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뉴 3시리즈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BMW 세단으로서는 최초로 3시리즈에 디젤엔진이 얹혀 국내에 들어왔다. 320d에는 3세대 커먼레일 직분사 디젤 엔진이 얹히는데 최고출력 177마력과 35.7kg.m의 강력한 토크를 발휘한다. 탁월한 정숙성으로 디젤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며 강력한 토크는 한계령 고개에서도 스트레스 없는 주행을 제공한다. 일상에서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는 최고의 파트너임에 틀림없다. 글, 사진 : 박기돈 (RPM9 편집장)
스포츠 세단의 대명사 BMW 3시리즈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국내에 들어왔다. 2005년 데뷔한 코드네임 E90 3시리즈의 외관이 대폭 수정을 거쳤고 새로운 편의 장비도 추가되었다. 그리고 이번 뉴 3시리즈 국내 출시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BMW 세단으로서는 처음으로 3시리즈에 디젤 엔진이 장착된 점이다. BMW 디젤 세단들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뛰어난 성능과 높은 연비로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몇몇 고성능 디젤 세단은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강력한 성능으로 외국 전문지의 격찬을 받기도 했었다. 그 동안도 국내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었는데 비록 일부 모델이긴 하지만 BMW 디젤 세단이 마침내 국내에 상륙하면서 향 후 라인업이 더 다양해지길 기대하는 마음 또한 커지고 있다. 이번에 처음 들어온 BMW 디젤 세단은 3시리즈에서 320d와 5시리즈에서 520d, 535d 이렇게 총 3가지다. 320d와 520d는 전형적인 패밀리 세단으로서의 가치가 높고 535d는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고성능 스포츠 세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잠깐 BMW의 디젤 엔진에 대해 사족을 달자면 320d와 520d에 장착된 4기통 2리터 디젤 엔진과 330d, 530d에 장착되는 직렬 6기통 3리터 디젤 엔진은 3세대 커먼레일 직분사 타입으로 디젤 라인업의 주종을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335d와 535d에 장착되는 직렬 6기통 3리터 트윈터보 커먼레일 직분사 엔진은 가솔린 트윈터보 직분사 엔진과 함께 고성능 엔진 라인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엔진이다. 이번에 320d, 520d와 함께 535d가 들어오게 된 것은 자동차 매니아의 한 사람으로서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다. 좀 더 욕심을 내자면 향후 335d가 들어와서 진정한 디젤 퍼포먼스를 보여 주길 기대해 본다.
BMW 그룹 코리아는 디젤 세단 국내 출시를 기해 3가지 디젤 세단 모델과 기존 SUV 디젤 모델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 그 성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디젤 드라이빙 행사를 개최했다. 15대 정도의 BMW 디젤 자동차들이 도산대로 BMW 코오롱 전시장을 출발해 강원도 양양에 있는 솔비치 리조트까지 다녀 오는 일정인데, 고속도로로만 달리지 않고 특별히 선택한 다양한 산악 고갯길을 달릴 수 있도록 코스가 짜여 디젤 자동차의 넉넉한 힘과 스포츠 세단의 진수인 BMW의 탁월한 주행 성능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3시리즈와 5시리즈 세단 차량의 숫자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모든 매체의 기자들은 이 차들을 타 볼 기회를 얻기 위해 진땀 나는 눈치 작전을 펼쳐야 했다. 뉴 3시리즈는 앞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윗 부분이 잘려져 있었던 키드니 그릴을 다시 이어 붙여 매끄럽게 다듬었다. 보닛을 따라 내려와 V를 이루는 범퍼 형상도 기존의 각진 스타일에서 훨씬 부드럽고 우아하게 다듬었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보닛 중앙 부에 2줄의 캐릭터 라인을 추가해 우아함 속에 역동성이 돋보인다. 이로써 전체적으로 어딘가 어색했던 앞모습이 잘 정돈된 느낌이다. 코로나 링이 독특한 듀얼 헤드라이트는 크롬 파츠가 보강되고 바이제논이 적용되었다.
