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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43)

발행일 : 2022-07-04 16:35:25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43)

이간수문은 DDP와 광희문 사이에 있다 

도성 안 퇴계로에 광희문이 있다. 광희문은 수구문이라 하였다. 도성 안 물이 나가는 성문이자 수문이다. 광희문 사이에 광희동과 신당동이 있다. 광희동에는 냉면이, 신당동에는 떡볶이가 유명하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여름에 시원한 냉면에 겨자를 겻들이면 일품이다. 겨울에 뜨끈한 국물에 매콤한 떡볶이가 추억을 소환한다. 광희문 성곽길 위에서 장충단 남소문동천 물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비가 내리면 목멱산 소나무와 잣나무 사이로 빗물이 흘러 내린다. 빗물은 과연 어디로 갈까?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43)

목멱산 동봉을 적신 빗물은 국립극장과 석호정 활터에서 장충단으로 모였다. 넓고 긴 장충단의 수표교 아래로 흐르는 개천이 남소문동천이다. 장충단이 있어 장충천이라고 했다. 하지만 장충동과 한남동의 경계에 남소영과 남소문이 있어 남소문동천이라 불리었다.

남소문동천 물은 장충동 족발집을 지나 광희문 옆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로 흐른다. DDP가 그 옛날 야구의 메카 동대문운동장 자리다. 프로야구가 있기 전 모든 야구의 역사는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봉황대기와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그리고 대통령배 대학 야구가 동대문 야구장에서 시작하고 끝났다. 이곳에 이간수문이 숨겨져 있었다.

600여 년 전 목멱산 물길이 두 칸의 홍예문, 이간수문(二間水門)으로 흘러 도성 밖 청계천으로 모였다.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이간수문이 나타났다. 도심 한복판 불시착한 우주선 같은 DDP가 지어질 때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꿈꾸고 만들고 누린다 (Dream, Design, Play)'는 DDP 건물 뒤에 가려져 있다. 마치 1925년 일제강점기 경성운동장 건설로 우리 역사가 땅속에 파묻힌 것처럼 보이질 않는다. 성곽길에서 찾기도 힘들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역사 속 이간수문이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43)

을지로 6가 18번지, 청계천 오간수문 아래 도성을 통과하는 수문이 이간수문이다. 물은 도성 밖 청계천과 합류해 중랑천까지 흐른다. 쌍무지개처럼 홍예문 2개가 입을 딱 벌리고 있다. 상상 속 동물의 큰 콧구멍처럼 벌렁거리며 힘찬 기운을 내 품는다.

이간수문은 사라져버린 오간수문과 같다. 이간수문은 도성 안 성문 중 최고의 모습이다. 도성 안 물을 도성 밖으로 보내는 수문이다. 물 흐름을 나누는 뱃머리 모양 석축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이간수문과 치성(雉城•꿩 꼬리와 같은 성곽)까지 볼 수 있다. 이간수문은 비 오면 자기 역할을 다한다. 장마에 활짝 웃는 수문이다. 비 그치면 그곳에 꼭 가야 할 이유다.

이간수문은 바닷속 고래가 헤엄치듯, 600여 년 힘겹게 버텨온 수문이다. 이제 우리 곁에 함께 머물게 하면 어떨까?

필자소개/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저자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사)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한양도성 옛길’ 칼럼니스트
-‘최철호의 길 위에서 걷다’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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