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때문일까? 아니면 빨간 색상 때문일까? 어떤 이는 수입차처럼 보이는 외관 때문이라고도 했다. 아마 셋 모두일 것이다. 말 그대로 ‘헤드터닝(head-turning)’. 그 사이, 비싸고 좋다는 차, 이국적인 스포츠카들도 많이 타봤지만, 이만큼 행인들의 끈적한 시선을 느끼기는 1년 전 쏘울 시승 때 이후 처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쏘울도 시승차가 빨간색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여성들이, 이번에는 남성들이 더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 조금 달랐다. 글/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제네시스 쿠페의 등장과 함께 현대자동차의 앞바퀴 굴림 쿠페는 대가 끊겼다. 스쿠프-티뷰론-투스카니로 이어져온 현대의 쿠페 라인은 당대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스포츠카’에 대한 욕구를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주는 무시 못할 역할을 해왔다. 후륜구동방식을 채택한 제네시스 쿠페는 그 수준을 한 단계 이상 높여놓았지만, 젊은 층이 접근하기에는 그만큼 부담스러운 위치로 올라선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르테쿱은 투스카니의 단종과 함께 공석이 됐던 그 자리를 다시 채웠다고 볼 수 있다. 현대시절에도 그랬듯이 국내에서는 여기에 정면으로 맞닥뜨릴 경쟁모델이 없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포르테쿱은 미국시장을 겨냥해 기획된 모델. 기아는 현지에서의 경쟁모델로 토요타의 싸이언 tC, 포드의 포커스 쿠페, 시보레 코발트 쿠페, 혼다의 시빅 쿠페 등을 꼽았다. tC를 제외하고는 동명의 세단과 쿠페가 함께 판매되는 차들이다. 쿠페형 차량들의 실제 판매대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자동차회사들은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이러한 차들을 만들어낸다. 작고 저렴한 쿠페라면 ‘평생고객이 될지 모르는 젊은 고객들을 끌어오기 위해’라는 목적도 커진다. 현대차와의 차별화를 위해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내세우며 ‘디자인 경영’을 표방한 기아에겐 안성맞춤의 모델인 셈이다. 포르테쿱은 쏘울과 함께 대외적인 ‘디자인 기아’의 원-투 펀치로 자리한다. 현대 역시 이 자리를 기아에게 완전히 양보한 것은 아니다. 2007년에 공개된 컨셉카 ‘벨로스터’를 바탕으로 스포티한 앞바퀴 굴림 쿠페형 차량을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컨셉카에 대한 호평을 바탕으로 양산차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벨로스터와 달리, 2008년 뉴욕모터쇼에서 세계최초로 공개된 ‘쿱(Koup)’ 컨셉카는 이미 개발 마무리 단계였던 포르테 세단과 쿠페의 디자인에 대한 예고편 역할을 맡고 있었다. 1년 뒤, 뉴욕모터쇼에서는 양산형의 포르테쿱이 베일을 벗었고, 비슷한 때 열린 서울모터쇼에서는 1년 묵은 쿱 컨셉카를 볼 수 있었다. 당시 해외에서 배포된 보도자료 사진 속의 포르테 쿱은 컨셉카의 이미지를 잘 유지하고 있어 반가운 한편으로 우중충한 색상이 실망스러웠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도로 위에서 실물로 만난 빨간색 포르테 쿱은 하얗고 까만 차들 사이에서 단연 시신경을 자극하는 밝은 빨간색으로 머리를 멍하게 만들었다. 세단도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좋았지만, 지붕을 6cm 낮추고 휠아치를 부풀린 포르테쿱은 스포티한 느낌이 더욱 강해졌다. 날렵하게 보이려다 오히려 나약하게 보이는 결과를 초래한 쿠페들이 있는 반면, 포르테쿱은 속이 꽉 차 보이는 묵직한 모습으로 차별화된다. C필러의 형상으로 인해 실제보다 뒷유리가 덜 누운 것처럼 보이는 면이 있고, 사진상으로는 후륜 휠아치의 볼륨감과 테일램프 바깥쪽 모서리의 꺾인 면이 눈에 잘 띄지 않는 듯 하다.
