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 600년 서울은 세계유산이다
서울은 계획적 도시다. 서울은 600여 년이 깃든 역사 도시이며, 찬란한 문화 도시다. 서울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다. 살아 숨 쉬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 바로 서울이다. 한양도성(漢陽都城·Seoul City Wall)이 있는 서울은 세계의 자랑이다.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이듯, 한양은 600여 년 전 서울이었다. 도성은 도읍지 성곽이다. 한양도성은 600여 년 전 성곽을 쌓았다. 다시 말해 한양도성은 600여 년 전 도시를 둘러싼 성곽이다. 한양도성 18.627km를 목멱산 정상에서 보면 서울의 축소판이다. 도성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서울의 랜드마크다. 시간적으로 600여 년 전 자연 친화적인 도읍지 성곽이다. 또한 공간적으로 도성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선이다. 도성은 4개의 산으로 이어져 있다. 도성 안 동·서로 나누어지는 청계천이 10.84km 흘러 중랑천에 모여 한강으로 간다. 성곽은 도심을 이으며, 도성 밖 성저십리 삼각산에서 한강까지 서울이었다.
백악산·낙타산·목멱산·인왕산이 서울 도심 속에 있다. 높지 않은 산들이 마치 하나가 되어 성곽이 되었다. 낮은 봉우리들이 삼각산에서 한강까지 서울은 마치 하나의 산과 같다. 도성 안 서울 한복판에 종묘와 사직단 그리고 경복궁과 창덕궁·창경궁이 산기슭과 산줄기에 모여있다. 도성 안 옛길에는 천이 있고, 강이 있다. 역사 속 도시인 ‘성곽의 도시’가 바로 서울이다. 도성 안 물길에는 190여 개의 다리가 있었던 ‘다리의 도시’가 서울의 옛 모습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을 도성 위에서 한눈에 볼 수 있는 서울은 자연 친화적 도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도시 근대화 속에 한양도성은 훼철되고, 소실 되었다. 세계의 많은 도시의 성곽이 도시화 속에 사라지듯, 서울의 성곽들도 차츰 사라지고 있다. 한양도성 18.627km 중 30%가 소실되어, 13km만 원형으로 유지되어 있다. 인구 1,000만 명이 사는 도심 속 빌딩은 더 높이 올라가고 있다. 도시는 확장되면서 성벽이 헐리고, ‘돈의문’과 ‘소의문’도 없어져 버렸다. 또한 ‘광희문’과 ‘혜화문’은 15m씩 옮겨져 제자리를 잃어버렸다. 도시화 속에 한양도성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양도성은 많은 부분이 남아있고, 보수되고 재건되며 보호를 받으며 지속적으로 보존되고 있다.
한양도성의 오래된 성벽에는 축성의 시기와 성을 쌓는 과학기술이 담겨 있다. 그냥 지나치면 보이지 않는다. 도심 속에서 더욱 찾을 수 없다. 천천히 걸으며 보자. 성벽에 새겨진 각자성석(刻字城石)은 오래된 도시의 기록이며, 전통이 투영된 도시의 증거물이다. 600여 년 전 한양도성은 97구간으로 나누어 공사를 하였다. 떠나온 고향에서 가까운 구간에 작업을 하였다. 97개 구간에 274개 이상의 각자성석이 발견되었다. 공사 구간, 공사 시기, 공사 지역 및 공사 책임자와 공사 감독관까지 적혀 있는 ‘공사실명제’의 지혜로움이 한양도성 성곽에 새겨 있다.
하지만 도시화와 인구 집중으로 빌딩과 빌딩 숲 담벼락으로, 집과 집 사이 성벽처럼 남았다. 또한 학교 경계 돌담으로, 교회와 성당을 구분 짓는 경계로 한양도성은 있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기 전에 도시화로 밀려 나가기 전에 복원되어야 한다. 도시 속에 역사을 찾아 도시 속 문화유산으로 보존하여야 한다. 과연 누가 할 것인가?
