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석유 생산 정체가 길어지면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기름 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과의 경쟁체제를 구축한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미국산 석유의 시장 유입량 감소를 틈타 아시아 국가 대상으로 공급가를 대폭 인상했기 때문이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셰일오일 생산 정체 등에 따른 재고 감소로 미국도 '석유 순수입국'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이 같은 변화가 글로벌 원유 시장의 판매 경쟁을 완화, 일본 내 휘발유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주까지 11주 연속으로 수입량이 수출량을 넘어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내 석유수입 급증 원인으로 수급 불균형을 꼽았다. 미국 석유 대기업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이달 기준 해상석유 굴착장치(리그) 가동 수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대비 약 30% 줄었다. 허리케인 내습으로 피해가 난 멕시코만 일대의 생산량도 일시 감소했다.
반면에 미국 국내 원유 수요는 경제 정상화 흐름에 따라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인도 거점인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원유 재고는 이달 기준 2018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감소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산 석유 수출량이 줄면서 아시아가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아시아 각국이 지난달 수입한 미국산 원유는 총 362만톤이다. 2020년 11월 대비 약 30% 줄면서 같은 해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우디 국영 기업 아람코는 최근 파라핀계 원유 '아라비안나이트'의 12월 아시아 판매 가격을 2.70달러로 이달보다 1.4달러 인상했다.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가격 인상이다.
현재 아람코 판매가격 기준인 두바이·오만 원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시아 석유기업들이 조달 비용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면서 “일본에서 휘발유가 7년, 등유가가 13년 만에 각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7~11일) 우리나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주 대비 17.4원 오른 리터당 1807.0원을 기록, 7년 만에 1800원대를 넘어섰다. 정유사 공급가격도 10월 셋째 주부터 3주 연속 1700원대를 기록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우리나라 국내 제품별 판매가격(단위 원/ℓ)
자료:오피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