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명 E92 뉴 M3 쿠페는 기존의 M3와는 다른 새로운 존재감을 확보했다. 직렬 6기통 보다 더 가벼우면서 강력한 420마력을 뿜어내는 새로운 V8 엔진과, 빠르면서도 부드러운 변속과 뛰어난 효율성까지 갖춘 M DCT를 적용해 부드러운 고성능을 누구라도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퓨어 스포츠카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순식간에 자신이 원하는 데로 세팅을 바꿀 수 있는 기능도 더했지만 그럼에도 뉴 M3는 부드럽고 안락해졌다. 대세인 줄은 알지만 성숙하다 못해 순수함이 많이 퇴색된 뉴 M3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고민이다.
글, 사진 : 박기돈 (rpm9 편집장)
스타급 스포츠카들은 이제 정말 많아졌다. 전통적인 스포츠카들뿐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선보이는 스포츠 모델들 중에도 스타 스포츠카는 넘쳐난다. 하지만 M3는 그들 중에서도 단연 슈퍼스타다. 어쩌면 영원한 아이돌 스타일지도 모르겠다. 페라리,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 순수하게 스포츠카만 만드는 브랜드를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역동성을 자랑하는 브랜드가 BMW라면 그 BMW의 역동성의 정점에 위치하는 모델이 바로 M3다. 다시 말하면 위의 세 브랜드가 선보이는 스포츠카들과 함께 가장 많은 사랑과 주목을 받는 스포츠카 한 모델을 꼽으라면 그것이 바로 M3라는 얘기다. 그리고 최신형 닛산 GT-R이 이제 M3와 비슷한 위상에 자리하면서 슈퍼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슈퍼스타 M3의 자리가 많이 위태로워 보였다. 주변의 수 많은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스포츠 모델을 선보이면서 너도 나도 M3를 지목해 평가전을 치렀고, 개중에는 M3와는 다른 매력으로 더 큰 호감을 얻는 모델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M3를 위태롭게 만든 건 스포츠카로서의 본질적 매력보다는 오히려 마력 수, 가속성능 등으로 대표되는 숫자였다. E46 M3가 가진 엄청난 343마력은 이제는 웬만한 세단들도 누리는 숫자가 된 게 현실이다. 아니 남의 집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이 집안 동생인 335i 만 하더라도 무려 306마력을 아주 쉽게 뽑아내게 되었고, 윗급 5시리즈로 가면 367마력을 뿜어내는 세단 550i가 자리하고 있다. 거기다 작심하고 덤비는 아우디 RS4는 420마력을 뿜어내고 있으니 서둘러 체면치레를 해야 할 지경이었다.
고집스런 철학이 있는 BMW이건만 결국 시대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었나 보다. BMW의 상징 중의 하나였던 그 화끈한 직렬 6기통 엔진을 버리고 결국 M3에 V8 엔진을 얹고야 말았다. 어디 그 뿐인가? 앞 뒤 무게 배분 50:50을 목숨처럼 지켜오던 BMW가 가변 하드탑을 탑재한 3시리즈와 M3 컨버터블에 이어 Z4까지 내 놓았다. 과연 이런 BMW의 선택은 잘 한 것일까? 십 수년 전 포르쉐의 행보를 떠 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포르쉐 역시 상징으로 간직해 왔던 공랭식 엔진을 버리고 수냉식 엔진을 얹은 박스터와 911을 선보이면서 수 많은 포르쉐 매니아들로부터 질타를 받았지만 결국 그 선택은 오늘날 포르쉐를 세계 최고의 수익성 높은 브랜드로 만들어 주었다. 그러니 M3도 지켜 볼 일이다.
