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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45)

발행일 : 2022-07-18 08:25:56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45)

창덕궁 궁담길 안 ‘쉬나무’를 아시나요?

비 그친 여름날 구름이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백악산에 내린 빗물은 어디로 갈까? 백악산 정상 백악마루에 빗물이 빠르게 스며든다. 빗물이 마르기 전 물길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내려간다. 백악마루에서 숙정문을 향하는 백악구간 표지석 1, 2, 3, 4... 숫자가 점점 늘어난다. 표지석 숫자는 한양도성 성곽길 시계방향으로 같은 간격에 따라 하나씩 줄지어 있다. 한양도성 성곽길을 한 바퀴 다 돌면 표지석 숫자는 몇일까? 답을 찾아 내려간다. 숙정문 지나 말바위에서 삼청공원으로 내려가니 비가 서서히 멈춘다.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45)

감사원에서 북촌 한옥마을로 가는 길은 내리막이다. 빗물 따라 걸으니 어느새 창덕궁이 보인다. 이른 시간 돈화문이 열리기 전 창덕궁 궁담길 안과 밖 나무들이 손짓을 한다. 돈화문에서 왼편을 보니 종묘 안 숲이 우거져 있다. 날이 개니 새들이 날고, 꿀벌들이 윙윙 거린다. 서울 한복판 빌딩과 빌딩 숲에 울창한 나무가 빼곡하다. 창덕궁과 창경궁 그리고 종묘에 꽤 오래된 나무들이 즐비하다. 백악산 기슭 삼청공원과 와룡공원 따라 궁·궐 주변은 숲속과 같다. 돈화문 월대 옆 500년 된 은행나무가 비를 머금고 활짝 웃는다.

현대그룹 사옥과 창덕궁은 현대와 전통이 어울리는 듯, 궁담길 주변에 오래된 나무에 향기까지 달콤하다. 꽃이 드문 한여름에 창덕궁 안 하얀 꽃이 송이송이 피었다. 돈화문이 열리는 시간 제일 먼저 들어간다. 창덕궁 정문을 지나니 저 멀리 삼각산 보현봉도 손에 잡힐 듯 구름 한 점 없다. 금천교 지나 진선문 가기 전 궁담길에 키 큰 나무가 있다. 여름철 꽃이 피는 ‘쉬나무’다. 이름이 재미있다. 7월에 꽃 피어 꿀벌들의 밀원이 되는 향기로운 나무다. 10월에 붉은빛 열매로 기름을 짜 궁·궐 구석구석 환하게 밝혔다. 등불과 호롱불에 기름을 만드는 나무로 수유나무가 바로 ‘쉬나무’다.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45)

선비들이 살던 동네에 쉬나무가 있었다. 암나무와 숫나무로 구분된 암수딴그루로 귀중한 나무다. 모양이 아름답고, 꽃과 잎을 문지르면 귤 향이 나는 향기로운 나무다. 기품을 갖춘 나무로 꿀벌들에게 한여름 장마철에 소중한 나무다. 열매로 기름을 짜 궁·궐의 어둠을 밝혔던 나무다. 도성 안 목멱산은 쉬나무가 많아 꿀벌나라를 만들 수 있다. 쉬나무는 영어로 ‘Bee-bee Tree’라 한다. 지구온난화와 급격한 기후변화로 꿀벌들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다. 아까시나무가 사라지니, 꿀벌들도 이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도심 속 창덕궁과 창경궁에 쉬나무꽃이 활짝 피었다. 생태의 보고인 밀원식물이 서울 한복판에 있다. 한여름 하얀 꽃 피는 창덕궁 안 쉬나무와 꿀벌을 찾아 함께 걸어 보면 어떨까. 꿈과 희망이 그곳에 있다.

필자소개/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저자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사)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한양도성 옛길’ 칼럼니스트
-‘최철호의 길 위에서 걷다’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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