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 저희 폴스타2 시승기는 언제 나올까요? 기다리고 있어요.”
핸드폰을 통해 들려오는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졸음이 확 깼다. “맞아, 폴스타2 시승기를 아직 안 썼구나.”
‘폴스타’라는 브랜드를 처음 마주한 건 2021년 12월 2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폴스타의 첫 번째 전시공간인 ‘데스티네이션 서울(Destination Seoul)’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폴스타는 브랜드의 글로벌 현황과 비전, 그리고 중장기적인 한국에서의 사업 전략을 밝히며 국내 전기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그리고 올해 1월 18일, 폴스타는 미디어 발표회를 통해 자사의 첫 전기차인 ‘폴스타2’를 한국에 소개했다.
발표회에 이어 진행된 시승회에서 폴스타2는 그동안 타봤던 전기차들과 다른, 특유의 매력을 뽐냈다. 그러나 반나절 동안 두 명이 번갈아 타는 시승회에서 그 차의 진가를 속속들이 알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날 시승회의 느낌은 유튜브 개인 채널에서 소개했는데, 폴스타 홍보 담당자는 수개월이 지난 10월 중순에 다시 타보라며 키를 건네줬다.
◆아담한 크기, 단아한 디자인
폴스타2의 차체 크기는 길이 4605㎜, 너비 1860㎜, 높이 1480㎜이고, 휠베이스는 2735㎜다. 이 차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볼보 C40 리차지와 비교하면, 폴스타2가 165㎜ 더 길고 15㎜ 좁고, 115㎜ 낮으며, 휠베이스는 33㎜ 더 길다. 기아 EV6에 비해서는 폴스타2가 75㎜ 짧고 20㎜ 좁고, 70㎜ 낮다. 휠베이스는 폴스타2가 165㎜ 짧다.
실내에 앉아보면 C40 리차지와는 큰 차이가 없지만, EV6에 비해서 뒷좌석 레그룸이 살짝 좁게 느껴진다. 대신 폴스타2는 트렁크가 커서 긴 물건을 수납하기에 더 좋다.
대시보드는 간결한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 앞의 클러스터는 복잡한 그래픽보다는 단순 명료하게 정보를 전달한다. 대시보드 중앙에는 태블릿 PC 같은 11.2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대부분의 물리 버튼을 없앴다. 다른 전기차에 비해 태블릿 PC 느낌이 강해서 탈착식으로 설계해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장 컬러는 화려하지 않고 검소해 보인다. 징크/슬레이트 투 톤이나 차콜 원 톤 중에 선택할 수 있으며, 엠보싱 직물 시트가 기본이고 나파 가죽 시트를 선택할 수도 있다. 직물 시트는 과거 국산차에 적용되던 그런 질감이 아니고, 꽤 쫀쫀하게 짜여진 타입이어서 촉감이 괜찮고 가죽 시트보다 내구성도 나을 것 같다.
폴스타는 차량 생산공정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냈다. 재생 및 재활용 가능한 비건 인테리어를 최대한 활용하는 친환경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모든 가죽은 엄격한 동물복지 기준에 부합하는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생산공정에서는 배터리 케이스를 운반하는 알루미늄 트레이 공급업체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 차량당 750㎏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었고, 재생에너지로 생산되는 저탄소 알루미늄 휠을 탑재해 차량당 600㎏의 온실가스를 줄여 총 135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성과를 이뤘다. 폴스타2를 타는 것만으로도 ‘친환경’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폴스타2는 국내에 싱글 모터와 듀얼 모터 두 가지 버전으로 나온다. 해외에서는 스탠더드와 롱 레인지로도 구분되지만, 국내에는 롱 레인지 버전만 시판된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롱 레인지 싱글 모터 모델이다.