보닛과 헤드램프 외에 거의 모든 외장파트를 세단과 달리한 포르테쿱은 휠 모양 하나만 보더라도 디자인에 얼마나 신경 쓴 차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컨셉카에 달렸던 것과는 격이 달라도 한참을 다르긴 하지만, 이 정도라도 흉내 내려고 노력한 것이 대단하다. 이 휠은 얼핏 보기와 달리 검정색 휠에 은색 플라스틱 장식을 붙인 것이다. 휠 뿐 아니라 차체 곳곳에도 번쩍거리는 검정색으로 액센트를 주었다. 실내에서 유행처럼 번진 블랙 하이그로시 처리를 바깥으로 끄집어 낸 것이다. 차체외장의 검정색 부품들은 오랫동안 ‘저가버전’을 상징하던 것인데 포르테쿱에서는 가격대가 높아질수록 검정색 파트가 늘어간다. 물론 이 블랙 하이그로시 처리는 기존의 ‘안 칠한 검정색 플라스틱’ 부품들과 달리 고급스럽고 차체색상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효과가 있지만 적용범위가 지나쳐 보인다. 어지간한 부분들은 그냥 차체색상으로 놔두고 차라리 컨셉카처럼 지붕을 검정색으로 칠해주었으면 어땠을까. 연식 변경 때 뒤통수를 맞을 수는 있겠지만 일단은 도어핸들이 크롬도금이 아닌 것만해도 고맙긴 하다. 그런데 손잡이가 검정색이다 보니 스마트키가 적용된 시승차에서는 어두울 때 검정 고무버튼이 눈에 잘 안 띄어 불편했다. 사이드미러는 2.0부터 검정색칠이 되는데, 둥그런 미러캡과 뭉툭한 내장 깜빡이 형상이 조금 아쉽다. 그래도 시야확보는 잘된다. 지붕의 상어지느러미 안테나는 내비게이션 선택여부에 관계없이 붙는다.
세단보다 길어진 문짝을 열면, 검정색가죽에 빨간색 실을 꿰맨 ‘스포츠 버켓 시트’가 착석을 독촉한다. 형상 자체는 어깨가 넓게 각이 져서 ‘컴포트 시트’처럼 보이는 면도 없지 않지만 착좌감이나 지지력은 차의 성능과 잘 어울리는 수준이다. 도어트림이 새로 설계된 것 외에 실내에서는 세단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센터페시아의 블랙 하이그로시 부분을 넓히고 대각선으로 살을 붙여 컨셉카의 그것을 재현했는데, 비상등 스위치 주변의 곡면이 오묘한 느낌을 준다. 고급형부터는 대시보드의 크래시패드에 인조가죽이 덮이고, 최고급형에 해당하는 레드프리미엄을 선택하면 이 부분과 도어트림 가죽이 빨간색으로 처리된다. 시승차는 차체 색상이 빨간색이라 효과가 덜했지만 실내에서뿐 아니라 밖에서 볼 때도 액센트가 되는 부분이다. 나머지 재질들은 단단한 플라스틱 그대로이다. 2010년형 포르테가 나오면서 실내 재질을 고급화했다는데 어느 부분이 그렇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스티어링휠은 크기나 파지감이 나쁘지 않지만 모양자체가 스포티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수출형에는 크루즈컨트롤용 버튼이 추가되어 아래쪽 스포크에도 버튼이 달리는데, 남의 떡이라 왠지 좀 나아 보이긴 한다. 시승차에는 스티어링 컬럼의 깊이 조절기능이 있지만 이는 레드프리미엄에 한정된 내용이다. 변속레버는 파지시의 속이 꽉 찬 느낌이나 레인지 이동시의 조작감이 좋다. 팔걸이 위치도 적당하다. 페달과 풋레스트에는 메탈장식이 붙었고, 쏘울에 달렸던 라이팅 스피커가 재활용되었다. 시승차는 센터콘솔 주위에서 열이 발생해서 올려둔 물건들은 물론 안쪽 다리도 따뜻해졌다. 겨울이라면 온열기능이 있다고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시승날은 복날이었다.
