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XF ‘2.7D’에 얹힌 2.7리터 V6 디젤은 S타입 시절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온 엔진이다. 그런데, 재규어가 3월부터 출시하겠다고 밝힌 새 디젤은 몇 술을 더 뜬 듯하다. XF의 신버전, ‘디젤 S’ 에 얹히는 이 엔진의 이름은 ‘AJ-V6D 젠III’로, 일단 배기량이 3.0리터로 더 커졌다. 최고출력은 275마력(PS)이고 1,500rpm부터 발생되는 최대토크는 600Nm(61.2kgm)나 된다. 바꿔 말하면 2.7D(207마력, 44.4kgm)보다 출력은 33%, 토크는 61%가 더 높아진 것이다.
ZF제 6단 자동변속기(6HP28)를 사용하는 XF 디젤 S는 0-97km/h 가속을 2.7D보다 1.8초가 단축된 5.9초 만에 끝내며, 최고속도는 250km/h에 이른다. 문제(?)는 이처럼 성능이 향상되었으면서도 동시에 먹고 싸는 양까지 줄었다는 점이다. 유럽기준 연비는 14.9km/L로 12%가 향상되었고, CO2배출은 10%가 감소되었다. 새 엔진의 핵심은 순차적으로 작동하는 한 쌍의 터보다. ‘트윈 터보’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재규어의 이번 터보는 조금 특별하다. 주로 쓰는 쪽을 더 큰 가변 지오메트리 터보(VGT)로 하고, 회전수가 높아지면 더 작은 고정 지오메트리 터보(FGT)가 돕도록 한 것이다. 재규어에 따르면 이러한 형태의 터보가 V형 엔진에 적용된 것은 세계최초다.
자주 볼 수 있는 트윈 터보의 작동형태는 저회전 영역에서 작은 터보를 돌리다가 큰 힘이 필요할 때는 더 큰 터보를 개입시키는 방식이다. 이 경우 배기압과 펌핑 손실이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새 엔진의 소형 터보는 2,800rpm이상에서 개입하며, 작동에는 0.3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불필요할 경우에는 ECU의 제어를 받는 밸브가 배기가스 흐름과 흡기에 대한 소형터보의 영향을 차단시킴으로써 펌핑 손실을 줄인다. 이러한 방식으로 연비와 CO2배출에서도 이득을 보았다. 공회전 상태에서도 0.5초 만에 500Nm(51.0kgm)의 토크를 발생시킬 수 있어 터보랙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물론 이처럼 성능과 효율이 향상된 것은 트윈 터보만의 공은 아니다. 가령, 새 엔진에는 3세대 커먼레일 시스템이 적용돼, 각 사이클당 2,000바의 압력으로 다섯 차례까지의 분사를 실시하는 피에조 인젝터를 쓰고 있다.
재규어는 동일한 3.0리터 V6 디젤의 240마력 버전도 공개했는데, 2.7D와 비교해서는 출력이 16%, 토크가 15% 더 높고 0-97km/h 가속시간은 6.7초, 최고속도는 240km/h이다. 연비와 CO2배출은 디젤S와 동일하다. 디젤 S는 19인치 휠과 리어 스포일러, S뱃지로 일반 모델과 차별화된다. 재규어는 새로운 디젤엔진의 적용과 함께 일부 사양을 변경한 신형 XF를 2009년 봄부터 시판한다. (영국시장기준) 가격은 3.0리터 가솔린이 £32,900(약 6,290만원), 3.0리터 디젤이 £33,900(6,482만원), 3.0리터 디젤 S가 £36,900(7,056만원)에서부터 시작된다.
국내 출시시기는 아직 미정이나, 지난 해 연말부터 국내 시판되고 있는 BMW 535d(9,950만원)와의 비교가 기대된다. 3.0리터 ‘직렬’ 6기통 디젤을 탑재한 535d(286마력, 59.2kgm)는 0-100km/h 가속 6.4초, 최고속도 250km/h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3세대 커먼레일과 트윈터보 적용 등 조건이 비슷하나, BMW는 소형 터보차저가 저회전 영역을, 그보다 큰 터보차저가 고회전영역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민병권 @ RPM9 [ http://www.rpm9.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