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 팰리세이드, 새 영역을 개척하다](http://img.etnews.com/news/article/2025/02/03/news-p.v1.20250203.c3a639779d7c49cfb2f187d53c5189ec_P1.jpg)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지난 2018년 12월에 데뷔했다. 베라크루즈, 맥스크루즈의 자리를 이어 현대차의 플래그십 SUV로 등장한 이 차는 놀라운 가성비와 넓은 실내 공간으로 한국과 미국 등지에서 인기를 끌었다. 차명인 팰리세이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고급 주택단지인 '퍼시픽 팰리세이즈(Pacific Palisades)'에서 따온 것이다.
1세대 팰리세이드가 특히 인기를 끈 건 높은 가성비였다. 데뷔 때 가격이 가솔린 3475만~4080만원, 디젤 3622만~4227만원(이상 옵션 별도)으로 싼타페와 큰 차이가 없었다. 마침 대형 SUV 인기가 올라가는 분위기여서 팰리세이드의 인기는 더욱 뜨거웠다.
최근 현대차가 선보인 2세대 팰리세이드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한 차다. 전작이 가성비를 내세운 대형 SUV인 데 비해, 신형은 호화로움을 강조하면서 가격을 대폭 올렸다. 가장 저렴한 가솔린 2.5 9인승 모델이 4383만원이고, 가장 비싼 모델은 하이브리드 7인승으로 6326만원이다. 여기에 풀 옵션을 갖추면 7032만원이 된다. 최고급 모델 기준으로 2300만원 이상 올랐으니 '비싸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시승기] 현대 팰리세이드, 새 영역을 개척하다](http://img.etnews.com/news/article/2025/02/03/news-p.v1.20250203.e2578c9b7a7a4ba6bd04cff21a6c5270_P1.jpg)
그러나 실물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내·외관이 구형보다 훨씬 고급스러워진 데다, 9인승까지 마련해 선택의 폭을 훨씬 넓혔다.
차체 크기는 5060㎜, 너비 1980㎜, 높이 1805㎜이고, 휠베이스는 2970㎜다. 구형의 크기(4980×1975×1750㎜, 휠베이스 2900㎜)에 비해 모든 면에서 커졌다. 대신 공차중량도 늘었다. 구형은 가솔린 3.8이 1870㎏이었는데, 신형은 2020~2140㎏으로 무거워졌다.
늘어난 차체 길이 70㎜는 휠베이스 증가분과 똑같다. 즉, 앞뒤 오버행은 그대로 두고 실내 공간을 늘리는 데 집중했음을 알 수 있다.
실내 공간이 커지면서 9인승도 새롭게 추가됐다. 1열부터 3열까지 골고루 3인승 시트가 적용된 것. 하지만 1열은 성인 세 명이 앉기에 무리다. 시승 행사 때 후배 기자에게 1열 가운데 시트에 앉아보라고 했더니 운전자와 어깨가 닿았다. 이 자리는 반려동물을 앉히거나 짐을 놓는 게 어울려 보인다. 시트를 쓰지 않는다면 접어서 센터콘솔로 활용할 수도 있다.
![2열 시트](http://img.etnews.com/news/article/2025/02/03/news-p.v1.20250203.af1c63475f0c4c2c94bc431bc9623818_P1.jpg)
대신 9인승이 되면 6명 이상 승차할 때 고속도로 전용차선을 탈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기아 카니발도 그걸 목적으로 타는 이들이 많은데, 현대차는 이 부분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늘어난 휠베이스의 직접적인 혜택은 2열과 3열이다. 일반적으로 3열 시트는 성인이 앉으면 불편한데, 팰리세이드는 꽤 넉넉하다. 키 177㎝인 기자가 앉았을 때 헤드룸과 레그룸에 여유가 있어서 장거리 여행도 불편하지 않겠다. 특히 원터치로 이동이 가능한 2열 시트를 마련해 3열 탑승도 번거롭지 않다.
운전석 공간도 상당히 고급스러워졌다. 구형은 대시보드에 달린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고 센터콘솔의 버튼을 조작해 기어를 움직였는데, 신형은 스티어링 칼럼에 달린 전자식 변속 칼럼에 시동 버튼까지 달려서 손의 움직임이 훨씬 간단해졌다.
![[시승기] 현대 팰리세이드, 새 영역을 개척하다](http://img.etnews.com/news/article/2025/02/03/news-p.v1.20250203.6b63d6aab1764bcd9c639481394bc132_P1.jpg)
2열 시트에는 옵션으로 '다이내믹 보디 케어' 기능이 마련된다. 버튼을 누르면 단계별로 마사지 기능이 작동해 탑승자를 편하게 해주는 기능이다. 실제로 작동해보니, 몸은 시원해지는데 소음과 진동이 약간 있다. 옆자리에서도 '부르르' 소리가 들릴 정도인데, 소음과 진동을 조금 줄이는 게 좋겠다.
