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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의 달인, 폭스바겐 티구안의 자동주차기능

발행일 : 2008-09-19 22:38:34

폭스바겐 티구안의 파크 어시스트지난 7월초 국내시장에 출시된 폭스바겐 티구안은 2.0 TSI(가솔린)와 2.0 TDI(디젤)의 두 가지 모델로 판매되고 있으며, 가격과 일부 사양이 다르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주차 보조장치인 ‘파크 어시스트(Park Assist)’를 장비하고 있다. 파크 어시스트라고 하면 말 그대로 주차시 편의를 제공하는 전/후방 감지센서나 카메라 종류를 모두 지칭하는 것이 되겠지만 폭스바겐에서는 이를 자동주차장치에 한정하고 있다. (주차센서는 ‘파크 파일럿(Park Pilot)’이라 부른다.) 즉, 폭스바겐의 파크 어시스트는 단순히 주위의 장애물을 확인시켜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몸소 자동차의 주차를 대행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주차보조장비중 다방면에서 가장 유용한다고 생각되는 것은 인피니티의 어라운드 뷰 모니터(사진)이다. 그에 비하면 카메라가 한 개도 달리지 않았고 센서에 잡힌 장애물의 위치나 거리가 표시되는 것도 아닌 티구안의 파크 어시스트는 차라리 열악하다고 할 수 있다. 주위상황의 시각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분명 그렇다. 대신 티구안의 시스템은 한가지 용도에 특화를 하고 있으며 이 부분에서만큼은 다른 어느 시스템보다도 앞서가고 있다. 한가지용도라 함은 차선에 나란한 방향으로 주차하는 일렬주차를 말하며, 이 과정에서 운전자는 가감속 및 전후진 전환 조작만 맡으면 되고 나머지는 시스템이 알아서 해준다. 사실 주차시의 주변상황을 아무리 잘 꿰고 있다고 해도 –심지어 차 밖에서 360도를 감시하며 원격조종한다 쳐도 – 차를 어디로 얼만큼씩 움직이며 왔다 갔다 해야 주차가 끝난다는 감을 잡지 못하면 주차는 여전히 식은 땀나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티구안의 시스템은 한가지 용도에서나마 훨씬 효과적인 도움을 주는 장비인 셈이다. 시스템에서 핵심역할을 하는 것은 앞범퍼 측면에 장착된 초음파 센서이다. 다른 주차센서들과 달리 완전히 측면을 바라보고 있는 이 센서를 통해 차가 이동하는 동안 주변(측면) 상황에 대한 일종의 스캐닝이 이루어지고, 기준점으로 삼은 장애물과의 거리파악을 통해 차량의 통제가 가능해진다. 여기서는 카메라 장비 등을 통해 주차라인이나 주변상황을 인식하는 것이 아님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비유하자면 빈 의자를 눈으로 확인한 뒤 앉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은 채 지팡이로 여기저기 두들겨보고 엉덩이를 들이미는 셈이다. 자동주차시스템의 작동 스위치는 변속 레버 앞부분에 있다. 정차 중이건 이동 중이건 아무 때나 켤 수는 있지만 실제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은 규정속도(35km/h)이하에서다. 또, 주차하려는 곳에 바싹 다가간 다음에 스위치를 누르는 것은 소용없다. 시스템이 켜진 뒤 10km/h이상으로 주행한 다음이라야 주차공간의 식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육안으로 주차 가능한 공간을 파악했다 하더라도 미리부터 적당한 측면거리(0.5~1.5미터)와 속도를 유지하고 접근하지 않으면 시스템의 주차공간 인식은 실패하게 된다. (주차공간은 차의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상관없다. 기본모드는 오른쪽으로 되어있지만 왼쪽 깜빡이를 켜면 왼쪽 주차모드로 전환된다. 여기서는 오른쪽 길가에 주차하는 경우에 대해 설명을 이어간다.) 이 자동주차시스템을 시연할 때는 앞뒤로 차가 서있고 그 가운데 빈 공간에 주차하는 경우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기준점으로 삼을 차가 한대만 있으면 되며, 심지어는 차가 아니라 적당한 크기의 물체(건물, 담벼락 등)여도 상관없다. 센서가 감지해 빈 공간과 찬 공간(?)의 차이만 구분할 수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대신 앞범퍼 측면의 센서가 훑고 들어가며(?) 주차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준점이 되는 장애물의 뒤로만 주차가 가능하다. 응용하자면 좁은 골목길 등에서 마주 오는 차에게 양보하기 위해 자신의 차를 뒤편의 여유공간까지 후진시킬 때에도 활용 가능할 것이다.

