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수입차 최초로 디젤 세단을, 디젤 쿠페를, 디젤 1.6 모델을 도입한 푸조가 이번에는 첫 디젤 컨버터블을 선보였다. 4인승 하드탑 컨버터블 307CC의 후속모델인 308CC가 그것이다. 디젤엔진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못했던 시절에는 해외에서의 디젤 컨버터블 출시 소식이 마냥 신기했던 기억인데, 그새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308CC 2.0 HDi는 최신모델인데도 예전부터 접하던 모델마냥 편안하게 느껴졌다. 글/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그도 그럴 것이, 308CC의 앞머리 부분이나 대시보드는 다른 308시리즈들과 별다를 바가 없고, 4인승 하드탑 컨버터블이라는 구성은 307CC에서 그대로 이어졌다. 2.0 디젤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도 307 시절부터 숙성된 것이니, 308 / 4인승 하드탑 컨버터블 / 2.0 HDi의 첫 만남도 그리 낯설지가 않게 다가온다. 푸조는 1930년대부터 하드탑 컨버터블을 만들었던 ‘원조’이고, 1990년대까지만 해도 벤츠 SLK등 일부 고급차용 기술에 머물렀던 전동식 하드탑을 처음으로 대중차에 도입한 –결국 하드탑이 소프트탑을 밀어내고 컨버터블의 대세로 자리잡게 만든 - 장본인이기도 하다. 2000년에 푸조가 206CC로 스타트를 끊은 이래 숱한 유사 ‘쿠페-카브리올레’ 차량들이 등장했지만, 307CC(2003), 207CC(2007)를 포함해 작년 연말까지 65만대의 쿠페-카브리올레(CC)를 생산한 푸조가 이 분야 시장점유율에서는 단연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미개척분야를 앞서간 탓에 206CC나 307CC에는 문제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206CC가 207CC로, 307CC가 308CC로 진화한 현재로서는 그만큼 높아진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307CC 이후 출시된 4인승 하드탑 컨버터블에서는 3분할 하드탑이 대세로 자리잡았는데, 308CC는 307CC가 채용했던 2분할 방식을 고수함으로써 오히려 신뢰감을 높여주고 있다. 지붕 두 조각과 뒷 유리 한 조각으로 구성되는 3분할 하드탑과 달리, 2분할 방식은 뒷유리 부분과 지붕 부분을 비슷한 길이로 접어야 트렁크 공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스타일링에 문제가 생긴다. 206CC, 207CC처럼 2인승에 가까운 2+2까지는 괜찮다 쳐도, 어쩔 수 없이 지붕길이를 더 확보해야 하는 4인승에서는 모양새가 어색해지기 십상인 것이다. 307CC는 바로 그 점에서 실패한 차였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리고 308CC는 그러한 문제를 놀랄 만큼 잘 극복해냈다.
308해치백이나 308SW와 마찬가지로 308CC도 기본 플랫폼은 307시절에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지붕구조 자체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307CC대비 넓어진 차폭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차체가 예전에 두드러졌던 ‘어색한 비례’를 절묘하게 감추고 있다. 308의 앞모습이야, 처음부터 비교상대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돋보이는 존재감을 가졌던 것이지만, 아래로 쳐졌던 측면 유리 하단 라인이 팽팽해진 것이라든지, 뒷유리 끝 단으로부터 내리막을 이루며 떨어졌던 트렁크 덮개가 정상적인(?) 형태로 바로잡힌 것 등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흡기구 모서리가 뾰족한 앞 범퍼는 해외사양의 경우 버전에 따라 308해치백에도 적용되던 것인데, 국내에는 처음 선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나름 다른 308들과의 차별화 요소가 되고 있다. 넓고 큼직큼직한 앞부분에 비해 뒤는 다소 가볍게 보이는 편. 헤드램프와 대칭을 이루듯 커다란 테일램프를 달았던 307CC에 대해 자기비판이 이루어진 결과는 아닌가 모르겠다. 어쨌든 ‘뒷모습은 페라리네?’라고 얘기한 이가 있을 정도로 후면 부에도 눈을 현혹하는 요소들은 많다.