시승차로 등장한 하얀 M3를 세워놓고 찬찬히 지켜보았다. 배가 불룩해진 보닛은 8기통 엔진을 잉태한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당당하다. 불룩한 보닛과 8기통 엔진, 아메리칸 머슬카의 전형 아니었던가? 독일 BMW가 미국 시장과 결혼해 M3를 낳은 것이 아닌지 유전가 검사라도 해 봐야 할 판이다. 어쨌거나 우리 앞에 등장한 M3가 과거 어느 모델들 보다 아름답고 멋진 것은 사실이다. 솔직히 지금의 3시리즈 앞모습에 약간의 불만이 있는 이들에게 M3의 자태는 유혹이자 축복이다. 다행히 3시리즈 쿠페와 컨버터블 모델들도 M3 분위기가 나는 멋진 모습을 하고 있으니 스타일만을 위해서라면 굳이 M3가 아니어도 선택의 여지는 있는 셈이다. 보닛 중앙에 불룩하게 임신한 배 좌우엔 뜨거운 공기를 배출해 줄 배꼽 두 개가 더해졌고, 앞 펜더 뒤쪽으로도 에어 벤트 겸 M3 로고와 함께 방향지시등이 더해졌다. 시선을 끄는 포인트 중의 또 다른 하나는 사이드미러다. BMW를 전문으로 튜닝하는 AC 슈니처의 튜닝 미러 분위기가 나는 뾰족한 사이드 미러는 이전 M3처럼 살짝 위로 올라가면서 접힌다. 사이드미러를 접어 보면 사이드미러를 지지하고 있는 두 개의 브릿지 중 하나는 차체와 연결조차 되어 있지 않은, 그냥 멋내기 용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그래서 더욱 멋지고 재미있다. 이전 M3의 럭비공 스타일을 무척 좋아했었는데 역시 사랑은 움직이는 것인가 보다.
M3의 차체는 첨단 과학의 결정체다. 그 중에서도 경량화를 위한 기술이 돋보인다. 보닛을 알루미늄으로 만든 것 정도는 최근에 자주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지붕을 카본 파이버 강화 플라스틱(CFRP)으로 제작한 것은 이전 M3의 레이싱 버전인 CSL에서나 만날 수 있는 것이었지만 M6에 이어 양산차로서는 두 번째로 M3에도 전격 적용되었다. 당연히 차량 중량이 줄어들고 무게 중심도 훨씬 낮출 수 있다. 시승차의 흰색 바디와 검정색 카본파이버 지붕의 대비가 무척이나 강하게 다가온다. 단점이라면 썬루프를 뚫을 수 없다는 것. 그 외에도 서스펜션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경량화와 고성능화를 이루었다.
뉴 M3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역시 새로운 엔진이다. 강력한 성능도 성능이거니와 그 동안 고집해 오던 직렬 6기통 대신 대세에 따라 V8을 얹었다는 점이 더 큰 이슈다. M3를 위해 새롭게 개발한 V8 엔진은 기통당 배기량 500cc에 맞춰 3,999cc의 배기량에 리터당 105마력을 발휘해 최고출력 420마력을 8,300rpm에서 뿜어낸다. 고회전을 사용하는 엔진의 대명사였던 E46 M3의 명성을 이어받아 최고 회전수는 8,400rpm까지 쓸 수 있다. 최대토크는 400Nm(약 40.8kgm)를 내며, 2,000~6,500rpm의 영역에서 최대토크의 85%가 나온다. M5와 M6의 V10엔진이 3년 전까지 F1 머신이 사용하던 V10 엔진 기술을 이어 받았다면 M3에 올라간 새로운 V8엔진은 현재의 F1 머신의 V8 엔진 기술을 이식해 왔다고 볼 수 있다. V10이든, V8이든 둘 다 F1에서 그 태생적 근거를 이야기하는데 따지고 보면 두 엔진은 같은 엔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단지 V10 엔진에서 실린더 두 개를 떼 내기만 하면 그만이니까. 실제로 실린더의 보어와 스트로크가 92.0x75.2mm로 똑 같고 최고 회전수도 거의 비슷하다. 아주 멋진 개발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최근 BMW가 트윈터보 엔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M3의 상징인 직렬 6기통을 유지하면서 트윈터보의 신기술을 얹지 않은 것은 역시 F1을 태생적 배경으로 삼으면서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함으로 보인다. 새 V8 엔진에도 BMW가 자랑하는 더블 바노스 시스템이 최신 버전으로 더해져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고의 엔진 성능을 끌어낸다. E46 M3에 비해 기통이 두 개 더 늘어나고, 출력도 무려 77마력이 늘어났지만 오히려 엔진의 무게는 이전의 직렬 6기통에 비해 15kg이 더 가벼워졌다. 