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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시' 제대로 잘 만든 장르물 하나, 대세 로코 안 부럽다

발행일 : 2024-05-14 10:54:52
'크래시' 제대로 잘 만든 장르물 하나, 대세 로코 안 부럽다

요즘 대세 로코가 부럽지 않은, 제대로 잘 만든 장르물이 안방극장에 상륙했다.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가 첫 방송부터 박준우 감독표 유쾌한 리얼 수사극 속에 펼쳐진 이민기-곽선영-허성태의 ‘나이스 플레이’로 모두가 기다렸던 웰메이드 장르물의 탄생을 알렸다.

지난 13일 방송된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연출 박준우, 극본 오수진, 기획 KT스튜디오지니, 제작 에이스토리) 1회가 노브레이크 직진 수사극에 완벽하게 시동을 걸었다. 먼저 빈틈없이 치밀한 전개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엇 하나 허투루 지나칠 수 없게 촘촘히 설계된 모든 단서가 유기적으로 얽혔기 때문. 이날 방송의 포문을 연 대규모 쓰던차 사기단은 차로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사기단을 대거 검거하는 쾌거에도 주목받지 못하는 교통범죄수사팀(TCI, Traffic Crime Investigation)의 입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단신 기사는 후에 연쇄살인범이 TCI의 존재를 눈치채고 사건을 전환시키는 수단으로 이어지는 전개 등이 대표적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심각하지만은 않았다. 특히 이미 예고됐던 TCI 5인방의 유쾌한 캐릭터 플레이는 장르물의 진입장벽을 낮춘 일등 공신이었다. ‘엘리트 너드미’를 무심한 듯 뿜어내며 차연호란 캐릭터를 ‘딱맞춤’으로 연기한 이민기는 앞으로 TCI의 브레인으로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재치 넘치는 대사 티키타카와 뜨거운 에너지로 웃음까지 꽉 잡은 곽선영-허성태-이호철-문희는 자기 자리에서 200%의 역할을 해내며 ‘원팀’의 강력한 시너지를 발산했다.

박준우 감독은 하이퍼 리얼리티를 극대화한 명불허전 연출력에 보복 운전으로 위협하는 조폭 일당을 혼쭐낸 통쾌한 카액션까지 더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한 시간을 선사했다.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경찰청 사람들’을 패러디한 에필로그에선 보복운전에 대해 다루며 유익한 정보까지 제공했다. 드라마에서 최초로 내세운 ‘교통범죄’라는 소재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얼마나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지 보여주며 재미까지 잡은 일석이조의 센스였다. 이렇게 스릴러, 액션, 웃음, 정보까지 다 섭렵한 ‘크래시’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장르물의 한계를 보란 듯이 뛰어넘었다.

이날 방송은 보험조사관 차연호(이민기)와 TCI 에이스 반장 민소희(곽선영)의 아찔한 첫 만남으로 막을 열었다. 대규모 쓰던차 사기단 30여명을 일망타진하고, 조서를 작성하는 민소희에게 대뜸 명함을 내미는 남자, 바로 보험사기 조사관 차연호였다. 사기단 일원으로 오해받아 민소희의 마라 주먹을 맛본 것도 모자라 연행까지 된 것. 차연호는 쓰던차 매매시장에 간 이유가 차로 사람을 죽인 노인 연쇄살인사건 조사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그동안 모았던 자료를 건넸다. 형사과 사건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민소희는 가깝게 지냈던 봉순 할머니의 사망을 계기로 이 사건에 주목했다.

유력 용의자 정호규(배유람)는 지난 2년여 동안 무려 4건의 교통사고를 일으켜 사상자를 냈지만, 모두 과실치사로 종결돼 풀려났다. 피해자 모두 변변한 가족이 없는 고령의 노인이라 유가족과의 합의가 용이했다. 신용불량자인 그가 지나치게 많은 운전자 보험에 가입, 형사 합의 지원금으로 1억 2천여 만원이나 수령했지만, 합의금은 미비한 금액에서 해결됐다. 정황상 보험금을 노린 고의적 살인이 분명해 보였지만, 이미 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판결 난 사건을 뒤집기는 어려워 보였다.

TCI는 직접 증거를 찾아 나섰지만, CCTV나 블랙박스 등 확보된 증거가 없었고, 사고 차량은 모두 즉시 폐기된 상황. 유가족들은 하나 같이 “교통사고란 게 잠깐 정신 팔면 벌어지는 것 아닌가. 젊은 사람 앞길 막는 건 아닌가 싶어 오히려 미안했다”며 정호규의 감정 호소에 넘어간 듯했다. 민소희와 정채만(허성태) 팀장이 직접 만난 정호규가 세상 죄 없는 눈빛으로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걸 보니,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사고 시뮬레이션을 하기 위해 봉순 할머니의 사망 현장을 찾은 민소희는 차연호와 다시 한번 마주쳤다. 차연호는 사고 당일 차량의 마찰계수, 타이어의 마모 흔적인 요마크 등을 분석, 정호규가 피해자를 고의적으로 들이받기 위해 핸들을 꺾었다는 점을 피력했다. 또한, 앞선 세 건의 사고로 미뤄보아, 그가 한 달 이내에 또다시 쓰던차를 구입할 것이라 전망하며, 정호규가 사망 시 형사합의지원금에 대해 노골적으로 묻는 콜센터 상담 녹음 파일을 건넸다. 이에 파일을 면밀 검토하던 민소희가 ‘귀인’을 낚았다. 얼마 전 검거한 사기단 보스 조석태(이규원)를 통해 정호규가 쓰던차를 구입했던 것. 조석태에 따르면, 정호규는 연식이 오래된 제일 싼 경차만 구입했고, 반년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비슷한 차량을 찾았다.

이에 TCI는 조석태를 이용해 덫을 놓았다. 정호규가 구입할 쓰던차에 미리 위치추적기와 카메라를 설치, 잠복수사에 돌입한 것. 차연호의 예상대로, 그는 다음 타깃으로 정한 할머니의 가족관계와 하루일과까지 파악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정호규의 차량을 뒤쫓던 민소희가 브레이크를 밟는 정도가 다르다는 미세한 변화를 포착했다. TCI의 추적을 눈치챈 정호규가 그 사이 직거래로 차량을 판매하고 도주한 것이다. 행방이 묘연해진 정호규가 모습을 드러낸 건, 자신을 속인 조석태가 있는 쓰던차 매매 시장이었다. 조석태를 향해 분노의 질주를 하던 아찔한 순간, 자전거로 몸을 내던져 이를 저지한 건 바로 차연호였다. 차연호가 사고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충격 엔딩이 첫 회부터 안방극장을 강타했다.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 2회는 오늘(14일) 화요일 밤 10시 ENA에서 방송되며, 지니 TV, 지니 TV 모바일에서도 동시 공개된다.

이준수 기자 (junsoo@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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