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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42)

발행일 : 2022-06-27 16:41:08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42)

효종갱(曉鐘羹)은 서울 장안의 해장국이다

애주가에게 최고의 해장 음식은 무엇일까? 술이 술을 부르듯, 주당들은 해장술로 해장을 한다. 술 다섯 말 마시며 해정을 한다는 뜻이 ‘오두해정(五斗解酲)’이다. 해장은 해정과 다르다. 해정은 숙취를 풀고, 술을 깬다는 뜻이다. 해정하는 방법 중 하나가 해장(解醬)이다. 해장은 속을 푸는 장국이다. 된장·간장·고추장 등 발효된 장을 팔팔 끓여낸 국물이 해장국이다. 해장의 문화는 짧고, 해정의 역사는 길다.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청진동 선짓국과 무교동 북엇국이 해장국 중 최고다. 밤이 되면 도성 안 주막은 불야성을 이루고, 성문이 닫히면 도성 밖 술집에 술꾼들이 모였다. 예나 지금이나 술을 찾는 모습은 비슷하다. 요즘 청계천 아래 을지로를 걸으면 ‘만선호프’ 골목길에 젊은 청춘들이 모인다. 불안정한 청춘의 미래를 나누고, 답답한 현재의 시간을 즐긴다. 해 지는 여름날 퇴근길에 사라져버린 ‘을지OB베어’의 정겨운 추억을 찾아 삼삼오오 모여든다. 이 많은 젊은 청춘들은 왜 청계천 힙지로에 모이는 걸까? 술 한 잔과 해장국을 찾아 길을 걷는다.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42)

가장 오래된 해장 음식은 꿀물이다. 사탕수수 설탕물을 구하기 어려웠던 서양인들은 양배추를 절여 해장하였다. 우리 조상은 어떤 음식으로 해장을 했을까? 우리나라는 술과 함께 해장국이 발달한 나라다. 성곽이 있는 도시에 주막이 있었고, 주막이 있는 곳에 다양한 술이 있었다. 우리나라 전통주는 2000여 가지가 넘었다. 도성과 읍성이 있는 곳에 옛 술이 있었다. 그야말로 예술이다. 또한 우물과 계곡이 있던 산성에 술맛은 물이 좌우했다.

동네마다 읍성과 산성이 있고, 도시마다 전통술과 해장하는 방법도 달랐다. 공산성 진남루 밖 공주 국밥, 전주성 풍남문 밖 콩나물 해장국이 유명하다. 동래성 있는 부산엔 해운대 복국, 하동읍성에 섬진강 재첩국, 해미읍성처럼 서해안을 낀 도시에 우럭젓국이 해장으로 일품이다. 보은 삼년산성에 올갱잇국, 순천 낙안읍성에 짱둥어탕과 제주성 동문시장에 제주 갈칫국과 고기국수가 해장국으로 으뜸이다.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42)

한 잔 술에 해장국을 찾아 터벅터벅 걷는다. 피맛골 지나 보신각 종소리가 새벽 4시를 알리는 시각, 속풀이로 먹었던 해장국이 효종갱이다. 콩나물과 염소갈비, 송이버섯과 전복을 넣고 토장에 섞어 팔팔 끓여 해장하였다. 그 옛날 도성으로 배달도 하였다. 궁중 안 효종(孝宗)이 먹던 귀한 해정국이었던가, 보신각 새벽 종소리에 속풀이로 출근길 해장국이었던가? 무더운 여름날 을지로 골목길에서 술 한 잔 후 종로에서 해장국을 만난다.

한양도성 옛길에서 오래된 친구들과 옛 술에 추억을 타서 음미한다. 힐링하는 재미가 을지로 골목길에 숨어 있다. 비 그치면 함께 걸어가 보실래요?

필자소개/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저자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사)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한양도성 옛길’ 칼럼니스트
-‘최철호의 길 위에서 걷다’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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