무게가 줄어들고 무게 중심도 낮아진 차체에 더 가벼워진 엔진, 그리고 더 늘어난 파워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몸으로 느끼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뉴 M3는 한 마디로 무섭게 빨리 달렸다. E46 M3의 오너이기도 한 동행 기자의 말에 의하면 E46 M3가 230~40km/h 정도 도달할 거리에서 뉴 M3는 벌써 계기판 상으로 270km/h에 도달하고 속도 제한에 걸려 버리는 수준이란다. 5단에서 240km/h를 마크하고 6단으로 변속한 후에도 잠시의 머뭇거림 없이 속도 제한까지 꾸준히 솟구치는 속도를 경험하면 속도 제한 너머로 얼마나 더 달릴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해진다. 외국에서 발표된 제원을 보면 속도제한이 없을 때 300km/h를 훌쩍 넘는다고 되어 있는데, 시승 동안의 달리기 실력을 볼 때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E46 M3에 비해 한 단계 그 위상이 높아졌음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뉴 M3를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 중에 엔진의 변화에 버금가는 것은 단연 BMW 최초로 적용된 듀얼 클러치 변속기인 7단 M DCT다. 폭스바겐 그룹에 이어 포르쉐까지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채택되었지만 BMW M3와 페라리 캘리포니아가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채택한 것은 큰 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M3와 페라리 모델들은 대표적으로 반자동 시퀀셜 변속기인 SMG와 F1 변속기를 장착해 오면서 지속적인 성능 향상을 이루어 왔었는데, 결국 듀얼클러치 변속기에 손을 들게 된 형국이다. 단지 M3와 캘리포니아만 희생양으로 바치고 나머지 M5, M6, 그리고 페라리의 다른 모델들은 계속해서 기존 반자동 시퀀셜 변속기를 고집할 지, 아니면 결국은 모두 듀얼 클러치 변속기로 바꿀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뉴 M3에 장착된 7단 M DCT도 포르쉐의 PDK처럼 두 조의 클러치가 1, 3, 5, 7단과 후진, 그리고 2, 4, 6단으로 나누어 변속을 맡는 방식이다. 하지만 BMW의 7단 M DCT는 E46 M3에 장착된 SMG II의 매력적인 인터페이스를 많이 접목시켜 보다 정교하거나 혹은 운전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의지를 개입시키는 주행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것이 변속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드라이브 로직’이다. 1단에서 5단까지 마련된 드라이브 로직 중 1단을 선택하면 변속하는 시간에 여유를 주면서 보다 부드러운 변속을 제공하고 5단을 선택하면 부드러움을 희생하면서 강력하고 빠르게 변속한다. E46 M3 때와 마찬가지로 DSC를 끄고 수동모드로 전환하면 숨어 있던 로직 6단이 나타나면서 최강의 변속 퍼포먼스를 선사한다. 하지만 듀얼 클러치 변속기답게 전체적으로 변속 충격이 없고 극도로 매끄러워졌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제 M3에서 변속 시의 울컥거림이나 충격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뉴 M3를 타는 내내 필자의 몸은 과거 E46 M3가 남겨둔 변속 충격의 잔영에 시달려야 했다. 실제 변속 시에 울컥거림이나 충격이 일어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몸이 먼저 울컥거림과 충격에 대한 조건반사 격의 방어막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 만큼 SMG II의 변속 충격이 강하게 각인된 탓일 것이다. 뉴 M3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흐르면 그 잔영도 서서히 잊혀지게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본다.