앞모습에서 시작된 V형상이 뒤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것은 다른 308들과 마찬가지. 트렁크 굴곡과 절개선, LED 테일램프, 범퍼 하단의 디퓨저 가운데 부분까지 모두 V를 그린다. 차체와 측면 유리의 경계를 강조한 크롬장식은 뒷면까지 이어져 C필러를 감쌌고, 번호판 보금자리의 경계부분 V라인 역시 크롬도금으로 힘을 주었다. 푸조가 ‘빨간빛의 커튼’을 만든다고 표현하는 테일램프는 후미등과 제동등, 깜빡이를 각각 한두 줄씩의 LED로 비스듬히 배열했고, 리어스포일러 가운데에 보조제동등을 심어 시인성을 높였다. 범퍼 하단의 검은색 디퓨저 형상 양끝 빨간색 반사판 아래로는 왼쪽에 후방안개등, 오른쪽에 후진등이 내장되어 있다. 레이싱카에서 공기역학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 설계하는 디퓨저를 흉내 내 스포티한 분위기를 내긴 했는데, 배기구는 범퍼 안쪽으로 숨겨 바닥을 보도록 했다. 가짜 배출구 형상을 만들어 크롬 테두리로 강조한 308해치백보다는 나아 보인다.
화려한 앞뒤 모습에 비해 측면에서는 은은하게 숨겨진 굴곡을 찾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308해치백이나 SW에서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의 17인치 휠은 애프터 마켓용으로 많이 보던 제품을 연상시켜 흥미롭다. 차체 크기를 치수로 따져보면 307CC에 비해서는 길이 43mm, 폭 58mm가 늘어났고, 휠베이스는 동일하다. 308해치백과 비교하면 길이는 124mm가 더 길고 높이는 72mm가 낮다. 해치백보다 휠베이스가 3mm 짧아진 것은 마치 전용 하체설정을 가졌다고 티를 내는 것처럼 보인다. 수수한 폴딩식 시동키 리모컨으로 도어록을 해제시키면 남들 보기 민망할 정도로 요란한 깜빡이 세레모니와 함께 접혀있던 사이드미러가 펼쳐진다. 동시에 사이드미러 아랫면에 내장된 하얀LED 조명이 바닥을 비춰주어 안심하고 차에 오를 수 있게한다. 도어를 열면 도어 하단에도 별도의 조명이 켜지는데, 이는 내릴 때를 위해서다. 대시보드 하단 발 공간에도 조명이 들어가 있다.
도어 유리는 문을 닫을 때 지붕부분의 U자형 씰에 끼워지도록 해서 밀폐성을 높였다. 이 때문에 바깥쪽에서 도어 손잡이를 당기면 유리창이 아래로 2cm 내려간 뒤 문이 열리는 ‘숏드랍’ 기능이 채용되어 있는데, 손잡이를 잡는 순간 안쪽에 내장된 센서에 의해 유리창이 먼저 반응하기 때문에 문을 여는 동작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부분에 대한 배려가 없는 차들은 손잡이를 잡아 당기고 나서야 유리창이 내려가기 때문에 구분동작으로 문을 열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물론 손잡이를 터치 한 뒤 일정 시간 내에 문을 열지 않으면 내려갔던 유리창은 자동으로 원위치 된다. 실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시트다. 어지간한 스포츠카에 달아놓아도 잘 어울릴 것 같은 멋진 형상인데, 어디서 본 것 같다 했더니 2007년에 공개된 308 베이스의 스포츠 쿠페 컨셉카 ‘308 RC Z’의 것과 유사하다. 308들의 시트가 워낙 멋스럽긴 했지만 이번에는 헤드레스트가 일체형으로 붙고 버킷 형상이 강조되면서 더욱 탐스러운 모양이 되었다. 게다가 국내 308들에 빠져 아쉬움을 자아냈던 올-가죽/전동조절/열선 사양까지 모두 포함되었다.
