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는 미래의 궁극적인 청전 에너지원 중 하나로 꼽힌다. 안정화된 탄소 화합물로 구성된 수소는 1g당 생성하는 열량이 석유의 세 배에 이른다. 수소를 연소시키면 산소와 결합해 다시 물로 변한다. 이미 우주왕복선은 수소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산하고 부산물인 물을 승무원의 식수로 사용 중이다. 자동차에 사용하면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오염의 우려가 없다.
수소는 천연가스나 LPG, 나프타 등의 탄화수소로부터 제조하거나 중질유나 석탄을 이용한 부분산화법 등 다양하게 뽑아낸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가 많다. 이들 중 상당수가 정유공장에서 중질유 개질이나 연료로 자체 소모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자동차용 연료로도 우리 곁에서 자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차가 5일 국내 기자들에게 공개한 수소전기차 ‘넥쏘’의 등장 덕분이다. 넥쏘는 투싼ix FCEV에 이은 현대차의 두 번째 양산형 수소전기차다.
넥쏘의 데뷔 뒤에는 현대차가 20년 동안 고집스레 개발한 수소전기차의 역사가 있다. 1998년 처음 개발을 시작해 2000년 싼타페 FCEV를 처음 내놨는데, 실내에 어마어마한 덩치의 메탄올 연료개질 시스템이 차지해 두 명 밖에 타지 못했다. 2004년에 독자 연료전지 시스템을 내놓은 이후 2013년에는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전기차 투싼ix FCEV로 ‘북미 10대 엔진상’도 받았다.
넥쏘는 수소연료를 주입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을 택했다. 투싼ix를 바탕으로 만들었던 전작과 달리, 전용 플랫폼과 차체를 이용했다는 것도 주요 차이점이다.
전용 플랫폼을 쓸 경우 좋은 점은 많다. 우선 수소전기차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채택할 수 있다는 게 꼽힌다. 넥쏘는 수소탱크를 3개로 나눠 뒷좌석과 트렁크 바닥에 깔았다. 충분한 수소탱크를 갖추고 트렁크 공간도 확보하기 위함이다.
앞모습은 주간주행등을 위에, 헤드램프를 아래에 배치했다. 곧 공개될 신형 싼타페와 살짝 비슷하지만, 주간주행등이 좀 더 얇고 라디에이터 그릴에 좀 더 큰 무늬가 새겨졌다.
차에 다가서면 플러시 도어가 스르륵 튀어나와 문을 열 수 있게 해준다. 실내에서는 대형 디스플레이의 대시보드가 압권이다. 계기반과 12.3인치 모니터가 이어진 통합형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보여준다. 다만 센터콘솔에 자리한 버튼은 다소 산만하다. 많은 버튼이 색깔 구분 없이 배치된 탓에 처음에는 필요한 버튼이 어디에 있는지 한참 찾게 된다. 종류별로 구획을 나누고, 색깔과 터치감을 구분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넥쏘의 최고출력은 113㎾(154마력)이고, 최대토크는 390N·m(40.3㎏f·m), 최고시속은 179㎞다. 100㎾(136마력)의 최고출력을 냈던 투싼ix FCEV보다 파워가 훨씬 높아졌다. 가속은 폭발적인 느낌보다는 부드럽게 이어지는 타입이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와 노멀 두 가지만 마련됐다. 이름 그대로 에코 모드는 연료절약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속이 더디다. 노멀 모드는 가속이 더 빠르지만 파워가 넘치는 느낌은 없다. 기어를 이용할 수는 없고 오로지 가속 페달로 속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운전재미는 크지 않다.
패들 시프트는 변속을 위한 게 아니라 회생제동 시스템을 3단계로 조작하는 용도다. 회생제동을 강하게 세팅하면 전력을 많이 얻는 대신 감속 충격이 생기고, 회생제동을 약하게 세팅하면 전력은 조금 얻지만 더 부드럽게 속도가 줄어든다.
차선을 바꿀 경우에는 사각지대가 계기반 중앙 컬러 LCD 화면에 나타난다. 혼다의 레인와치랑 비슷한 개념인데, 혼다의 것은 중앙 모니터에 나타난다는 차이점이 있다. 안전한 차선변경을 돕는 장비지만, 깜박이를 켠 후 변경하는 방향과 계기반을 번갈아봐야 하는 게 익숙하진 않다.