변속기 레버는 M5의 것을 거의 그대로 닮았다. SMG II와 비교하면 레버의 크기가 작아지고 작동거리도 조금 짧아진 듯해 레버 조작은 더욱 스포티한 느낌이 나는 반면 레버를 두르는 별도의 하우징이나 장식이 없어 다소 허전하다. 작동하는 방법은 똑 같다. 그리고 주차용의 핸드 브레이크가 있는 대신 변속기 레버에는 P포지션이 없다. 이것도 E46 M3와 마찬가지로 시동을 끈 후 키를 뽑으면 자동으로 P레인지가 되므로 평지에서라면 굳이 핸드 브레이크를 당겨 놓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다. 그리고 크리핑은 없지만 언덕에서 뒤로 밀리지 않도록 힐 홀드 기능을 갖추었다.
레버 좌측엔 POWER, EDC, DSC OFF 세 개의 버튼이 자리하고 있어 파워 모드, 서스펜션 감쇄력 조절, 그리고 자세 제어 장치 DSC OFF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리고 레버 바로 아래에는 앞서 설명한 드라이브 로직 1~5단 선택버튼이 있고, 다시 그 아래에는 새롭게 개선된 뉴 i-드라이브가 장착되어 있다. 변속은 스티어링 휠에 마련된 시프트 패들로도 작동할 수 있는데, 구형에 비해 패들의 모양이 살짝 바뀌긴 했지만 ‘-’와 ‘+’가 좌우에 각각 배치된 방식은 그대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미니와 3시리즈에 장착된 패들처럼 앞 뒤로 움직이면서 시프트 업, 다운을 조절하는 방식이 가감속 시에 보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속에 보이는 계기판은 보통의 BMW 차량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을 하고 있지만 회전계 중앙에 ‘M’로고가 박혀 있는 만큼의 값을 한다. 우선 속도계가 무려 330km/h까지 기록되어 있다. 120km/h까지는 조금 넓은 간격으로, 그 이후에는 촘촘하게 기록되어 있다. 회전계도 무시무시하다. 레드 존이 8,400rpm부터 설정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8천 rpm 부근에 위치하는 옐로우 존이 상황이 따라 조금씩 이동한다는 것이다. 드라이브 로직이 1단이고 엑셀을 끝까지 밟지 않고 급가속 할 때 1단에서는 7천 rpm 조금 넘어 변속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옐로우 존이 7천 rpm 부근으로 이동하게 된다. 회전계 상단에는 8개의 LED로 구성된 변속 경고등이 자리한다. 변속 경고등은 E46 M3에서 먼저 선보인 후 M5와 M6에도 적용되어 있다. 하지만 이전 M3에서는 회전계 숫자와 함께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회전계 상단에 별도로 자리잡았다. 변속 경고등이 들어오는 시점도 1단을 제외하고는 거의 레드 존 근처에 가서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점도 차이가 난다. 그리고 구형에서는 어떤 주행 상황에서든 항상 작동하던 변속 경고등이 뉴 M3에서는 ‘M드라이브’ 모드에서 변속경고등 작동을 선택했을 때만 작동하도록 선택의 여지를 주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차가 차이니만큼 항상 작동하도록 하는 쪽이 더 나아 보인다.