헤드레스트 아래쪽에 뚫린 구멍은 서늘한 날씨에 지붕을 열었을 때 목에 따뜻한 바람을 불어주기 위한 송풍구로, 벤츠에서 쓰고 있는 ‘에어스카프’라는 명칭 대신 푸조에서는 ‘에어웨이브’라 부른다. 벤츠보다는 한발 늦었지만 적어도 ‘4인승’중에서는 최초라는 것이 푸조의 주장. 이 장비는 눈 덮인 한겨울에 남들 잘 모르는 오픈에어링의 묘미를 즐길 때뿐 아니라 그이의 숨결이 그리울 때도 유용하다. (이런 뵨…) 바람 방향을 상하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앉은 키에 따른 개인차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헤드레스트 옆에 붙은 태그에는 ‘트윈에어백’이라고 써있는데, 이는 측면 에어백과 머리 보호용 에어백을 모두 시트에 내장했다는 얘기로, 세계 최초의 사양이다. 308CC는 유럽의 신차충돌테스트(유로NCAP) 정면/측면 실험에서 37점 만점에 36점을 얻어 별 다섯 개를 획득했다. 다른 308들과 달리 운전자 무릎에어백은 빠져서 총 6개의 에어백이 달린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그 넓던 앞유리가 조금 낮아진 것 외에 다른 308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앞유리 상단은 낮아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뒤로 잔뜩 당겨진 탓에, 지붕이 열린 상태에서 승하차를 할 때도 머리를 조심하게 된다. 대시보드 형상은 308 그대로이지만 아래쪽을 평편하게 깎은 스포츠 스티어링 휠이 낮게 자리한 시트와 함께 스포티한 기분을 돋운다. 페달과 발판에도 307CC처럼 메탈 장식을 둘렀다. 센터페시아는 유광 검정색으로 칠한 것이 눈에 띈다. 시승차는 내비게이션 작업을 하느라 임시로 사제 오디오를 끼워둔 상태였는데(물론 이런 모습으로 판매되지는 않는다), 오디오와 통합되어 있었던 차량설정 메뉴 조작부가 센터콘솔로 내려간 것이 눈에 띈다. 센터콘솔의 다이얼과 버튼을 만지작거리고 있자니 i드라이브와 같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다루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지만 물론 화면해상도나 기능면에서는 차원이 다르다.
크루즈 컨트롤 등의 리모컨은 여전히 스티어링휠 뒤에 숨어있고, 열선조작용 다이얼은 각 시트의 방석 날개 바깥쪽에 자리하고 있다. ECM룸미러와 오토헤드램프, 오토와이퍼 등 편의사양은 충실하다. 에어컨은 좌우독립온도조절식이고, 지붕개폐여부를 반영해 작동한다. 스티어링 컬럼은 깊이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운전석은 8웨이 전동조절 기능과 메모리 기능을 갖추고 있어 운전자세를 편리하게 맞출 수 있다. 지붕개폐 스위치는 센터콘솔의 팔걸이 아래쪽에 있다. 지붕을 열거나 닫는 데는 20초가 걸리고 시속 12km까지는 주행 중에도 작동이 가능하다. 원래는 대시보드 상단의 컬러 액정을 통해 작동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시승차는 그 부분에 국내용 내비게이션을 설치한 터라 아래쪽의 설정창에 뜨는 작동완료 메시지 밖에 볼 수 없었다. 308의 대시보드 상단에 달리는 컬러액정과 센터페시아에 달리는 단색액정은 같은 차의 것으로 보여지지 않을 정도의 수준차이를 가졌다.