차로 유지 보조(LFA, Lane Following Assist)는 시속 150㎞ 이하에서 차로 중앙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기능으로, 현대차에는 처음 탑재됐다. 차선이탈방지 장치(LKAS)는 차체가 차선 바깥으로 이탈할 경우 복귀시키는 게 목적이지만 LFA는 처음부터 차로 중앙을 유지하도로 하는 게 차이점이다. 이 장비가 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과 만나 부분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들 장비는 직선구간을 오랫동안 만날 경우에는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몇 분 동안 유지했지만, 곡선에서는 운전대를 잡으라고 경고음이 울리고 시스템이 해제된다. 이 정도 장비로는 사람이 운전하는 게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동승체험을 위해 마련된 4단계 자율주행 기술 적용 차량은 이보다 한 수 위였다. 연구원이 운전석에 앉고 기자들이 옆에 앉아 경험한 자율주행 기술은 예상보다 높았다. 특히 회전교차로에서 무리하게 진입하는 버스를 인식하고 속도를 줄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건만 좋다면 운전자가 특별히 개입하지 않아도 넥쏘에 운전을 맡겨도 충분한 수준이다. 그러나 악천후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현대차 연구원은 “야간에도 정확히 작동하지만, 폭설이나 짙은 안개 상황에서는 라이다와 레이더가 장애물로 인식하는 오류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오류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은 계속 개발 중이다.
운전자 교대 지점에서 뒷자리로 이동했다. 2열 승객석은 레그룸이 충분한데, 시트 포지션이 조금 높다. 수소탱크가 아래에 자리한 탓이다. 등받이는 기울어지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누워 있는 편이어서 불편하지 않다.
정작 불편했던 건 승차감이다. 넥쏘는 울퉁불퉁한 노면의 정보를 시시콜콜 탑승객에게 전달한다. 1열보다는 2열의 진동이 더 심하다. 요즘 현대차의 서스펜션 세팅이 아주 좋았던 것과 비교하면 의외의 결과물이다.
일반적으로 수소탱크처럼 무거운 장비가 뒤에 몰려 있을 경우 서스펜션을 좀 더 단단하게 세팅한다. 무르게 세팅할 경우 차체가 뒤로 기울어질 수 있어서다. 그런데 넥쏘는 단단함이 좀 과했다. 시판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현재보다 좀 더 부드럽게 세팅을 바꾸길 권한다. 이대로 시판한다면 승차감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연비와 주행거리는 넥쏘가 내세우는 강점 중 하나다. 시승모델인 프리미엄 트림의 경우 도심 98.9㎞/㎏, 고속도로 88.0㎞/㎏다. 수소탱크가 6.33㎏(156.6ℓ)이므로 한 번 충전하면 593㎞ 주행이 가능하다. 차체가 좀 더 가벼운 모던 트림은 609㎞까지 나온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시승에서는 연비가 55~74㎞/㎏로 나와 현대차가 제시한 수치에는 많이 못 미쳤다. 연비가 55㎞/㎏일 경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48㎞로 줄어든다. 실제 사용자들은 고속 장거리보다는 도심 주행에서 연비의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가다 서다하는 도심에서 배터리 전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서다.
넥쏘는 전작에 비해 완성도가 아주 높아졌다. 디자인에서도 차별화를 이뤄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끌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최초의 원격 주차 보조기능도 기대된다. 이날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조금을 받을 경우 기존의 중형 SUV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언급이 있었다.
성공의 관건은 충전 인프라와 정부 지원금이다. 현대차는 정부, 지자체와 협력하는 한편 자체 충전소도 마련할 계획이지만 그 숫자가 아직은 충분치 않다.
정부 지원금 역시 전기차에 집중돼 있어 어느 정도 확보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대차보다 수소차 양산이 늦은 토요타의 경우는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로 빠르게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현재 깔린 수소충전소만 100곳이다. 현대차가 보유한 시설을 합쳐도 10곳에 지나지 않는 우리와 천양지차다.
현대차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대결에서 여전히 수소전기차의 승산을 확신하고 있다. 완충 시간에 있어 전기차보다 훨씬 빠르다는 게 승부수 중 하나다. 현대차의 분투가 외롭지 않도록 우리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게 필요하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