시동은 키를 꽂고 스타트 버튼을 눌러서 건다. 아직 스마트 키 시스템은 적용되지 않았다. 버튼 방식의 시동을 선택하고 있지만 일본이나 한국차량들과는 달리 오디오 작동 중에 시동을 꺼도 오디오가 계속 재생된다. 그리고 실내에 앉아 도어를 닫고 몇 초가 지나면 자동으로 안전벨트를 손이 닿기 쉬운 곳까지 밀어 주는 장치가 BMW에서는 처음으로 장착되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쿠페 모델들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장치이지만 벨트를 고리에 걸고 있는 타입이 아니고 팔이 나오면서 손가락을 벌려서 벨트를 밀어주는 방식인 것이 차이다. 혹시나 팔이 나오면서 벨트를 놓치는 일은 없을까 하고 자세히 관찰해 봤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인테리어에서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데시보드와 도어트림 등에 적용된 카본파이버다. 스포츠카의 실내 장식으로 선호도가 높은 재질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살펴보면 카본파이버가 아니고, 가죽인지 직물인지 구분이 쉽지 않은, 그러나 카본파이버처럼 보이는 소재가 사용되었다. 가장자리에는 박음질 자국까지 있어 독특하면서 고급스럽고 또 스포티하다.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10.2인치 와이드 모니터가 자리한다. 새로 나온 7시리즈의 것과 같다. 모니터의 해상도가 무려 1280x480이나 된다. 새롭게 개선돼 사용하기 더욱 편리해진 i-드라이브의 모든 화면을 고해상도로 서비스해 준다. 특히 모든 메뉴가 한글화되어 있으니 MP3 파일의 노래제목 같은 것들도 한글 지원이 돼 무척 반갑다. 센터 콘솔 안에 AUX와 USB 메모리 단자가 마련되어 있어 다양한 음원을 고음질로 즐길 수 있다.
시트는 E46 M3와 작동 구조가 동일해 옆구리 조임을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고, 허벅지 길이 부분은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 당연히 어떤 과격한 몸놀림에도 몸을 잘 지지해 주면서도 심하게 딱딱하지 않아 편안함도 함께 제공한다. 하지만 디자인 적인 측면에서는 이전 E46 M3의 것이 더 화려한 느낌이어서 좋았다.
자 이제 다시 주행에 집중해 보자.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한 M3의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는 엔진 사운드다. 워낙에 BMW의 엔진사운드는 매력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8천 rpm까지 사용하는 M3의 엔진 사운드는 그야말로 백미다. 뉴 M3는 회전한계가 더 올라가면서 역시 강력하고 매력적인 엔진 사운드를 제공한다. 하지만 직렬 6기통의 그 카랑카랑하던 사운드와는 달리 고회전으로 올라가도 중후함이 살아 있는 V8의 사운드는 M3로서는 선뜻 적응이 되지 않는 느낌이다. 뉴 M3의 V8엔진이 8천 rpm 부근에서 선사하는 고회전 사운드는 비슷한 회전대를 사용하는 페라리의 V8 고회전 사운드와도 판이하게 차이가 난다. 페라리의 그것이 하이 소프라노라면 M3의 그것은 테너이거나 혹은 바리톤의 느낌까지도 난다. 어쨌든 음색의 차이는 있지만 고회전 M3의 엔진 사운드는 역시 매력적이다. 그것도 저회전 역에서는 중후한 배기 사운드가 더욱 멋스럽고 회전이 올라가면서 엔진 사운드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 즐겁다.
