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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29)

발행일 : 2022-03-02 15:54:54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29)

인왕산 선바위가 당신을 지키고 있다

이른 새벽 아직은 쌀쌀하다. 입춘과 우수가 지났지만 봄이 아니다. 경희궁 흥화문을 들어서니 궁 안은 인적이 없이 고요하다. 굳게 닫힌 숭정문 뒤로 정조가 즉위식을 하였던 숭정전도 보인다. 그런데 경희궁의 모든 전각은 새롭게 만들어진 모습이다.

그 많던 오래된 건물들은 어디로 갔을까? 경희궁의 정문인 흥화문과 정전인 숭정전 그리고 ‘상서로움이 모인다’는 왕과 왕비의 침전인 회상전도 어디론가 옮겨졌다. 서궐로 불리던 웅장한 경희궁 후원 뒤로 인왕산 세 봉우리가 날아갈 듯 펼쳐져 있다. 가깝게 다가가 본다.

인왕산 세 봉우리는 치마바위에 얽힌 이야기가 있는 주봉과 안산이 맞닿은 곡성 사이로 하얀 성곽이 이어져 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경희궁 궁담길 뒤로 송월동 1번지 기상청이 도성의 경계에 있다. 옛 기상청은 도성 안인가, 도성 밖인가?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29)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기상청은 성벽을 헐어버린 후 지어졌다. 그들한테 성문과 성벽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돈의문도 헐어버린 그들에게 더 이상 기대하지 않고, 인왕산을 바라본다. 단풍나무와 벚나무가 있는 옛 기상청은 인왕산 줄기가 이어진 높은 언덕에 있었다.

국립기상박물관에서 인왕산 곡성과 안산 사이에 선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인왕산 선바위는 한양도성의 역사다. 인왕산 선바위에 누가 왔을까? 600여 년 전 태조 이성계와 왕사 무학대사 그리고 삼봉 정도전이 오가며 서울의 위치와 도성의 경계를 결정지었던 곳이다.

높지 않은 산 우백호 인왕산과 낮지 않은 바위 선바위는 3명의 리더들에게 중요한 공간이었다. 갑자기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 멈춘다.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다. 기암괴석으로 우뚝 선 바위는 마치 장삼을 입은 선승과 같다. 선바위 위에 앉은 비둘기들만이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구를 닮았을까? 인왕산 선바위는 이름도 없는 서산(西山)에 있던 기도바위다. 600여 년 전 한양에 도성을 쌓아야 한다. 어디로 경계를 해야할까? 도성 안과 도성 밖을 결정짓는 순간 한 사람은 떠나야 할 운명이다. 역사를 결정지었던 한양도성의 경계가 바로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선바위를 도성 안으로 할 것인가, 도성 밖으로 할 것인가?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29)

‘취사선택’ 앞에 당신은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진정한 리더들이 이곳에 머물렀다. 인왕산 아래 선바위에 서면 서울이 한눈에 보인다. 도성 안 궁과 궐 사이로 청와대가 보이고, 도성 밖 높은 빌딩과 빌딩 숲 사이로 여의도 국회의사당도 보인다.

인왕산에 봄이 온다. 시간을 내어 달팽이와 소걸음처럼 느릿느릿 성곽길을 걸어보자.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시간여행은 역사가 된다. 길 위에서 길을 찾듯, 잊혀진 꿈도 다시금 되새겨보자. 인왕산 선(禪)바위가 역사를 품듯, 강물같이 흐르는 당신이 바로 내일의 역사다.

필자소개/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저자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사)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한양도성 옛길’ 칼럼니스트
-‘최철호의 길 위에서 걷다’칼럼니스트
-‘우리동네 유래를 찾아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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