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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34)

발행일 : 2022-04-19 16:29:00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34)

'싸(?)가지가 없다' 과연 4가지는 뭘까...

 '싸가지'가 4대문 안에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며 4가지 덕목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

'싸가지가 없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아니면 써 보셨나요? 이 단어는 쓰고 싶지 않다. 아니 듣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아주 익숙한 말이다. '싸가지가 없다'는 600여 년 전부터 쓰던 순수한 우리말이다. 그렇다면 '싸가지'는 무엇일까?

도성 안에 그 비밀이 있다. 한양도성에는 동·서·남·북 4개의 대문과 4개의 소문이 있다. 아니 있었다. 대문과 대문 사이에 소문이 있다. 대문은 남대문과 동대문이 제일 크고, 가장 웅장한 2층 누각도 있다. 서대문과 북대문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 있을까?

서대문은 1915년 일제강점기에 도로 건설과 전차를 놓기 위해 없애 버렸다. 심지어 205원 50전에 낙찰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서대문구에 서대문이 없다. 정말 사실일까? 또한 북대문은 깊은 산속에 늘 닫혀 있어 갈 수도 볼 수도 없었다. 그래도 알고 싶다. ‘싸가지’의 어원은 사대문 안에 있다. 사대문에 성문마다 현판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34)

성문이 열리는 시간은 새벽 4시, 보신각에서 33번의 종소리가 울릴때다. 이것이 파루다. 성문 밖에서 줄지어 도성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에게 짧은 시간 매일 교육을 하였다. 현판에 쓰여진 글씨를 기다리며 짬짬이 읽게 했다. 평생교육이다. 동·서·남·북에 있는 4대문 현판 글씨를 읽어야 성문을 지나게 하였다. 흥인문에 인, 돈의문에 의, 숭례문에 예, 소지문에 지를 읽혔다.

들리는가, 인·의·예·지·신 그날의 이야기들이. 보이는가, 어짊과 의로움, 예절과 지혜로움에 얽힌 이야기들이 한양도성 안과 밖에 켠켠이 쌓여 있다.
 
한양도성은 600년 서울의 상징이자, 세계유산이다. 도성 안 4개의 산(백악·낙타산·목멱산·인왕산)이 이어져 울타리가 되었다. 성벽과 성벽 사이에 성문을 만들고 사람이 오갔다. 도성 안과 밖을 구분 짓는 4개의 대문(흥인문·돈의문·숭례문·소지문(숙정문))이 사대문이다. 네가지가 4대문 현판에 쓰여졌다. 인·의·예·지 네가지에 얽힌 이야기가 우리의 삶 속에 녹아 있다.

고산자 김정호의 수선전도를 보며 동·서·남·북 성곽길 따라 함께 걸어보자. 동대문은 동대문역 근처에 옹성으로 둘러싸인 성문이다. 흥인문으로 인(仁)을 일으키는 성문이었으나, 고종때 다시 만들며 현판을 정사각형 흥인지문(興仁之門)으로 하였다.

서대문은 서대문역 근처 오르막에 있었다. 새문이라는 이름과 함께 새문안에 서궐인 경희궁 바로 옆이다. 의(義)를 두텁게 갈고 닦는 문이라 해 돈의문(敦義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없다. 보이지 않는 문이다.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34)

남대문은 서울역 근처 남대문시장 가기전에 있다. 한양의 관문으로 경복궁과 창덕궁을 가려면 이 대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흥인지문과 함께 2층 누각으로 현판은 세로로 쓰여진 유일한 성문이다. 누구의 글씨일까? 예(禮)를 숭상하는 문이라 해 숭례문(崇禮門)이라 하였다. 1907년 가장 먼저 좌·우 성벽 8칸이 헐리는 안타까운 대문이다.

북대문은 버스로 갈 수가 없다. 지하철역도 근처에 없다. 택시를 타고 가도 알 수가 없는 숲속 깊은 곳에 있는 문이다. 처음에 지(智)를 밝히는 문이라는 뜻으로 소지문(昭智門)이라 하였다. 하지만 지혜로움을 두려워한 사람들은 이름을 바꾸었다. 고요하고 정숙해 지기를 바라며 숙정문으로 불리었다.

한양도성은 4개의 산을 자연 친화적으로 이어 만들었다. 4개의 대문과 4개의 소문이 도성에 있었다. 4개 대문에 4가지 이야기가 있다. 519년 국가를 이끈 동력은 아마 오상이요, 오덕이었다. 삼강오륜처럼 도덕과 윤리가 온 나라를 지배하였다. 도성 한가운데에 신(信)을 넣어 인·의·예·지·신으로 완성하였다. 중심이 바로 보신각(普信閣)이다.

한밤중 10시 인정에 28번 종을 울려 도성 안과 밖에 알린 후 성문을 닫았다. 새벽 4시 파루에 33번 종을 쳐 성문을 열었다. 동·서·남·북 같은 거리에 같은 시각, 같은 소리로 하루를 시작하고 또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인·의·예·지 4가지 덕목을 갖추며 현대를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는 ‘사(四)가지’를 갖추어야 한다. 삶 속에서, 일터에서, 조직에서 그리고 우리동네에서 ‘싸가지가 있는’ 진정한 리더가 필요한 때다. 지금 당신의 소중한 4가지는 무엇인가요?

필자소개/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저자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사)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한양도성 옛길’ 칼럼니스트
-‘최철호의 길 위에서 걷다’칼럼니스트
-‘우리동네 유래를 찾아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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