옆모습에서는 개성 있었던 기존의 사이드미러가 커지고 언더 스커트 라인이 조금 변경되었다. 새로운 디자인의 16인치 휠도 기본형 휠임에도 상당히 멋진 모습이다. 뒷모습에서는 트렁크 후드부분의 리어 램프 라인을 변경해 전통적인 L자 형태의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로 돌아갔다. 범퍼 라인도 간결하고 부드럽게 처리해 전체적으로 부드러움이 많이 강조되었다.
인테리어는 상대적으로 변화의 폭이 적다. 뉴 3시리즈에서 새롭게 적용된 신형 iDrive나 80기가 하드디스크 같은 장비들은 320d 모델에는 적용되어 있지 않아 그 변화를 확인해 볼 수 없었다.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3시리즈 인테리어 디자인의 특징은 볼록한 면과 오목한 면을 교차시키는 외관에서의 독특한 면처리와 날카로운 선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점이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언제 보아도 스포티하고 BMW 답다. 잘 정돈된 계기판도 달리는 기능에 충실하고, 오래전부터 적용되어 온 순간 연비계는 최근 BMW가 주창하고 있는 ‘이피션트다이나믹스’와도 통하는 부분이다.
마침 연비계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번 행사의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자. 솔비치로 향하는 시승 구간 중 마지막 고개 구간에서 최고의 연비왕을 선발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연비가 뛰어난 디젤 엔진의 성격과 잘 맞는 행사인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차량을 테스트하면서 고갯길을 달리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연비 측정이라는 명목 하에 안전 주행을 유도하려는 주최측의 보이지 않는 음모(?)도 숨어 있음직한 이벤트였다. 마침 이 구간에서 우리 RPM9 팀은 320d를 운전하게 되었다. 참가 차량의 절반은 4륜 구동 SUV이고, 승용차 중에서도 5시리즈에 비하면 3시리즈의 연비가 좋을 것은 당연한 일이니 차량 배정에서 이미 우리 팀은 우위를 점했다고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좋은 기회를 얻었으니 연비왕을 노려 보기로 하고 출발과 함께 철저한 연비 주행을 해 나갔다. 절대 급가속하지 않고 앞쪽 도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가능한 한 미리 엑셀을 떼서 관성 주행을 많이 활용했다. 주행 중 계기판 우측 하단에 위치한 연비계를 끊임없이 주시하면서 주행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출발 시 순간 연비를 초기화 한 후 출발했는데 우리의 320d는 고갯길을 많이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트립 컴퓨터 상 구간 평균 연비가 무려 16.9km/ℓ에 이르는 아주 우수한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결과는 우리 팀이 경이로운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외 인테리어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320d 모델에는 센터 페시아에 모니터가 적용되지 않았고 그 아래 오디오와 에어컨 조작 패널이 조금 바뀌었다. 변속기도 조이 스틱처럼 가볍게 작동되는 신형 대신 기존의 자동 6단이 그대로 적용되었다. 엔진은 320d, 520d에 함께 얹히는 3세대 커먼레일 직분사 디젤엔진이 탑재되어 있다. 직렬 4기통 1,995cc에 최고출력 177마력/4,000rpm과 최대토크 35.7kg.m/1,750~3,000rp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연비는 유럽 기준으로 20.4km/ℓ로 나와있는데 이미 실제 주행을 통해 우수성을 확인한 바다.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28g/km으로 EU5 기준을 만족시키는 친환경성도 돋보인다. BMW는 유로 6와 북미 Tier2 BIN5를 클리어하는 ‘블루 퍼포먼스’ 클린 디젤도 이미 개발 완료해 2009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주최팀의 음모(?)에 휘말려 고갯길에서 320d를 테스트해야 하는 기자의 본분을 망각하고 최고 연비만 테스트하는 결과를 얻긴 했지만 다음 날 아침 우리 팀에게 다시 320d를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번에는 솔비치 리조트를 나와서 한계령 정상을 다녀오는 코스를 택했다. 출발부터 가뿐한 기분이 드는 건 역시 넉넉한 힘과 뛰어난 연비에 대한 기대감에서 생기는 듯하다. 저 회전부터 워낙 강한 토크가 발생하는 탓에 엑셀을 깊이 밟을 필요 없이 부드럽게 조작해도 320d는 즉각적인 반응과 함께 시원시원한 달리기를 제공한다. 제원상 0~100km/h 가속은 8초인데 느낌으로는 약간 더 빠른 느낌이다. 특히 중속에서의 재 가속은 역시 탁월하다. 다만 최근 워낙 조용한 디젤 차량들이 많이 등장한 것을 감안하면 소음과 진동은 평균 정도로 기대에 살짝 못 미친다. 엔진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3시리즈가 BMW 라인 업 중에서 낮은 급에 해당하다 보니 NVH 쪽에 덜 집중한 듯하다.
