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의 패션 아이콘 C30이 2009년형으로 조용히 업그레이드되었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스마트키 시스템을 적용했는가 하면, 고객요구를 수용해 하드타입 적재함 커버도 달았다. 이번에 시승한 검정색 T5는 전문 튜너 Heico의 액세서리까지 둘러 그 단단하고 스포티함이 더욱 돋보였다.
글 / 민병권 (rpm9 에티터)
사진 / 박기돈 (rpm9 편집장)
볼보에 새로운 젊음을 불어넣어준 `PRODUCT OF FREE WILL`, C30이 데뷔한 지도 이제 만 2년이 지났다. 컨셉카 ‘SCC’(2001), 고전모델 ‘1800ES’의 디자인을 옮겨온 C30은 2005년 디자인 컨셉모델의 발표에 이어 2006년 파리모터쇼에서 양산 모델이 처음 공개되었고, 그 해 말부터 생산에 돌입했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2007년 봄이었는데, 이 화제작을 유럽과 큰 시차 없이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반가움이 느껴졌던 기억이다.
현재로서는 당시 C30이 그랬던 것처럼 볼보 라인업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완전히 새로운 차종- XC60의 국내 데뷔가 임박한 만큼, C30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S60 후속모델의 컨셉버전이 내년 초 공개를 위해 대기 중이라는 사실도 마니아들의 관심을 분산시킨다. 하기야 C30 중에서도 고성능, 고급버전이라 할 수 있는 T5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불과 1년 반쯤 전이니, 지금은 C30에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하기 보다는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어울릴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던 차에, 볼보 코리아에서 흥미로운 소식을 하나 알려왔다. 본사에서 하이코 스포르티브와 계약을 맺은 덕분에 국내에서도 정식으로 그 용품들을 취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이코 스포르티브(Heico Sportiv)는 튜닝과 아무 관련이 없을 것만 같은 볼보 차에 손을 대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거의 유일한 브랜드. 스웨덴이 아니라 독일 회사라는 점도 이채롭다. 1989년, 볼보차의 독일 판매 딜러로써 처음 출발했고, 1995년 자동차경주에 뛰어 들면서부터 그 활약을 바탕으로 튜닝 시장에서의 입지도 다졌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볼보차로 모터스포츠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하이코는 뉘르부르크링을 제 집 드나들듯이 하며 담금질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지난 해에는 바이오에탄올을 연료로 하는 C30 경주차로 전과를 올림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하이코 스포르티브는 독일의 엄격한 테스트와 승인기준에 맞춰 엄선된 300여 개의 볼보 튜닝용품을 세계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볼보 튜닝=하이코’라는 인식이 퍼지다 보니 볼보에서도 수년 전부터 하이코와 교류를 갖기 시작했는데,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펼쳐지는 세계 최대규모의 튜닝, 애프터마켓 용품쇼- SEMA에 하이코에서 과격하게 튜닝한 자사 차량들을 전시하는 등의 움직임이 그것이었다. 안전, 환경, 품질, 디자인 등 볼보의 가치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은 하이코의 용품들은 독일의 볼보 딜러들에서 취급되기에 이르렀고, 올해 7월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85개국 볼보 판매망에 대한 공급계약이 맺어지면서 공식 커플 선언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양사의 관계 발전은 메르세데스-벤츠로 인수되기 전의 AMG나 미니/존 쿠퍼 웍스의 관계를 보는 것 같기도 해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하이코의 카탈로그에는 튜닝 ECU나 서스펜션, 브레이크 등 성능을 업그레이드 해주는 각종 부품들이 볼보의 전 차종에 걸쳐 망라되어 있지만, 아쉽게도 볼보를 통해 이들 모두를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볼보코리아의 취급품목은 실내외를 치장하기 위한 드레스업 용품에 한정되어 있다. 튜닝이 불법인 나라에 살고 있으니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지만, 모범생 이미지에 가리워진 까칠한 본능을 밝혀보고자 했던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는 역부족인 셈이다.
어쨌든, 볼보코리아에서는 이번에도 남다른 센스를 발휘해 그럴싸하게 꾸민 C30 T5를 끌고 나왔다. 하이코 제품이 C30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제품 성격상 수요가 가장 많은 모델일 것으로 보인다. 취급품 중에는 바디킷도 포함되어있다고 하는데, 이번 시승차에서 외관상 하이코의 제품이 적용된 곳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엠블렘 뿐으로. 검은 차체를 은은하게 가로지르는 회색 줄무늬 장식이나 시커먼 휠은 볼보 코리아의 솜씨라 했다. 은색 프론트 그릴 과 검정색 플라스틱 메쉬에 달린 바이킹 투구 모양의 하이코 엠블렘을 눈 여겨 본 뒤 차에 오르니 실내에서는 하이코 제품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도어핀, 변속기손잡이, 핸드브레이크, 페달, 매트가 그것이다.
