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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28)

발행일 : 2022-02-22 14:30:49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28)

낙타산에 낙타가 없다

사막에서 없어서는 안 될 동물, 사막을 건너는 배와 같은 동물이 낙타다. 3일 동안 물 없이 320km을 갈 수 있다. 대상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축이자,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몇 달을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견딜 수 있다. 그런데 서울 한복판에 낙타를 닮은 산이 있다. 낙타의 등을 닮은 낙타산에 오른다. 낙타산은 몰라도 낙산은 익숙하다. 즐거울 낙(樂) 낙산이 아니라, 낙타(駱駝)을 닮아 낙타산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낙타가 있었단 말인가?

1000여 년 전 고려에 낙타를 타고 온 대상이 있었다. 예성강 국제무역항에도 낙타에 짊을 싣고 나타났다고 한다. 거란인들이 낙타 50여 필을 데리고 와 선물한 후 만부교에서 죽인 사건이 역사의 미스터리로 기록되어 있다. 왜 그 당시 낙타를 키우지 못하고 굶겨 죽였을까?

개성의 만부교가 바로 ‘낙타교’다. 조선에도 낙타를 좋아한 성종이 비싼 흑마포 60필로 낙타를 구입하려는 해프닝이 있었다. 보물로 여겼던 검은 빛깔의 삼베로 낙타 한 마리를 사려고 했다. 콩으로 치면 6,000두로 엄청난 금액이다. 한양도성 안에 낙타는 생소하지 않았다.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28)

도성 안 백악산이 주산이요, 좌청룡 낙타산과 우백호 인왕산이 있다. 좌청룡이 바로 낙타산이다. 낙타산은 내사산(백악산·낙타산·인왕산·목멱산) 중 가장 낮은 산으로 125m다. 낙타산 성곽길은 완만하고, 정상에 오르면 서울 안 모든 산을 볼 수 있다.

산 정상에서 정면을 보면 안산과 인왕산이 보이고, 오른편으로 백악산 뒤 삼각산 보현봉과 인수봉 그리고 도봉산까지 보인다. 신기할 따름이다. 가장 낮은 낙타산에서 용마산과 아차산 그리고 목멱산과 한강 뒤 관악산도 보이니 낙타산은 이름만큼이나 신선하고 신기하다.

연암 박지원도 ‘열하일기’에서 낙타를 아주 디테일하게 묘사하였다. ‘머리는 말처럼 생겼는데 조금 작으며, 눈은 양과 같고, 꼬리는 소와 같다.’ 사진을 보는 듯하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걸을 땐 목을 움츠렸다가 드는데, 그 모습이 마치 날아가려는 백로와 같다.’ 읽을수록 동영상이다. 박지원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28)

마지막으로 ‘무릎은 두 마디이고, 발굽은 둘로 갈라졌다. 걸음걸이는 학 같고, 거위와 같은 소리를 지른다.’ 낙타를 이렇게 표현했는데, 낙타산이 아니라 낙산이라 부르는 건 예의가 아니다. 성격이 온순한 낙타, 40~50년을 사는 낙타가 바로 낙타산에 있었다.

실크로이드 주인공이자, 길 위에서 길을 잇는 소통의 상징인 낙타가 서울 한복판에 있다. 느릿느릿 걷는 낙타처럼, 낙타산에서 터벅터벅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길을 찾자. 빨리 가려면 말을 타고, 멀리 가려면 낙타를 타고 걸어라. 낙타산 성곽길에 낙타를 찾아 걸어 볼까요. 역사는 언제나 배우며 걷는 자의 몫이다.

필자소개/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저자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사)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한양도성 옛길’ 칼럼니스트
-‘최철호의 길 위에서 걷다’칼럼니스트
-‘우리동네 유래를 찾아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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