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d, 3시리즈 컨버터블, Z4, 650i, 그리고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임을 주장하는 X6까지, 국내에서 시판중인 BMW의 쿠페, 컨버터블, 로드스터가 한 자리에 모였다. 2009년 9월 첫째 주, BMW코리아가 기자단과 블로거들을 초청해 마련한 ‘BMW 이피션트다이내믹스 드라이빙 데이’ 행사였다. 이피션트다이내믹스(EfficientDynamiacs)란,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및 연비향상을 위한 BMW의 전략에 대한 통칭으로 ‘능동적 효율’을 의미한다. 자동차가 지구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은 줄이되, 운전의 즐거움은 더욱 높이겠다는 BMW의 의지가 담겨있다.
현재 이피션트다이내믹스 전략에는 엔진 최적화, 지능적인 에너지관리, 경량 설계, 공기역학 등 자동차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첨단 기술들이 동원되고 있으며, 향후에는 최근 소개된 ‘액티브 하이브리드’를 거쳐 수소자동차로의 진화를 계획하고 있다. 첫째 날 시승행사를 마친 후의 저녁시간에는 1,2교시로 나누어 진행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BMW의 이러한 전략과 공기역학적 디자인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이와 달리(?) 시승 일정 자체는 ‘이피션시’보다는 ‘다이내믹스’쪽에 무게를 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기자가 참가했던 2~3일 행사는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충주호까지 이동한 뒤 그곳에서 경북 문경의 STX리조트까지 BMW들을 타고 달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인 1조로 시승차량에 탑승하고, 몇 개의 조가 한 개의 그룹을 이루어 중간중간에 운전을 교대하거나 그룹 내에서 시승차를 바꿔 탈 수 있었다. 충주호의 강변국도에서 시작된 드라이브 코스는 월악산 국립공원의 푸른 녹지를 지나 이화령 정상까지 이어졌다. 보는 즐거움과 운전의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하는 근사한 코스였다. 옥순대교의 옥순봉 쉼터와 만수계곡 휴게소, 이화령 고개 정상을 차량 교체 포인트로 잡았다.
하지만 출발 때 제비 뽑기를 통해 X6 xDrive30d를 배정받은 기자는 STX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차를 바꿔 타지 않았다. 다른 기자들은 Z4나 335i 컨버터블 등 와인딩에 유리하고 더 재미있는 시승차를 선호했고 X6는 ‘촬영용 차’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하지 않는 이상은 기피대상 1호로 취급했기 때문에 기자의 이런 선택에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는 한편으로 경쟁자(?)가 줄었다는 사실을 반기는 눈치였다. 덕분에 기자는 출시 때 시승한 이후 1년 만에 X6와의 오붓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다.
이번에 나온 차들 중 ‘관광모드’를 즐기기에 X6만큼 좋은 차가 또 있을까? 초가을이긴 했지만 햇빛이 따가워 컨버터블들은 지붕을 열기가 부담스러웠고, ‘진짜 쿠페’를 기본으로 한 그들의 단단한 하체는 장거리 주행 후의 피곤함을 약속하는 것이었다. X6는 상대적으로 편안한 하체를 가졌으면서도 그룹주행에서는 뒤처지지 않을 만큼의 핸들링 성능을 제공했고, 누구보다도 키가 높아 주변 경치를 감상하기에는 더 이상 유리할 수 없었다. 잊고 있었던 X6만의 매력들을 발견해내는 틈틈이, 핸드폰 문자로 날아오는 퀴즈, 그룹간 단체사진 대항전등 흥미진진한 이벤트들도 이어졌다. 선두 차가 문자 퀴즈를 풀기 위해 차를 세우는 바람에 뒤따르던 차들이 영문도 모른 채 줄줄이 멈춰서는 해프닝이 있었고, 이화령 고개에서는 단체사진 컨테스트에서 우승하기 위해 그룹별로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열심이었다.
충주호에서 STX까지의 시승코스는 107km로,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거리이지만 이렇게 저렇게시간을 빼앗기다 보니 실제로는 세 시간을 훌쩍 넘긴 후에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초가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BMW의 운전재미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몰랐던 것은 물론이다. 숙소 도착 후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시승시간 못지 않은 길이의 이론교육이 이어졌고 저녁식사 후에야 비로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일찍부터 시승차 쟁탈전이 벌어졌다. 약 3시간 동안 숙소 인근의 드라이브 코스에서 원하는 차를 시승해보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제비뽑기가 아닌 선착순인데다가 전날 이동구간에서는 볼 수 없었던 M3가 메뉴판에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M3의 시승시간은 조별 30분으로 제약되었고, 그나마도 줄서기에 실패하면 타볼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
M3는 물론 이번에 출동한 시승차 모두를 어찌됐든 한번씩은 타봤다고 착각한 기자는 남들 다 잡아타고 난 뒤 남은 차를 시승하기로 했고, 그 차는 BMW 퍼포먼스 패키지로 꾸며진 120d 쿠페였다. 시승차 중에 아직 못 타본 X6 xDrive50i가 있었음을 상기했더라면 진작에 서둘렀을 터인데, 부지런하지 못한 새에게는 먹이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120d에 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6개월 전 시승 때보다 한결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STX를 출발, 쌍용계곡과 속리산 국립공원 국도를 지나 다시 STX로 돌아오는 63.6km, 약 70분 코스를 달렸는데 이른 아침의 한적함 속에 맑은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기분이 여간 상쾌하지 않았다. 내가 이 차를 시끄럽다고 했던가? 절로 코웃음이 나왔다.
숙소를 떠나 다시 충주호까지 이동하는 마지막 시승 구간에서는 전날에 이어 –다른 기자들이 혀를 내두르는 가운데- 다시 X6 30d에 올라탔다. 이번에는 철저히 관광모드다! 기자로서는 X6와 120d의 매력을 재확인한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행사였다. 하지만 BMW 코리아가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마련한 로드맵을 한 부 챙겨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소중히 간직했다가 다음에 꼭 한번 다시 오리라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