롱 레인지 싱글 모터는 231마력(170㎾)의 최고출력과 33.7㎏·m(330Nm)의 최대토크를 낸다. 차체 크기에 어울리는 적당한 출력의 모터를 달아 1회 충전 시 최대 417㎞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150㎾ 급속충전기 기준으로 10%에서 80%까지 30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공차중량은 2040㎏에 이르지만, 저속에서 강한 토크를 발휘하는 전기차의 특성대로 출발은 가뿐하다. 조용하고 부드럽게 속도를 올리면서도 불안하지 않다. 듀얼 모터 모델은 최고출력이 408마력에 이르러 시승차 출력의 1.7배가 넘는다. 폴스타2의 듀얼 모터 모델은 안 타봤지만,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볼보 C40 리차지를 통해 폭발적인 가속력을 체험한 바 있다. 싱글 모터의 231마력도 충분한 편인데, 스포티한 운전을 즐기는 이라면 듀얼 모터 모델이 더 어울린다.
이 차는 특이하게도 조수석과 운전석의 승차감이 다르다. 조수석에 앉았을 때는 살짝 통통 튀는 느낌이었는데, 직접 운전을 해보니 승차감과 주행안전성을 적절히 조화시킨 느낌이다.
‘원 페달 드라이브’ 기능은 ‘끄기, 낮음, 표준’ 등 세 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이 기능을 끄면 회생 제동 기능이 아예 작동되지 않지만, ‘표준’으로 선택하면 꽤 강한 회생 제동 기능이 작동된다. 그래서 평소에는 ‘낮음’으로 선택하길 추천한다.
‘크립’ 기능은 온, 오프 두 가지 중에 선택 가능하다. 자동변속기 장착 차량이 서서히 앞으로 굴러가는 모습을 ‘크리핑’이라고 하는데, 이걸 켜면 도로 정체 상황에서 가속 페달을 밟을 일이 줄어든다. 그만큼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고 운전도 편해진다.
스티어링은 ‘가볍게, 표준, 단단하게’ 세 가지 모드가 마련된다. ‘단단하게’ 모드는 확실히 스티어링이 묵직해져 고속에서 좀 더 안전한 주행을 도와준다.
패키지 옵션은 파일럿 라이트(259만원)와 파일럿(399만원), 플러스(499만원), 퍼포먼스(649만원) 등 네 가지로 마련된다. 싱글 옵션인 20인치 휠과 통풍 및 나파 가죽시트는 각각 149만원과 449만원으로 책정했다. 플러스 패키지는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와 스티어링 휠&뒷좌석, 와이퍼 노즐 열선 적용, 위브 테크(Weave Tech) 시트, 무선 충전 기능 등이 추가된다.
주행 성능을 극대화하는 퍼포먼스 팩(Performance Pack)은 ▲조정 가능한 올린스(Ohlins) 듀얼 플로 밸브 서스펜션 ▲골드 브렘포 4핀 알루미늄 프런트 캘리퍼, ▲20인치 4-Y 스포크 블랙 고광택 알로이 휠 및 퍼포먼스 타이어, ▲스웨디시 골드 컬러의 안전벨트, ▲고광택 블랙 루프 세그먼트 등이 포함돼 있다. 퍼포먼스 팩을 타본 기자는 “주행성능이 확 달라져서 깜짝 놀랐다”라며 강력히 추천했다.
폴스타2는 실용성 높은 싱글 모터 모델과 고성능의 듀얼 모터 두 가지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일반적으로는 싱글 모터 모델로 충분할 것 같고, 스포츠카 같은 성능을 원한다면 듀얼 모터에 퍼포먼스 팩까지 더한다면 된다. 싱글 모터 모델의 기본 가격은 5490만원, 듀얼 모터 모델은 5990만원으로 듀얼 모터 모델의 가성비가 더 좋다.
무엇보다 순수 전동화 브랜드로서 ‘친환경’과 관련된 탄탄한 스토리를 갖췄다는 게 이 브랜드의 힘이다. 2023년부터 ‘폴스타3’를, 2026년에는 ‘폴스타6’를 내놓을 폴스타의 행보를 지켜보는 일도 흥미로울 것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