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 컬쳐앤아이리더스 주최 <모네에서 세잔까지: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걸작展>(이하 <모네에서 세잔까지>)이 1월 17일부터 4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제5전시실, 제6전시실에서 전시 중이다.
본지는 <모네에서 세잔까지>의 전시 작품 중에서 막시밀리앙 뤼스의 ‘노트르담 드 파리, 몽트벨로 부두에서 본 전경’과 무제 작품, 폴 고갱의 ‘마르티니크의 마을’과 ‘우파 우파(불춤)’, 카미유 피사로의 ‘아침, 햇빛 풍경, 에라니’와 ‘잔느의 초상화’에 대한 리뷰를 차례로 공유한다.
◇ 막시밀리앙 뤼스(Maximilien Luce) ‘노트르담 드 파리, 몽트벨로 부두에서 본 전경(Notre-Dame de Paris, View from Montebello Quay), 캔버스에 붙인 종이에 유채(Oil on paper mounted on canvas), 1897’
막시밀리앙 뤼스(Maximilien Luce)의 ‘노트르담 드 파리, 몽트벨로 부두에서 본 전경(Notre-Dame de Paris, View from Montebello Quay), 캔버스에 붙인 종이에 유채(Oil on paper mounted on canvas), 1897’은 부두에서 본 도시 풍경을 담고 있다.
그림 속 나뭇잎이 잘 보이지 않는 나무들에는 날카로움과 날섬이 느껴진다. 눈에 보이는 시야로 볼 때 건물보다 더 높은 크기의 나무들은, 그들이 이 장면의 주인공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 같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빠르지 않게 보이고, 동적이라기보다는 정적으로 보이는데, 도시 풍경이 실제로 정적일 수도 있겠지만 뤼스가 정적인 정서를 포착하고 그림 속에 풀어놓았을 수도 있다. 최소한 뤼스가 받아들인 풍경이나, 뤼스의 마음이 포착한 순간은 여유로움이 주된 정서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림이 흑백이었다면 스산함 혹은 엄숙함이 더 강조됐을 수도 있는데, 뤼스가 선택한 색감은 차분하지만 가라앉지는 않을 정도의 무게감을 전달한다. 그림에 근접해서 나뭇가지에 집중하면 동적으로 움직일 것 같은 에너지도 느껴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 막시밀리앙 뤼스(Maximilien Luce) ‘무제(Untitled), 캔버스에 유채(Oil on canvas), 제작연도 미상(undated)’
막시밀리앙 뤼스의 ‘무제(Untitled), 캔버스에 유채(Oil on canvas), 제작연도 미상(undated)’는 도심에서 공사를 하고 있는 작업자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함께 담고 있다.
관람객은 그림 속 작업자들을 직접 바라볼 수도 있고, 작업자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에 감정이입해 작업자들을 바라볼 수도 있다. 그냥 보면 작업자들은 힘을 쓰며 일을 하고 있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들의 모습만 보면 뤼스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상상할 수도 있다.
뤼스는 역동적인 순간을 역동적 그 자체로 표현하기보다는, 그 안에 있는 순간의 정적인 서정성을 포착해 그림에 담았을 수도 있다. 그냥 일반적인 표현법이 아닌, 자신의 감정과 느낌에 와닿는 인상적인 모습을 남다른 디테일로 표현하는 것을 뤼스가 좋아했을 수도 있다.
작업자들의 상하의 색깔, 건물의 색깔 등을 겹치지 않게 다양하게 표현하면서도, 서로 너무 대비되기보다는 비슷한 톤에서 어울리게 나타냈다는 점 또한 순간의 인상적인 느낌과 정서를 그림 전체에 일관성 있게 적용했다고 볼 수 있다.
뤼스는 입체성을 그림 속에 표현하면서, 기술적인 면보다 정서적인 면을 더욱 부각했다고 볼 수 있다. 마치 3D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2D 애니메이션의 서정성을 살리기 위해 스푸마토 기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인물과 배경의 조화를 이룬 뤼스의 표현은 인상적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