검정색이 바탕으로 깔린 실내에서 액센트 역할을 하는 은색 부품이 많이 늘었으니 첫눈에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물론이고, 각 제품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그 높은 품질감과 조작감을 통해 볼보가 하이코를 선택한 이유를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하이코의 변속기손잡이는 다소 얌전하게 느껴졌던 순정품과 달리 땀구멍과 바느질을 노출시켜 파지시의 감촉을 살렸다. 가운데 부분에는 세로로 길게 ‘알루미늄 룩’의 부품을 삽입해 순정의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헤어라인 가공을 한데다 하이코의 로고를 넣어 한결 고급스러운 인상을 풍긴다.
핸드브레이크의 묵직하고 차가운 느낌은 알루미늄을 깎아 만든 제품 특유의 쿨0한 감각이 일품이다. (너무 쿨한 나머지 겨울철에는 손이 달라붙어 버릴지 모른다!) 손가락 모양대로 파진 홈이나 깔끔하게 처리된 모서리는 고급스러운 기계미를 담고 있고, 측면에 새겨진 하이코 스포르티브의 상표는 문외한마저도 매력을 느끼게 할만한 디자인 요소로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제품들에는 사소한 흠이 하나씩 있다. 변속기 손잡이의 경우 P에서 다른 모드로 이동하려면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손잡이 자체를 위로 밀면서 뒤로 당겨야 한다. 차라리 아래로 누르는 방식이면 낫겠는데, 변속기가 살짝 높이 위치해 스포티한 분위기를 풍기는 C30에서 그 손잡이를 더 위로 들어올리려니 어색할 수밖에. 그나마 다른 모드 사이에서의 위치이동 시에는 그런 조작이 필요 없으니 다행이다. 핸드브레이크의 경우, 손잡이를 잡아당기면-즉, 주차브레이크를 작동시키면- 가죽부츠부분이 짧아서 그 아래로 순정품의 파이프 부분이 드러난다. 순정품의 디자인을 떠올려보면 그렇게밖에 만들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긴 한데, 아이스케키를 하는 기분인지, 당하는 기분인지… 아무튼 민망하다. 이 역시, 그나마 자동변속기 차량이라 사용빈도가 그리 높지 않아 다행이다.
페달과 풋레스트는 무광처리된 알루미늄에 발이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주는 고무패드를 박아 스포티한 생김새와 실용성을 동시에 챙겼고, 윗부분에 하이코 로고를 그려 넣은 알루미늄 도어(록)핀은 작지만 고급스러운 ‘액세서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시승차의 시동키에 딸려온열쇠고리도 고품질의 느낌을 주기는 마찬가지. 나머지 순정 사양과의 조화는 물론 서로간의 시너지 측면에서도 꽤 만족스러운 제품들이나, 개념 없이 만든 짝퉁이 아닌 만큼 그에 합당한 값을 치를 각오는 해야 한다.
한편, ‘키리스 엔트리 & 드라이브’ 스마트 키 시스템은 2009년형으로 바뀌면서 추가된 부분이다. 시동키를 주머니에서 꺼낼 필요 없이 차에 타고 시동도 걸 수 있게 되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기존의 시동 키와 시동스위치 부품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동 키를 꽂아 돌리던 시동스위치 부분에 수신제어 역할을 하는 붙박이 부품(겸 시동손잡이)을 추가함으로써 비교적 간단하게 이러한 기능들을 가능하게 했다. 볼보의 시동키는 원래부터 금속 열쇠 부분이 없는 리모컨 일체형 전자 키였던 데다가 시동방식에 있어서도 한번만 돌렸다 떼주면 시동이 걸리는 원터치 방식을 채용하고 있었던 탓에 이러한 변화가 아주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전동접이 사이드미러에는 도어를 잠그면 자동으로 접히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말 많았던 트렁크 커버는 하드타입으로 바뀌었다. C30의 적재함 커버는 적재공간 윗부분은 물론 해치게이트 겸용의 뒷유리를 통해 훤히 들여다보이는 뒷부분까지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기존의 소프트커버는 상단부는 물론 하단부까지 일일이 고정부를 걸어주어야 했기 때문에 물건 하나를 꺼내는 것도 일이라는 불평을 들어야 했다. 하드타입 커버는 작은 문이 하나 더 달린 것처럼 간편하게 움직인다. 다만 2열 시트를 접고 부피가 큰 물건을 실어야 하는 경우에는 하드 커버의 취급이 더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불편하더라도 소프트커버 쪽이 더 선호한다. C30 2.4i에 적용된 칼릭스 시트처럼 그 재질이 묘한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의 변화로는 배터리 용량이 조금 늘어난 것, 그리고 후면의 볼보 로고 글자가 커지면서 서로 간격을 넓게 벌인 정도를 들 수 있다. 