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트럭코리아가 국내에 대형 전기 트럭 도입 계획을 밝힌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정확한 출시 시점조차 잡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볼보트럭은 지난 2018년 자사의 중형 전기 트럭 모델인 FL, FE 일렉트릭(Electric)을 최초로 공개하며 스웨덴에서 시범 주행을 시작했다. 소음과 매연이 없어 야간에도 물류 운반 및 청소 목적의 도심 주행에 적합하도록 개발된 중형 전기 트럭은 2019년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했다. 이어 2021년에는 유럽에서 판매하는 모든 트럭 라인업의 전기 트럭을 출시하며 전동화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볼보트럭은 중형에 이어 2022년 8월, 대형 FH, FM 및 FMX 일렉트릭의 본격 양산과 함께 고객 인도를 시작했다.
볼보트럭코리아가 전기 트럭 도입 계획을 밝힌 건 지난 2022년 2월 11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박강석 사장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대형 트럭의 전동화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으며, 볼보트럭은 지금이 전동화를 추진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했다”라며, “인증 소요 시간, 보조금 및 충전 인프라 등의 선제 조건에 따라 변수가 있겠지만,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제조사로서의 대고객 및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2023년 볼보 대형 전기 트럭의 국내 고객 인도를 목표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렇게 밝힌 시점부터 2년이 흐르도록 출시가 되지 않는 건 무엇 때문일까? 이에 대해 볼보트럭 홍보 관계자는 “정부와 보조금 지급 문제가 결론이 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강석 사장이 언급한 보조금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세계 각국은 전기차 보조금을 삭감하거나 폐지하는 추세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캐즘(보급 성숙기 이전에 나타나는 수요 정체)' 현상 때문에 수요가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차가 보급되어도 화력 발전이 줄어들지 않으면 탄소 감축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보조금 확대를 막는 걸림돌이다.
여기에 국내에서 대형 전기 트럭에 보조금을 지급한 사례가 전무(全無)한다는 점도 애로점으로 꼽힌다. 현대자동차는 수소 전기 트럭인 엑시언트 FCEV를 판매하고 있으나 대형 전기 트럭은 판매하고 있지 않다. 국내 업체가 팔지 않는 분야에서 대당 수천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될 경우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볼보트럭 측도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볼보의 전기 트럭이 내연기관 트럭보다 배출량이 많다”라고 인정하고 있다. 다만 디젤 트럭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의 약 90%는 실제 주행 과정에서 비롯되지만, 전기 트럭은 주행이 시작되면 재생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사용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0까지 감소하는 시점이 도래하므로 전체 수명주기에 걸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기 트럭이 큰 차이로 낮아진다는 게 볼보트럭 측의 주장이다.
결국 관건은 대형 전기 트럭 운행으로 인해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까지 세금을 어느 정도로 투입해야 적당하냐를 판단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한 공론화나 합의점 없이 수입차에만 특혜를 주는 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판단이다. 볼보트럭이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대형 전기 트럭을 한국에 도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