유리창이 닫힌 상태에서 지붕을 열 때, 307CC는 유리창들이 완전히 내려가면서 지붕이 열리기 시작했는데, 308CC는 유리창들이 5cm만 하강했다가 지붕이 열리고 나면 다시 원위치된다. 지붕과 유리창의 작동을 이원화한 셈이다. 이처럼 눈에 띄는 차이점 외에도 가변 지붕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개선 작업이 안팎으로 이루어져있다. 유리창 네 개를 한꺼번에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스위치가 지붕개폐 스위치 옆에 마련되어 있는 것은 307CC와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앞으로는 (해치백과 SW에서는 파노라마 루프의 전동 햇빛가리개용 스위치가 있었던 부분) 시트 열선 조작부처럼 생긴 다이얼이 한 세트 더 있는데, 이것으로 에어웨이브의 세기-온도와 풍량-을 조절한다. 에어웨이브는 시트 등판에 달린 세라믹 서미스터와 송풍장치를 이용하기 때문에 실내온도조절장치와는 별개. 요즘 같은 여름철에 에어컨을 틀었다고 해서 목에 냉풍을 불어주는 것은 아니고, 따뜻한 바람의 온기만 조절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처럼 센터콘솔에 조작부들이 늘면서 컵홀더는 사라졌다. 운전석 왼편의 작은 선반이나 동반석쪽의 가방걸이는 그대로 달렸고, 글로브박스와 센터콘솔 수납함은 도어록과 연동해 잠긴다. 지붕을 열어놓은 채 자리를 비웠을 때 도난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도어트림은 L자로 꺾였던 메탈장식 손잡이를 일자로 길게 빼 시원스럽다. 재질도 매끈해져서 조금 다른 느낌을 주는데, 모서리의 마무리가 조금 아쉽다. 이 손잡이는 뒷좌석에서도 반복된다. 오히려 뒷문이 있는 해치백이나 SW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식이기도 하거니와 뒷좌석용 유리창 조절 스위치가 이 손잡이 안쪽에 따로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시트도 앞좌석처럼 좌우가 뚜렷하게 버킷형상으로 나뉘어져 있고, 뒷좌석용 송풍구, 천장 조명, 가운데 팔걸이, 앞좌석 등판 그물망이 다 달려 있어서, 여러모로 ‘제대로 된 4인승’임을 주장하는 듯 하다. 심지어 앞문짝의 도어 포켓도 뒷좌석용 부분을 따로 만들었을 정도다.
동반석까지 8웨이 전동조절식이라, 뒷좌석에 드나들 때는 호사스러운 원터치 워크인 기능을 쓰게 된다. 레버를 위로 당기면 등받이가 앞으로 젖혀지면서 자동으로 전진하고, 등받이를 세운 뒤 레버 아래의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다시 원래 위치로 복귀한다. 어두운 곳에서는 버튼에 조명이 켜지기 때문에 눈에 잘 띈다. 내친김에, 운전석에서 조작해 줄 수 있도록 동반석 좌측면에도 스위치를 달았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그런데, 이 차는 정말 제대로 된 4인승일까? 307CC보다 차폭이 늘어나면서 팔꿈치 공간 등에 여유가 생겼고 휠베이스는 같지만 시트 형상을 개선해 다리와 발공간도 나아지긴 했다. 앞좌석의 등판을 마주보고 앉는 것 같은 갑갑함이 있긴 하지만 장거리 이동이 아니라면 그럭저럭 앉아 있을 만한 공간과 자세다. 다만 이것은 지붕을 내렸을 때에 한해서다. 지붕을 닫은 상태에서는 머리에 뒷유리가 먼저 닿아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대지도 못한다. 보통 키의 여성이라면 모를까, 성인에게는 쉽게 권할만한 자리가 아니다. 뒷유리가 머리를 둥그렇게 감싸면서 지붕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쿠페상태에서도 머리는 햇빛에 노출된다. 에어웨이브의 송풍구 디자인이 뒷좌석에서도 반복되고 있지만, 여기서는 바람이 나오지 않는다. 헤드레스트 뒤편에는 전복 사고시 눈깜짝할새 돌출되는 롤오버바가 내장되어 있다. 안전벨트는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메는 방식으로, 307CC와 같다.
트렁크는 이런 차 치고 제법 넓다. 지붕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한데다, 트렁크에 넣을 때는 뒷유리와 기둥부분을 살짝 분리해서 부피를 줄인다. 적재용량은 지붕을 올린 상태에서 465(403)리터, 지붕을 내리면 266(226)리터로, 307CC보다 늘어났다. (괄호안은 VDA기준) 트렁크 바닥아래로도 수납공간이 있어서 윈드스토퍼 등을 보관할 수 있는데, 국내 사양에서는 풀 사이즈의 스페어 타이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트렁크 내부에는 덮개 안쪽과 측벽에서 조명을 비춰준다. 트렁크 덮개를 열고 닫을 때는 역시 힘이 들어간다. 308CC는 해치백보다 지붕만 낮춰진 것이 아니라 하체도 앞/뒤가 12mm/8mm씩 낮아지는 등 전용의 하체설정을 가졌다. 고정식 지붕을 대체하기 위해 차체 곳곳을 보강했고, 307CC보다는 무게를 줄이면서도 강성을 높였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타 본 모 회사의 하드탑 컨버터블은 요철을 지날 때마다 유리와 지붕이 털리면서 요란스러운 반응을 보였는데, 308CC에서는 그러한 면을 찾아볼 수 없어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었다. 차체강성 못지 않게 진동흡수 능력도 중요하다.