시승차는 내비게이션과 사이드&커튼에어백만 빠진 거의 풀 옵션 사양으로, ECM룸미러와 자동요금징수시스템, 풀 오토 에어컨이 달렸다. 차체 바깥쪽으로 슬라이딩되는 선루프는 열 때만 원터치이고, 유리창은 운전석만 원터치로 여닫힌다. 유리창은 내려갈 때 특히 빠른 것과 가볍고 조용하게 움직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계기판의 경고등은 열린 도어를 표시해주고 주차센서도 4개 중 어느 쪽에 장애물이 감지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트립컴퓨터의 기능이 다양하고 한글로 친절한 설명도 해준다. 무엇보다도 안전벨트를 메지 않았을 때 시끄럽게 구는 대신 경고등만 깜빡 거리는 점이 좋았다. 에어컨에는 좌우독립 온도조절기능과 AQS가 없고, 열선은 단계 조절식이 아닌 온/오프식이다. 1.6 기본형부터 오토헤드램프가 적용되는 등 기본사양이 꽤 좋은 편이다. 시트 위치조절은 물론 수동식이다. 천장과 더불어 낮아진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조금 더 낮출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최고급형에서는 뒷좌석 헤드레스트가 분리형으로 되어 있는데, 최대한 낮춰도 후방 시야를 가리는 편이다. 정 신경 쓰이면 말 그대로 분리해서 다니면 되긴 하겠다. 쿠페치고는 지붕이 그리 낮지 않기 때문에 몸을 뒷좌석으로 들이밀고 헤드레스트를 조절하는 일이 그리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 바꿔 생각하면, 아이가 딸린 집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불편하게 뒷좌석 공간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세단보다 도어가 길어서 좁은 공간에서 여닫기가 불편한 것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문짝은 넓은 각도까지 열린다. 동반석 등받이 바깥쪽에는 원터치로 등받이를 앞으로 젖히고 시트를 밀어낼 수 있는 워크인 디바이스가 마련되어 있다. 뒷문이 없는 차에서는 당연한 기능이다. 그런데 운전석에는 이 기능이 없다. 투스카니 때는 기본형에도 있었는데, 제네시스 쿠페 때부터 운전석에는 아예 안 넣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물론 허리를 푹 숙여 방석에 달린 등받이 각도조절 레버를 당기면 운전석 등받이도 앞으로 젖힐 수 있다. 시트도 레버 당겨서 앞으로 밀면 된다. 하지만 뒤에 사람을 태우던, 짐을 싣던, 뭘 해도 불편하기 마련이다. 이 기능이 음악 나올 때 번쩍거리면서 조명 켜지는 스피커만도 못할까? 뒷문이 없는 차를 탈 때면 운전석 등받이를 앞으로 젖히고 시트 뒤에 가방을 놓는 것이 습관화된 필자로서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것이 제네시스 쿠페보다 이 차에서 더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메이커 스스로 ‘세단’임을 주장할 만큼 뒷좌석의 쓰임새가 좋기 때문이다. 세단과 동일한 2,650mm의 휠베이스를 유지한 덕분에 뒷좌석 공간은 말 그대로 세단이 부럽지 않다. 물론 6cm나 낮아진 지붕 높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뒷유리 좌우 양쪽에 김이 서려있고 뭔가로 문지른 자국이 있다 했더니 안쪽에서 두 사람의 머리가 유리에 닿아 비벼지면서 김이 서린 흔적이었다. 하지만 ‘목을 꺾어야 하는’ 여느 쿠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부러 엉덩이를 바싹 붙여 꼿꼿이 앉으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어지간히 앉은 키가 큰 사람도 그럭저럭 앉을만하기 때문이다. 센터터널도 낮고 무릎공간이나 좌우 여유가 충분해서 가운데 암레스트가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바깥쪽 암레스트 부분에는 컵홀더와 작은 바구니도 마련되어 있다. 뒷유리 상단에는 머리에 내리쬐는 햇빛을 줄이기 위해 검정색 줄을 쳐놨는데, 적어도 이 차는 투스카니처럼 트렁크를 닫을 때 뒷유리에 머리를 찍힐세라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다. 레드프리미엄에 한정된 내용이긴 하지만, 뒷좌석 등받이를 눕혀서 적재공간을 늘릴 수도 있다. 트렁크 덮개를 열어보면 6:4로 나뉜 등받이를 각각 접을 수 있도록 양끝에 잠금 해제 손잡이가 하나씩 마련되어 있다. 실내와 트렁크를 잇는 구멍이 넓은 것은 아니지만 필요할 때는 요긴하게 쓸 수 있다.