600여 년 전 한양도성은 도시의 경계이자, 도성 안과 밖의 삶을 지키는 울타리였다. 600여 년 전 서울 인구는 20여만 명이었다. 한양도성은 서울에 사는 사람이 도성을 쌓지 않았다. 한반도 전역에 살고 있던 중인과 농민 197,000여 명이 서울에 와 쌓았다. 어떻게 한강을 건너 한양까지 왔을까? 농번기를 피해 추운 농한기 49일과 추수가 끝난 농한기 49일 동안 도성을 계획적으로 빠은 시간에 쌓았다. 한양도성 18.627km를 97구간(천(天)에서 조(弔)까지)으로 약 180m씩 배분하여 책임하에 쌓았다. 당연히 다친 사람과 고된 노역으로 숨진 사람이 많았다. 한양도성 성벽을 보면 성돌 하나하나에 땀과 피 그리고 눈물이 담겨 있다. 과연 누구의 땀방울일까, 누구의 피눈물일까?
한양도성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600여 년 전 과학기술이 숨어 있다. 도성 안 청계천 다리 중 ‘광통교’와 ‘수표교’가 토목공사의 집대성이듯, 도성 밖 ‘살곶이 다리’는 지금도 중랑천에 있다.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4대문과 4소문도 남아있었다. 한양도성의 관문인 숭례문은 국보 1호로 2층 누각이다. 한양도성의 동쪽 성문인 흥인지문은 보물 1호로 2층 누각과 옹성을 갖춘 유일한 성문이다. 또한 4대문과 4소문 중 유일하게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북쪽의 소문인 창의문은 역사 속 보물이다.
성문이 닫히면 성벽이요, 성문이 열리면 사방팔방으로 길이 연결된다. 성문과 연결된 옛길은 한반도 팔도로 가는 교통의 통로이자, 도시와 지방을 연결하는 도로다. 성문을 따라 물길을 따라 걸으면 한강과 연결되는 수운이자 뱃길이었다. 한양도성은 서울을 재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건축물이다. 도성 안 물길과 도성 밖 물길은 한강으로 연결되어 서울을 지켰다. 도성을 한 바퀴 도는 순성(巡城)은 놀이 문화이자, 왕이 백성을 만나는 유일한 통로다. 한양도성은 소통의 공간이자, 믿음의 길이다. 한양도성의 가치가 바로 과거에도 있었듯, 현재에도 미래에도 숨겨져 있다.
한양도성은 거대 도시를 품고 있는 서울의 상징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성곽과 관련된 유산에는 성채와 성곽, 성벽과 요새가 있다. 세계적으로 도시를 둘러싼 성곽은 있지만, 온전히 남아있는 곳은 ‘성곽의 도시’ 서울이다. 한양도성은 규모가 크고, 성곽 둘레도 길다. 519년 오랜 기간 도성 역할을 해 세계적 관광 도시로, 문화·관광 콘텐츠로 교류해야 할 유산 중 최고다. 한양도성에 얽힌 이야기가 600년 서울의 역사이자 문화이며, 지속 가능한 도시의 자연유산이다.
서울의 자랑, 도심 속 유산인 한양도성은 코로나 시대 건강을 유지하는 ‘걷기 코스’이자, 친환경으로 기후변화 속에도 누구나 갈 수 있는 공적인 공간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도심 속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계곡이 있고, 소나무 숲이 있고, 새들이 노닐고 있다. 청계천 광장에서 10여 분이면 한양도성 성곽과 성벽을 따라 성문도 볼 수 있다. 600년 서울의 역사를 느끼며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힐링 코스’다. 가족과 함께 밀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성곽길이 한양도성 길이다. 시간을 뛰어 너머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만날 수 있는 소통의 길이다. 또한 공간을 뛰어 넘어 서울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도심 속 어반 스쿨이 이곳에 있다. 세계의 청년들과 함께 한양도성 순성길을 한번 걸어 보실까요?
한양도성은 세계 속 문화유산이자, 도시 속 자연유산이 분명하다.
필자소개/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저자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사)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한양도성 옛길’ 칼럼니스트
-‘최철호의 길 위에서 걷다’칼럼니스트
-‘우리동네 유래를 찾아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