파워트레인은 281마력 2.5 가솔린 터보와 334마력 2.5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등 두 종류다. 2.2 디젤과 3.8 가솔린으로 선보였던 구형과 완전히 다른 접근방법이다. 디젤의 인기가 하락하는 현상과 다운사이징의 추세를 고스란히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형은 2.2 디젤로 좋은 연비(12.6㎞/ℓ)를, 3.8 가솔린 엔진으로 높은 출력(295마력)을 구현했는데, 신형은 하이브리드가 디젤 역할을 맡고 2.5 가솔린 터보로 3.8 엔진 역할을 하도록 했다. 시승 행사에는 2.5 가솔린 터보가 나왔고, 하이브리드 모델은 나중에 추가된다.
![[시승기] 현대 팰리세이드, 새 영역을 개척하다](http://img.etnews.com/news/article/2025/02/03/news-p.v1.20250203.37bfccf5ec90403882d2c0759b479a10_P1.jpg)
큰 차체에 2.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은 다소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각 기어 단수의 허용 회전수를 높게 설정해 가속 페달을 밟는 대로 즉각적인 변속이 이뤄지고 속도를 높인다. 물론 그에 따라서 소음은 늘어나지만, 귀에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특히 구형에서 흠결로 지적된 노면 소음이 신형에서는 크게 줄었다. 덕분에 일정한 속도로 순항하면 실내는 아주 고요해진다.
주행모드 설정이 간편해진 것도 눈길을 끈다. 현대차는 다양한 주행모드 설정 방법을 각 차에 적용했는데, 대체로 센터콘솔 쪽에 버튼을 마련하고 순차적으로 모드가 변하는 방식을 쓴다. 그런데 팰리세이드는 대시보드에 살짝 튀어나온 버튼을 올리거나 내려서 모드를 선택하도록 했다. 앞서 언급한 방식은 모드 버튼을 보기 위해 시선이 아래로 이동해야 하지만, 새로운 방식은 손만 움직여도 조작할 수 있다. 안전과 편의를 위해 진일보한 방식이다.
![3열 시트](http://img.etnews.com/news/article/2025/02/03/news-p.v1.20250203.14c1e4fcac864eaeb03a90faa0d56a9d_P1.jpg)
승차감은 대체로 안락함에 방점을 찍었다. 운전자 혼자 탄 상태여서 승차 인원을 꽉 채우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으나, 구형보다는 부드러워진 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조금 과격하게 방향을 전환하면 차체가 휘청일 때도 있다.
타이어는 휠 크기별로 세 종류를 적용했다. 235/65 R18은 넥센, 255/50 R20은 금호, 265/45 R21은 피렐리가 장착된다. 회전 저항 등급(RRC)은 넥센과 금호가 1등급이고 피렐리는 2등급이며, 젖은 노면 제동력 지수(G)는 넥센과 금호가 3등급, 피렐리는 2등급이다. 타이어 소음도는 넥센과 피렐리가 A등급, 금호가 B등급이다. 시승차에는 피렐리가 장착됐는데, 포장도로에서는 전반적으로 무난했다.
인증 연비는 2WD 18인치 모델이 복합 9.7㎞/ℓ로 가장 우수하고, AWD 21인치 모델이 8.2㎞/ℓ로 가장 낮다. 구형보다 커진 차체에 21인치 휠까지 넣으면 아무래도 연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소 아쉬운 연비는 앞으로 추가될 하이브리드 모델이 보완해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현대차가 내놓은 차들은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종합적으로 우수해서 기대를 모은다.
![[시승기] 현대 팰리세이드, 새 영역을 개척하다](http://img.etnews.com/news/article/2025/02/03/news-p.v1.20250203.1ee63c91865a4e2eb0adf255b62fe2c8_P1.jpg)
시승차의 가격은 4447만원(익스클루시브)부터 5022만원(프레스티지), 5706만원(캘리그래피)까지 세 가지 그레이드로 나뉜다. 최고급형인 캘리그래피에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시스템을 비롯해 나파 가죽 에르고 모션 시트, 헤드업 디스플레이,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등 다양한 편의장비가 기본 장착된다. 여기에 듀얼 와이드 선루프, 빌트인 캠,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2열 다이내믹 보디 케어 시트,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순정 액세서리를 더하면 7032만원이 된다.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현대차의 플래그십 SUV인 데다 제네시스 GV80과의 가격 차이를 감안하면 이해되는 가격이다. 특히 GV80보다 실내 공간이 훨씬 넓으므로 수요층은 골고루 나뉠 것으로 보인다.
팰리세이드는 넓어진 공간으로 미니밴 시장까지 공략할 전망이다. 많은 인원이 레저활동을 즐기는 용도라면 아주 잘 어울리는 차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