트렁크 덮개에는 별도의 오픈 스위치가 없다. 열 때는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던지 운전석 왼편 바닥의 레버를 당겨야 한다. 스마트키를 적용하긴 했으나 트렁크 덮개만큼은 스마트하게 열 수 없는 셈이다. 트렁크 덮개는 무게감 없이 열리고 안쪽에도 닫을 때 쓰는 손잡이는 없다. 트렁크 바닥 아래로는 임시용 스페어타이어와 관련공구를 내장한 스티로폼 바구니가 들어있는데, 바닥판도 그 형상에 맞게 약간 돌출되어있다. 들춰보고 다시 덮을 때 제 위치를 찾기 쉽도록 한쪽 끝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보통인데, 이 바닥판은 그냥 나풀거린다. 트렁크 덮개 왼쪽에는 ‘FORTE’, 오른쪽에는 ‘KOUP’이라고 영문 차명이 붙는다. 특히 2.0에는 쿱의첫 글자 I부분에만 빨간색을 입힌 전용 엠블럼이 붙는다. 알기 쉽게 ‘투톤 범퍼’라고 표현하는 뒷범퍼 하단의 검정색 부분 – 디퓨저 형상은 단순히 검정색 칠만 하고 끝낸 것이 아니라 세로 핀 형상까지 입체감 있게 조형해서 시각적인 효과가 뛰어나다. 모닝 때도 그랬지만 질감도 아주 좋다. (그런데, 이 부분은 왜 블랙 하이그로시 처리를 하지 않았을까?) 컨셉카보다도 디퓨저 면적이 넓어져서 뒷범퍼 옆까지 파고들어갔기 때문에 후측면에서 보면 꽁무니가 들린 것처럼 보이는 데, 원래 모습대로 묵직하게 놔뒀으면 어땠을지 궁금하다. 주차센서는 디퓨저 부분에 매립해 눈에 잘 띄지 않도록 처리했고, 컨셉카에서 좌우 양측으로 하나씩 뽑았던 배기구는 오른쪽에 쌍으로 몰았다. 디퓨저 사이로 타이트하게 고개를 내민 지금의 배기구 모습도 꽤 탄탄해 보이지만, 나중에는 튜너의 손을 빌어서라도 좌우 양갈래 배기구까지 보고 싶다.
실내에 들리는 배기음은 소문을 통해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쳤다. 포르테가 일반 세단치고 스포티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포르테쿱-2.0이라고 해서 딱히 다른 뭔가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주구장창 에어컨을 틀고 다녔기 때문일까? 운전석에서는 배기음보다 엔진소음이 두드러져서 덜 조용한 승용차 정도의 밋밋한 느낌이었다. 지하주차장에서의 시동음이나 반향되는 배기음은 머플러 자체를 듀얼로 뽑았던 투스카니 2.0이 나았지 싶다. 엔진은 물론 포르테쿱 쪽이 낫다. 2.0 모델은 포르테 2010년형과 함께 현대기아의 준중형차 최초로 구형 베타가 아닌 쎄타, 그것도 쎄타II를 얹었다. 기아에 따르면 이 엔진은 무려 ‘158마력의 울트라파워를 뿜어내는 최첨단 슈퍼엔진’이기 때문에, 143마력의 구형 베타엔진을 얹었던 투스카니 2.0따위는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자동변속기를 적용한 경우의 공차중량도 포르테쿱은 1,215kg, 투스카니는 1,357kg으로 차이가 크다. 달리기 성능이 기대를 모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동변속기 모델에서는 눈높이를 많이 낮춰야 할 듯싶다. 발진 가속에 대한 체감성능은 좋다. 가속페달 입력에 대한 반응이 예민해서, 무심코 밟았다가 깜짝 놀랄 정도로 튀어나가기를 여러 차례. 밑창이 얇은 신발을 신고도 가속페달을 미세하게 조작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았을 정도다. 1.6이었다면 힘도 없으면서 초기반응만 높이는 속임수를 썼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2.0이니 기본 이상의 힘은 갖췄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문제는 정작 필요할 때 신속하게, 충분한 힘을 내주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엔진은 고회전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동변속기는 운전자의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언덕길을 탄력 받아 올라가면서 가속페달을 미묘하게 밟아보면 변속기는 단수를 내렸다 올렸다 해가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프트다운이 지나치게 적극적이고 기어단수가 고작 1단을 내려가는데도 회전수가 크게 솟구치며 굉음을 내니 지켜보기가 안쓰럽다. 아무래도 엔진 힘을 허투루 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1.6과 2.0에는 4단 자동변속기가 달리고 수출용인 2.4에만 5단이 쓰인다. 투스카니 시절에는 2.7 V6에도 4단이 올라갔으니 조금 나아진 것이긴 하지만, 요즘 추세를 생각하면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D에서는 현재 단수로 그대로 밀고 나갔으면 하는 순간에도 기어를 내려 산통을 깨니, 오히려 이를 막기 위해 수동모드를 쓰게 되기도 한다. 중간에 스포츠모드를 두었더라면 일반 주행시의 이 같은 위화감은 줄었을 것이나, 제네시스 쿠페에도 없었던 기능을 현대기아차에서 바라는 것은 사실 무리다. 앞서 언급한 대로 포르테쿱의 변속레버는 속이 꽉 찬 느낌이고 파지감이나 조작감이 좋아 적어도 현재의 변속기에서는 패들에 대한 아쉬움이 들지 않는다. (로체에 달린 저렴한 느낌의 변속 패들을 옮겨올 바에는…) 다만 수동모드에서도 6,000rpm을 넘긴 직후 (종종 그 이하에서도) 자동으로 상향 변속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6,200rpm에서 나오는 최고출력을 제대로 뽑아 쓰지 못하는 감이 있다. 계기판 상으로 65km/h에서 2단, 125km/h에서 3단으로 바뀌는데, 4단으로 바뀌는 185km/h까지의 가속은 손쉽게 이루어진다. 4단에서도 여력은 있지만 200km/h를 조금 남겨두고는 속도제한장치가 작동한다.
