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페형 SUV의 역사는 길게 잡아도 20년이 채 안 된다. 특히 중대형 쿠페형 SUV 시장에서는 2007년에 나온 BMW X6가 선구자다. 어떤 이는 쌍용 액티언이 효시라고 말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짧고 껑충한 액티언에 비해 X6는 날렵한 스타일과 강력한 성능이 조화를 이뤄 지금까지 롱런하고 있다.

3세대 X6(G06)는 2019년에 등장했고, 부분 변경 모델은 2023년 중순에 선보였다. 2세대 모델보다 한결 날렵해진 스타일에 30d, M50d 두 가지 디젤 모델로 출시된 이 차는 데뷔 때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인기의 비결은 멋진 외관과 인테리어, 넓은 트렁크 공간, 뛰어난 주행성능과 승차감이 꼽힌다. 쿠페형 SUV이지만 뒷좌석 공간도 넉넉한 편이고, 특히 넉넉한 적재공간을 갖춘 트렁크도 활용성이 높다. 특히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면서 만족도가 아주 높아졌다.

현재 판매되는 모델은 디젤 1종(30d), 가솔린 3종(40i M60i, X6 M) 등 네 가지로 나온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286마력/66.3㎏·m, 381마력/53.0㎏·m, 530마력/76.5㎏·m, 625마력/76.5㎏·m다. 디젤의 시대가 저물고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좋은 연비와 토크를 선호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으므로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시승차는 중간급인 40i다. 3세대 초기 모델은 40i의 주행감각이 약간 갑갑했는데, 부분 변경을 거치면서 확실히 달라졌다. 공차중량이 2320㎏에 이르는 40i는 라인업 중 가장 가벼운 무게와 중저속 토크가 두툼한 파워트레인 덕분에 초반부터 몸놀림이 가볍다. 특히 1850rpm에서 5000rpm까지 고르게 뿜어주는 53.0㎏·m의 토크가 일품이다.

뛰어난 가속감은 강력한 엔진의 파워뿐 아니라 변속기와의 조화 덕분이다. 8단 자동변속기는 기어비를 잘게 쪼개서 381마력의 출력을 세심하고 기민하게 뿜어준다.

타이어는 앞 275/40 R21, 뒤 315/35 R21이다. 편평률이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서스펜션 조율이 잘 되어 있어서 통통 튀지 않고 적당한 탄력과 안락함을 보여준다. 겨울철에는 시승차에 꼭 윈터 타이어를 장착하는 BMW 코리아의 센스도 칭찬할 만하다. 당연한 상식 같지만, 다른 수입차 업체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만 차급에 맞지 않는 시프트 패들은 '옥에 티'다. 저렴해 보이는 재질의 플라스틱을 쓴 데다 손가락에 닿는 감촉도 좋지 않다. M 모델에 달리는 고급스러운 재질과 대비된다.

또 한 가지 불편한 점은 뒷유리에 와이퍼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유리가 많이 누워있는 쿠페형 차들은 와이퍼를 달기 힘들긴 하다. 그래도 간혹 뒤쪽을 살필 때 와이퍼가 유리를 깨끗이 닦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이런 구조는 우리 위쪽에 와이퍼를 장착하는 방법도 있는데, 다음 모델 체인지 때는 고려하면 좋겠다.

이 차의 인증 연비는 도심 8.8㎞/ℓ, 고속도로 10.4㎞/ℓ이고, 성인 두 명이 타고 고속도로를 위주로 달린 이번 시승에서는 9.5㎞/ℓ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차급을 고려할 때 나쁘지 않은 연비다. 다만 X5는 PHEV인 50e가 있는데, 같은 플랫폼을 쓰는 X6는 왜 없는지 궁금해진다. BMW 담당자는 “X5와 제품 차별화를 위해 그런 것 같다”라면서 “X5 50e 타는 고객들의 만족도는 아주 높다”라고 귀띔한다. 그렇다면 X6에도 PHEV를 추가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 차의 경쟁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GLE 쿠페와 아우디 Q8, 포르쉐 카이엔 쿠페, 제네시스 GV80 쿠페가 꼽힌다. 이들 모델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을 살펴보면, X6는 3538대, GLE 쿠페가 1641대, 아우디 Q8은 647대, 포르쉐 카이엔 쿠페는 1958대이며, 쿠페형을 따로 집계하지 않는 GV80의 지난해 총 판매 대수는 3만9369대다. 국산차인 GV80을 제외하면 X6의 판매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만큼 시장에서 호평받는다는 증거다.

X6의 가격은 30d가 1억2460만원, 40i는 1억3060만원, M60i는 1억6020만원, 뉴 X6 M 컴페티션이 1억9390만원이다. 경쟁 모델인 더 뉴 GLE 400 e 4MATIC 쿠페는 1억3200만원, 450 d 4MATIC 쿠페는 1억3760만원, AMG 53 4MATIC+ 쿠페는 1억6120만원이다. 카이엔 쿠페는 선택 사양이 상당히 많아서 비교하기가 힘들다.

중대형 SUV를 찾는다면 X6와 GLE 쿠페, 카이엔 쿠페 등 세 모델을 꼭 비교해보고 선택하길 권한다. X6 중에는 가격이나 성능으로 볼 때 40i 정도면 매우 만족스러우리라 생각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