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은 역사의 강물처럼 흐른다
100여 년 전 서울은 어디였을까? 고산자 김정호의 ‘수선전도’를 보면 서울은 한양도성과 한강까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간결하지만 구체적인 지도다. 도대체 어떻게 그렸을까? 도성 안 종묘와 사직단 그리고 궁·궐 뿐만 아니라 골목길 구석구석 동네 이름까지 상세히 그렸다.
도성 안 청계천이 도심의 경계다. 청계천 위가 종로다. 경운궁 대한문을 지나 숭례문 밖 남묘와 남지 그리고 남단까지 표시한 청계천 아래가 중구다. 도성 밖 목멱산에서 둔지산 지나 한강까지는 용산이다. 한양의 상징은 산과 개천 및 강물이었다. 삼각산과 한양도성 그리고 한강이 옛 서울이었다.
또 다른 서울 지도인 ‘수선총도’를 보면 물길과 옛길이 만나는 곳에 다리가 있다. 인왕산 옥류동천과 백운동천 물은 경복궁 영추문 밖으로 흘렀다. 자수교에서 종침교를 지나 청계천 광통교까지 흐른다. 백악산 삼청동천 물은 경복궁 건춘문 밖으로 흘렀다. 도성 안은 산이 있고, 천이 있어 다리가 많았다. 도성 밖 한강은 서울의 경계였다.
다리는 없었다. 도성 안 물은 깨끗하고 물소리까지 청량하다. 물을 보고 있으면 삶의 지혜를 준다. 물은 언제나 낮은 곳을 찾아 흐르는 겸손, 막히면 돌아갈 줄 아는 지혜, 더러운 물도 받아주는 포용력과 어떤 그릇에도 담기는 융통성이 숨어 있다. 물을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오묘하다.
인왕산 수성동 계곡물은 너럭바위도 서서히 뚫고, 깨부수며 물소리만 고요히 내며 도도히 흐른다. 청계천으로 가 중랑천에서 다시 한강으로 모인다. 두모포의 옥구슬 같은 옥수에 모인 물은 노들섬 지나 용산강과 서강 지나니 양화진에서 강화도 앞 서해로 흘러간다.
인왕산·백악산·낙타산·목멱산에서 흘러 내려온 물은 청계천에 모였다. ‘수선총도’에는 무려 190여 개의 다리가 그려져 있다. 서울은 산의 도시, 성곽의 도시 그리고 물의 도시이자 다리의 도시였다. 도성 안 다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경복궁 광화문 지나 육조거리를 나서면 종각이 있는 종로다. 사람들은 다리를 건너야만 종로에 이른다. 광통교와 수표교가 대표적인 청계천 다리다. 한양도성을 동·서로 관통해 오간수문 지나 중랑천까지 10.84km 따라 24개의 다리가 있다.
100여 년 전 청계천(淸溪川)에 모전교·광통교·장통교·수표교·하랑교·효경교·마전교·오간수문·영도교등 큰 다리가 9개 있었다. 도성 안 개천의 다리는 단순히 물을 건너는 수단만이 아니다. 그 옛날 다리는 만남의 장소요, 모임의 장소다. 오가는 사람들의 쉼터가 청계천의 다리였다. 지금도 비가 내리면 도성 안 빗물은 청계천으로 모인다.
물은 겉모습이 변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 신의가 있다. 시간이 지나도 도성 안 백탑과 종각은 그대로다. 코로나가 지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 보신각 종소리가 우리 가슴을 울릴 것이다. 그날이 오면 그 함성과 그곳을 모두 함께 가보자. 청계천은 오늘도 말없이 흐른다.
필자소개/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저자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사)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한양도성 옛길’ 칼럼니스트
-‘최철호의 길 위에서 걷다’칼럼니스트
-‘우리동네 유래를 찾아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