 펼쳐졌다는 점이 보고 듣는 재미를 높였다.

‘빨간구두’ 공연사진. 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빨간구두’ 공연사진. 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 인간의 원초적 욕망에 대한 질문 “카렌이 선물 받은 빨간구두가 왜 나쁜 것인가?”

‘빨간구두’의 원작은 안데르센의 잔혹동화이다. 카렌이 빨간구두를 신게 되면서 저주받아 끊임없이 춤을 추게 되고, 사형집행인에 의해 결국 발목이 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대에는 사회 통념을 벗어나는 욕망과 행동으로 여겨졌던 일을, 현대에 와서 예술적인 측면으로 바라보면 지칠 줄 모르는 예술혼, 끊임없는 반복에 의한 성장과 완성도 성취라는 측면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이번 공연은 기존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한 내적 바람과 개인으로서의 인간을 존중하는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빨간구두’ 공연사진. 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빨간구두’ 공연사진. 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선물을 받았다는 것은 그 시작이 나 자신이 아닌 외부인 것인데, 빨간구두를 선물 받았다는 것, 끊임없이 춤을 추게 됐다는 것은 타고난 기질 속에 춤이 강하게 들어있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획일화된 사회에서는 타고난 기질대로 사는 것을 금기시하기에 기질대로 살지 못하고 정해진 형태로만 살아가야 하는 답답함이 있는데, ‘빨간구두’를 개인의 개별적인 욕망이라는 측면에서 볼 수도 있지만, 타고난 기질의 발현이라고 볼 때 더욱 마음에 와닿을 수 있다.

‘빨간구두’ 공연사진. 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빨간구두’ 공연사진. 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 서울발레시어터 특유의 밝고 경쾌한 동작, 후크송처럼 반복되는 타악 리듬이 만드는 심장 박동수의 증가

‘빨간구두’는 작품이 가진 메시지에 몰입해 감정이입할 수도 있지만, 그냥 움직임과 음악을 즐기기에도 좋은 작품이다. 서울발레시어터 특유의 밝고 경쾌한 동작은, 후크송처럼 반복되는 타악 리듬에 따라 심장 박동수를 증가하게 만드는데, 만약 야외공연이라면 박수를 치면서 내면의 공감과 소용돌이를 높이는 관객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발목이 잘린 카렌의 빨간구두가 더 이상 혼자 춤을 추는 게 아니라 같은 상황의 다른 구두들과 함께 추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다. 이 장면 또한 전달되는 메시지를 모르고 봐도 감동적이다.

‘빨간구두’ 공연사진. 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빨간구두’ 공연사진. 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이 장면의 춤은 손으로 추는 탭댄스라고 볼 수 있는데, 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움직임은 빨간색의 부분 조명을 사용해 인형극의 느낌을 만들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볼 때도 이렇게 아름다운 시간을 즐길 수 있는데 그 안에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이 묻어있다는 것을 보면, ‘빨간구두’의 정서 저변에 잔혹동화가 깔려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빨간구두’에서 공연 마지막에 흰색 옷을 입은 무용수과 빨간색 옷을 입은 무용수는 서로 거울처럼 좌우대칭의 춤을 추기도 한다.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 세상에서, 누군가가 혹은 무언가가 나를 반영해 주고 있다는 메시지와 뉘앙스는 힐링의 여운을 남긴다.

‘빨간구두’ 공연사진. 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빨간구두’ 공연사진. 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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