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주 연출, 정이도 극본, OCN 금토드라마 <다크홀> 제2회는 변종인간이 기존의 좀비, 흡혈귀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 독창적 세계관을 가지는 근거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보여줬다.
불안감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두려운 감정이고, 공포감은 실제로 사건이나 대상을 마주쳤을 때의 두려운 감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크홀>은 공포감 못지않게 불안감 또한 두려움을 유발하는 주된 정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다크홀>의 변종인간이 기존의 좀비, 흡혈귀와 다른 점은?
싱크홀에서 나온 검은 연기를 마시면 변종인간이 된다는 <다크홀>의 설정은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가 되고, 뱀파이어에게 피를 빨리면 흡혈귀가 되는 설정과 공통적인 면이 있다. 외부의 공격으로 신체가 변해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크홀>은 비슷한 설정의 다른 이야기와는 근본적인 차이점을 내포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외부의 공격에 의해 인간성을 상실하고 원래 자신과는 다른 존재가 되는 기존의 세계관들과는 달리, <다크홀>은 각각의 개인이 원래 가지고 있던 과거 의식 혹은 무의식이 각성되면서 변종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기존의 내면은 없어지고 단지 보이는 외적 상황만 괴물처럼 바뀌는 것이 아니라, 급격하게 바뀌는 과정에서 과거에 경험했던 억눌렸던 아픈 경험과 기억이 소환돼 분노와 복수심에 불타며 괴물로 바뀌는 것이다.
외국 영화와 드라마에서의 느린 좀비가 K-좀비에서 빠른 역동성을 겸비해 더욱 두려운 존재로 탈바꿈했다면, <다크홀>의 변종인간은 외적 변화뿐만 아니라 내적 각성을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에게 달려드는 좀비를 죽일 때, 주인공은 잠깐 갈등하더라도 시청자는 어차피 이제 인간이 아니니 빨리 죽여야 한다고 마음을 졸일 수 있다. 하지만 <다크홀>에서 변종인간은 변종인간이 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장 힘든 기억과 경험이 소환되며 괴로워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다른 작품을 볼 때처럼 단호하게 변종인간을 처치해야 한다고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 갑자기 헛것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불안감과 공포감
제2회까지 진행된 <다크홀>을 보면, 갑자기 헛것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얼마나 힘들까 느끼게 된다. 특히 감정이입해서 드라마를 보는 우리나라 시청자들에게는 더욱 그러할 수 있다.
<다크홀>의 등장인물에게 헛것이 보일 때 자신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감당하기 너무 힘들어 무의식 속으로 눌러놓았던 과거의 기억이 새롭게 합성돼 보이기 시작한다면 실제로 얼마나 괴롭고 무서울까? 드라마가 아닌 진짜 현실이라면? 진짜로 나에게 일어난 이야기라면?
<다크홀> 제2회에는 집에 혼자 있는 정도윤(이예빛 분)에게 낯선 여자가 집으로 찾아온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대상이 아이이기에 더욱 두렵게 느껴진다.
불안감과 공포감은 비슷한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다른 디테일과 성격을 가진 감정이다. 불안감은 어떤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고 조마조마한 느낌이고, 공포감은 특정한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극렬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두려움이다. 즉, 불안감은 일어나기 전의 감정이고, 공포감은 실제로 마주쳤을 때의 감정이다
공포감 못지않게 <다크홀>에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공포감보다 불안감이 더 크게 두려움을 유발하고 있는 정서로 느껴지기도 한다. 감정이입한 시청자가 더 무서운 강도로 느끼는 이유일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