100km/h로 정속 주행할 때 6단의 회전수는 1,500rpm 정도다. 각 단에서의 최고속은 시승의 특성상 전 구간을 다 체크해 볼 수는 없었는데, 40, 75, 110, 150km/h 정도다. 한계령에 이르기 전 잠깐 펼쳐진 직선 구간에서 가볍게 200km/h를 넘긴다. 역시 고속에서의 안정성도 뛰어나다. 잠시 후 한계령 초입에 들어섰다. 이미 단풍은 절정을 지나 서서히 퇴색되기 시작했지만 산 아래는 그래도 화려함이 조금씩 남아있었다. 한계령을 오르는 320d는 발군의 다이나믹함을 과시했다. 예리한 핸들링과 넉넉한 파워가 한계령 오르는 길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320d는 비록 스포츠 세단의 대명사 BMW 3시리즈이긴 하지만 운동성을 극대화한 모델이라기 보다는 일상적인 주행에 비중을 둔 패밀리 세단의 성격이 더 강하다. 따라서 그에 맞게 타이어도 승차감과 연비에 초점을 맞춰 205/55R16 사이즈를 신었다. 이 정도 타이어로 한계령을 한계 속도까지 밀어 부치기에는 버거움이 있었다. 기대보다 먼저 타이어가 미끄러지기 시작했고 즉시 DTC가 개입해 자세를 바로 잡는다. 물론 DTC에 의지해 좀 더 과감하게 와인딩을 즐기는데도 전혀 문제는 없다. 그래도 역시 3시리즈가 아닌가?
한참을 신나게 돌아나가다 앞쪽에 급한 헤어핀 언덕을 발견하고 브레이킹 후 코너에 진입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언더 스티어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경험해 왔던 3시리즈에 비해 앞 머리가 무거운 느낌이었다. 이는 당연히 가솔린 엔진보다 무거울 수 밖에 없는 디젤 엔진을 얹었기 때문이다. BMW 측에서도 무게를 감안해 엔진 마운트를 조정해서 무게 배분을 최적화하였지만 상대적으로 앞이 약간 무겁게 느껴질 것이며, 같은 디젤 엔진이어도 차체가 더 큰 520d나 535d에서는 전혀 이런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산길 와인딩 주행에서 2단과 3단의 기어비 설정은 주행 특성에서도 차이를 나타내게 되는데, 320d는 회전수를 낮게 사용하는 디젤 엔진의 특성상 70km/h에서 3단으로 변속이 되므로 일부 급격한 헤어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코너를 3단으로 돌아나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2단으로 약 100km/h 내외를 커버하면서 코너를 돌 수 있는 차들에 비해서는 코너를 돌 때의 흥분이 다소 떨어진다. 미니로 와인딩을 주행할 때도 같은 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세팅의 차이를 감안하고 주행하면 한계령이든 미시령이든,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320d는 역시 BMW다운 주행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저물어 가는 멋진 단풍 감상과 함께 한계령을 몇 번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320d를 만끽한 후에 리조트로 돌아오는 길에 여유가 묻어난다. 매일이 아닌 가끔 즐기기로는 와인딩을 달리는 것 또한 충분히 재미있고, 반면 평소에는 넉넉한 힘과 뛰어난 연비를 매일 즐길 수 있어 320d는 그 가치가 더욱 높은 듯하다.
< 작성: 2008년 11월 18일>▶ [rpm9] BMW 뉴 320d 고화질 시승사진 갤러리▶ [rpm9] BMW 뉴 320d 시승 동영상▶ [rpm9] BMW 뉴 3시리즈 소개▶ [rpm9] 발군의 디젤! BMW 335d/ X5 xDrive35d 블루퍼포먼스▶ [rpm9] www.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