운전감각에 있어서는 유연하다 못해 다소 느슨하게도 여겨졌다. 낮아진 운전자세나 스티어링휠, 시트 형상 등이 스포티하게 잘 달릴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저속에서의 조향 반응 민첩성 등은 해치백만 못하다. 전동유압식 파워스티어링의 설정 등 많은 부분이 바뀐 탓이다. 보기만큼 스포티한 차가 아니란 점을 인정하고 나면, 긴장을 풀고 와인딩 주행을 즐기는 정도로는 무리가 없다. 타이어는 225/45R17 사이즈의 콘티넨탈 콘티스포트컨택3를 끼웠는데, 승차감도 좋은 편이다. 엔진은 2.0 디젤 ‘HDi’이고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를 쓴다. 최고출력이 4,000rpm에서 138마력, 최대토크는 2,000rpm에서 32.6kgm이고 오버부스트 시에는 34.7kgm까지 올라간다. 제원상 수치가 최신 디젤들에 뒤쳐지고 해치백보다 170kg정도 불어난 몸무게도 신경 쓰이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흡족한 힘을 발휘해준다. 특히 시동을 걸 때부터 시작해 통상적인 시내주행은 물론 과격한 주행에서도 시종일관 부드럽게 느껴지는 구동계 반응이 만족스럽다. 수동모드에서도 회전수가 4,500rpm에 이르면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이루어지는데, 4,000rpm정도까지는 회전에 부담이 없다. 소음과 진동 면에서의 성숙함이 디젤 컨버터블에 대한 거부감을 줄인다. 지난 번 308 MCP를 탈 때만 해도 브레이크의 예민한 초기반응에 당황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마저도 자연스럽고, 동력연결이나 변속에 대한 위화감도 느낄 수 없었다.
제원상 0-100km/h 가속에는 12.5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202km/h이다. 해치백은 11.6초와 200km/h이고, 몸무게가 둘 사이에 들어가는 SW는 11.7초와 197km/h를 나타낸다. 정속 주행시 엔진회전수는 80km/h에서 1,600rpm, 100km/h에서 2,000rpm정도. 뒷좌석에 설치하는 윈드스토퍼가 트렁크에 들어있었지만 그냥 다녀도 운전석에는 바람이 그리 몰아치지 않는다. 다만, 가이드가 없는 안전벨트는 팔랑거리면서 어깨를 쳐서 신경 쓰인다. 물론 뒷좌석 승객은 헤어스타일이 망가질 각오를 해야 한다. 지붕을 내리기가 부담스러울 때에는 유리창 4개만 내리고 달려도 꽤 삼삼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430km를 주행한 시승기간 동안의 평균연비는 10.8km/L가 나왔고 트립컴퓨터에 남겨진 시승차의 총 주행거리 2,200km에 대한 연비는 10.6km/L였다. 2.0 HDi 해치백 시승 때의 12km/L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친 수준. 하지만 국내에 최초로 소개된 디젤 컨버터블인 만큼 14.7km/L의 공인연비는 컨버터블 중 최고다. 참고로 해치백과 SW의 공인연비는 15.6km/L. 주유구는 여전히 시동키를 마개에 꽂아야 열 수 있는 방식이고, 연료탱크 용량은 60리터이다.
화려한 스타일링과 스포티한 외적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308CC는 짜릿한 운전재미를 느낄 수 있는 차는 아니다. 하지만 2세대로 넘어오면서 숙성된 4인승 하드탑 컨버터블로서의 가치는 사용자 친화적인 각종 사양과 편의성, 편안한 주행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디젤엔진과의 궁합도 나무랄 것이 없어서, 오히려 푸조의 장기들을 잘 버무려졌다는 생각이 든다. 편안한 것 대신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이에게는 푸조에서 내년에 출시하는 2+2 쿠페 ‘RCZ’를 추천한다. 308CC보다 더 납작한 차체에 전동식 하드탑 같은 거추장스러운 장비 없이 순수한 운전재미를 추구한 차라 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푸조 308 RC Z(양산차로 나올`RCZ`의 컨셉카)
▶ [rpm9] 푸조 RCZ▶ [rpm9] http://www.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