해외사양의 경우 2009년형으로 바뀌면서 2.0리터 가솔린 엔진에도 6단 파워시프트 자동변속기*가 올라갔고 더욱 환경친화적인 디젤모델(DRIVe)도 갖추어졌지만 우리나라와는 아직 상관이 없는 일이다. (* 2.0 가솔린+ 6단 자동변속기 조합은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판매하지 않는 모델이란다.) 스마트 키와 하드타입 트렁크커버 등은 C30 2.4i 모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시동키를 1단만 돌리면 자동으로 일어서던 내비게이션의 모니터가 리모컨의 명령을 받아야만 일어서는 것이나, 그 작동음이 한결 조용해진 것은 지난 번 C30 T5 시승차 대비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사실 지난 번 시승차는 오랜 시간 혹사당한 탓에 이래저래 상태가 좋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놓여있었다. 가령, 당시 끼우고 있었던 18인치 BBS휠과 피렐리 P제로 로쏘 타이어는 소음과 진동 면에서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었는데, 아직 잔혹한 시승자들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이번 시승차는 같은 사이즈의 타이어(볼보코리아 버전의 18인치 휠+ 한국 타이어 벤투스 V12 에보, 225/40ZR18)를 끼우고도 한결 나긋나긋한 반응이었다.
(C30 T5의 기본 휠, 타이어는 2.4i와 같은 205/50R17 사이즈다.)
다른 부분들은 지난 번 시승차, 혹은 지난 해 소개된 C30 T5와 달라진 바가 없다. 230마력짜리 2.5리터 터보 엔진도, 패들시프트가 없는 순딩이 5단 자동변속기도, 스피커 10개짜리 다인오디오 프리미엄 사운드시스템과 볼보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각종 안전사양들(SIPS, WHIPS, IC, BLIS, DSTC…)도, 모두 여전하다. 헤드램프는 바이제논이고 ECM룸미러와 열선시트, 듀얼 온도조절장치를 갖추었으며, 동반석에까지 전동조절 및 메모리 (세가지 포지션)기능을 제공한다. 2009년형으로 바뀌면서 가격이 소폭 인상되긴 했지만 경쟁모델들과 비교해보면 C30 T5는 여전히 가격대비 가치가 뛰어난 고급스럽고 성능 좋은 GT 해치백이다.
C30 2.4i 모델보다 강력한 엔진 힘과 20mm 더 낮은 스포츠 서스펜션 등 달리기에 좀더 유리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는 만큼, 하이코의 액세서리들로 약간의 양념을 추가하면 이 개성있는 차에 대한 만족감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물론 이번에 소개된 액세서리들만으로는 C30 T5에서 부족하게 느껴졌던 부분– 제원상 성능에 비해 달리는 재미가 부족한 점-을 만회하기는 어렵다. ‘하이코 버전’이 들어온다고 해서 들떴던 이라면 실망할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C30에 뭔가를 바랄 시점이 아니라고 한 것은 거짓말이었다. 요즘 차기 변속기의 대세로 급부상하고 있는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볼보에서도 올해 초부터 ‘파워시프트’라는 이름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두 개의 습식 클러치를 쓰는 이 6단 파워시프트는 450Nm까지 커버할 수 있는 용량으로 C30,S40,V50의 2.0 디젤 모델(136마력,320Nm. T5도 토크는 2.0 디젤 수준이다.)에 먼저 달렸고, 위에 언급했듯이 2009년형부터는 2.0 가솔린에도 달린다. 2009년형 S80/V80의 에탄올 버전, 그리고 곧 나올 XC60과 새 S60등 이제 막 적용 대상을 늘려가고 있는데, C30 T5라고 수혜를 입지 말란 법이 없다. 재래식 5단 자동변속기와 하루속히 이혼하고 돌싱이 되어 파워시프트와의 교제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효율 향상은 기본. 성능 수치와 달리 톡 쏘는 맛이 부족해 ‘핫해치’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던 C30 T5도 이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만나면 제2의 인생(?)을 살게 될지 모른다. 어정쩡한 앞모습까지 최신스타일로 함께 업데이트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 [rpm9] 2009년형 볼보 C30 T5 Heico 시승사진 고화질 갤러리
▶ [rpm9] 2009년형 볼보 C30 월페이퍼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