직진 가속 성능에서 이전의 M3와는 비교할 수 없는 폭발적인 성능을 보인 반면 코너링의 접지력에서는 의외로 이전 M3에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다. 단순히 출력이 더 좋아서 좀 더 쉽게 미끄러진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갈 때 몸이 느끼는 중력 가속도에서 분명 차이가 났다. 로터스와 포르쉐 다음으로 뛰어난 접지력을 자랑하는 BMW에서 그것도 최고의 스포츠 아이콘인 M3의 접지력이 오히려 이전만 못하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타이어의 세팅도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기본으로 장착되는 18인치 대신 19인치 휠에 더 광폭인 타이어를 장착할 것을 권해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워낙 강력한 파워와 순간 및 재 가속력, 그리고 기본적으로 뛰어난 코너링 실력 덕분에 뉴 M3의 와인딩 주행 실력은 가슴이 섬뜩해 질 정도다. 코너를 탈출한 후 다음 코너에 진입하기 직전까지의 가속력이 지금까지 시승해 보았던 차량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처럼 기본 모델이 가지는 성능의 여유가 무척이나 큰 만큼 보다 강력한 코너링 성능을 원하는 오너들이 자신만의 해법을 찾는다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뉴 M3 역시 전자식 댐퍼 컨트롤(EDC) 기능이 있어 컴포트, 일반, 스포츠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스포츠를 선택했을 경우 당연히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하는 컴포트에 비해 단단한 하체가 노면의 정보를 충실히 전달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E46 M3에 비해 부드러워졌다. 심지어 M5에 비해서도 오히려 부드러운 감각이다. 이러한 부드러움이 접지력이나 코너 주행에서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여지진 않지만, 그리고 이런 변화가 대세라는 것도 알지만, 말 그대로 시장 갈 때 타고 가도 부담 없는 M3가 과연 M3다운지 자꾸 고민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뉴 M3에는 새로운 ‘M 드라이브’ 기능이 더해졌다. M 드라이브 선택은 스티어링 휠 우측 상단에 위치한 버튼을 통해 이루어지며, M 드라이브에 대한 세부적인 세팅은 i-드라이브의 메뉴를 통해 할 수 있다. M 드라이브의 세부 메뉴는 드라이브 로직, EDC, DSC, 파워, 서보트로닉, 그리고 변속 알림등의 6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기능들마다 자신이 원하는 수준을 선택해 세팅할 수 있다. 세팅이 완료되면 주행 중 M드라이브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 앞서 말한 6가지 메뉴가 자신이 선택해 놓은 상태로 한 번에 바뀌면서 자신에게 맞는 최고의 전투력을 가진 머신으로 돌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 중 주목할 만한 것은 DSC 세팅 중 켜짐과 꺼짐 외에 ‘M 다이나믹 모드’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선택할 경우 엔진 제어는 배제하고 차체 제어의 여지만을 남겨두어, 최소한의 안전장비를 확보한 상태에서 적극적인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이제 뉴 M3를 소유하게 되면 그냥 대충 빠르게 달리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차량 제어 기술을 하나하나 테스트해 가면서 자신에게 꼭 맞은 최적의 세팅을 찾고 그것을 통해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완성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여전히 안타까운 것은 이런 강력한 머신을 마음껏 테스트하고 즐길 수 있는 트랙을 구하기가 여러 가지 여건 상 쉽지 않다는 것이다.
뉴 M3는 3시리즈가 세단 E90, 쿠페 E92, 컨버터블 E93이라는 코드명을 쓰는 것과 똑 같이 3가지 보디 스타일을 모두 선보였다. 국내에는 그 중 가장 M3다운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쿠페에 M DCT를 적용한 한가지 모델만 들어왔다. E92 M3는 우리의 뇌리 속에 박혀 있는 E46 M3의 이미지를 멀찍이 벗어났다. 승용차를 기반으로 하지만 퓨어 스포츠카를 지향하며 예리한 주행의 즐거움을 제공했던 E46과는 달리 웬만한 수퍼카 부럽지 않은 강력한 파워와 함께 그 속에 여유로움이 더 커졌다. 코너를 예리하게 파고드는 주행보다는 고속에서 여유를 즐기는 주행을 권한다. 어찌 보면 그 만큼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사춘기의 경쾌하고 발랄하면서 때론 거칠게 반항 하던 E46이 이제 철도 들고 실력도 확실하게 키워 당당히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느낌이다. 열렬한 소녀팬들을 확보하고 있던 아이돌 슈퍼스타가 당당히 국민적 슈퍼스타가 되었다고 하면 적당할까? 이러한 변화는 대세다. 하지만 대세를 따른 결과가 성공일지 실패일지는 두고 봐야 하는 일. 부디 포르쉐 만큼의 성공을 거두길 바라마 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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