단계별 계기판 표시화면 (독어버전)

시스템의 작동상황은 계기판 가운데의 화면을 통해 표시되는데, 주차공간이 인식됐다는 화면이 뜨더라도 곧바로 주차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후진하라는 표시로 바뀔 때까지는 전진을 계속해야 한다. 한번에 후진해서 들어갈 수 있는 위치까지 전진하는 것이다. 물론 이에 맞춰 급정거를 할 필요는 없다. 조금 더 앞으로 나간 것 정도는 눈감아 준다.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정지시킨 상태로 변속레버를 R위치에 놓으면 시스템의 본격적인 활약이 시작된다. 계기판 화면에는 조향 개입이 시작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주변을 살피라는 경고가 뜬다. 센서가 파악한 상황은 완벽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짧은 사이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 수도 있으니까.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고 브레이크 페달을 천천히 놓아주면 차가 뒤로 움직이면서 스티어링휠이 귀신 들린 것처럼 흔들든들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기서 차가 뒤로 움직이는 것은 자동변속기 차량의 클리핑 현상에 의한 것이지 시스템이 제어하는 부분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조향 외의 조작은 순전히 운전자의 몫이다. 문제발생시의 위험 및 책임(?)을 줄이기 위해서다. 자동변속기 차량인 만큼 평지에서는 브레이크페달을 살며시 밟았다 뗐다 하는 정도로 부드럽게 주차를 마무리할 수 있지만, 경사진 곳이거나 짐이 많이 실린 상태라면 가속페달을 밟거나 브레이크 페달을 더 조심해서 조작해야 할 일도 생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속도가 7km/h이상으로 높아지거나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을 조작하면 자동주차시스템이 해제되면서 스티어링휠의 힘이 풀리니 주의해야 한다. 속도조절만 잘해주면 차는 물 흐르듯 부드럽게 빈 공간으로 엉덩이를 밀어 넣는다. 스티어링휠이 오른쪽으로 감겼다가 다시 왼쪽으로 감기고 나면 차는 어느새 주차 공간 안에 들어가 있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주차공간에 쏙 들어가서 ‘적당한 위치’까지 후진했으면 스티어링 휠을 오른쪽으로 감고 다시 전진하면서 수평 및 앞차와의 거리를 맞춰야 하는데, 그 ‘적당한 위치’를 운전자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차는 후방 주차센서의 경고음을 통해 장애물의 유무만 알려줄 뿐, 언제쯤 다시 전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이다. 어차피 시스템은 주차환경을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센서로만 파악하므로 주차라인이나 측면의 보도블록, 배수로 등은 인식하지 못한다. 뒤에 차가 없다고 마냥 후진하다가는 측면 장애물에 차체나 휠을 긁어먹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심하게 얘기하면 주차공간 바로 옆이 낭떠러지라 할지라도 시스템을 이를 알지 못한다. 계기판에 떴던 경고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적당한 위치’까지 후진했으면 다시 브레이크를 밟고 변속기를 D위치로 바꿔준다. 그러면 스티어링휠이 잽싸게 오른쪽으로 끝까지 감아지고, “띵~” 하는 경고음과 함께 시스템의 작동이 끝난다. 주차는 끝나지 않았지만 시스템이 도움을 주는 것은 여기까지라는 얘기. 화면에는 스티어링 휠을 붙잡고 주차를 완료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이후의 조작 - 앞으로 ‘적당히’ 전진해 수평을 맞춘 뒤 스티어링휠을 직진방향으로 풀어주는 것-은 운전자가 마무리하게 된다. 주차라인 안에 차를 얼마나 ‘예쁘게’ 세우는 지는 시스템이 아니라 운전자의 숙련도에 달려있는 셈인데, 사이드미러를 아래쪽으로 내려 주위를 살피는 정도의 수고면 주차치들도 안전하고 신속하게* 그리고 폼나게 주차를 완료할 수 있다. (*숙달되면 후진기어를 넣은 뒤 15초 만에) 이러니 저러니 해도 막상 써보면 아주 재미있고 유용한 장비이다. 설사 주차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스티어링 휠을 잡아 돌려주는 ‘보이지 않는 손’을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해외 옵션에 있는 후방카메라라든지 자동하향 사이드미러 등이 함께 달렸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주차편의 한가지를 위해 차 값을 마냥 올려놓을 수도 없는 일이긴 하다. 폭스바겐의 파크 어시스트는 지금으로부터 딱 2년 전인 2006 파리모터쇼에서 소형 MPV인 투어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장착돼 세계 첫 선을 보였으며, 지금은 파사트, 파사트 CC, 티구안 등에도 적용되고 있다. 새로 나온 골프(6세대)에서도 옵션으로 이 장비를 선택할 수 있다. 다른 메이커 중에서는 일본의 토요타가 일렬주차는 물론 T형 후진주차까지 가능한 좀더 복잡한 자동주차시스템을 상용화해 프리우스와 렉서스LS에 적용했지만국내에는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티구안이 첫 테이프를 끊은 이래 9월에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마이비(MyB)가 비슷한 장비를 추가 적용하고도 기존 가격을 그대로 유지해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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