하체는 분명 단단하게 조여져 있으나 묵직한 반응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요철 통과시 후륜이 통통 튀는 느낌이고 차체가 가볍게 느껴진다. 진중한 감이 없어서 그렇지 승차감은 그리 나쁘지 않다. 물론 스포츠 쿠페로 접근했을 때는 그렇다는 얘기이고, 그간의 국산세단에 길들여진 이들이라면 적응에 시간이 걸리거나 일종의 ‘스포츠카’를 타는 맛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포르테쿱으로 신나게 와인딩 코스를 달릴 때는 모든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지만 막상 보통의 준중형 세단으로 옮겨 타니 멀미가 날 정도로 출렁거림과 쏠림이 심해 단박에 비교가 되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포르테쿱의 시트 포지션이나 무겁게 세팅된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의 조향력도 영향을 끼친다. 속도를 더할 때의 스티어링휠은 묵직하다 못해 용수철을 감는 듯 인위적이고 노면 정보를 충실히 전달하는 것도 아니지만 스포티한 운전에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포르테쿱은 1.6 기본형부터 4륜 디스크 브레이크와 VDC를 기본으로 달았다. 시승차의 타이어는 215/45/17사이즈의 솔루스 KH16. 급제동시에는 앞으로 쭈욱 밀려나가는 느낌으로 ABS가 부드럽게 작동해 일반적인 승용차의 감각과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코너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로 조향각에 변화를 줘보면 앞쪽에서 ‘삐익’하는 약간의 굉음과 함께 VDC가 작동해 처음에는 약간 놀랐다. 이와 달리 일반적인 코너링 상황에서의 VDC 작동은 매끄럽고, 고속에서의 어지간한 급차선변경은 VDC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안정감이 있다.
정속주행시 엔진 회전수는 100km/h에서 2,100~2,200rpm, 80km/h에서 1,800rpm정도. 자동변속기 모델에는 연비운전실천을 돕는 에코 드라이빙 시스템이 붙는데, 의외의 구간에서 녹색불이 켜지곤 해서 실측 연비에 기대를 갖게 만들었으나 체감연비는 그리 좋지 못했다. 공인 연비는 12.9km/L.이고 430km의 시승구간 동안 어림잡은 연비는 8km/L내외. 연료탱크가 52리터라 추가 주유가 필요했다. 기본형끼리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2008년에 단종된 투스카니 2.0보다도 포르테쿱 1.6의 가격이 더 비싸다. 같은 사양을 기준으로 하면 포르테쿱 1.6과 2.0은 가격차이가 적지만 2.0은 고급형부터 나오기 때문에 투스카니 기본형과의 가격차이는 더 벌어지게 된다. 이러한 가격차이는 투스카니 기본형에서는 기대할 수 없었던 각종 사양들을 기본 장착한 것으로 합리화될 수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에 못지않은 원가절감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포르테쿱은 달리기의 질감 면에서 투스카니의 수준에 못 미친다. 엔진 성능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서는 한 급 아래의 차로 느껴진다. 대신 대중적인 욕구를 만족시키기에는 한결 유리한 면모들을 갖추었다. 기아가 기껏 쿠페로 개발해 놓고도 시장에서는 ‘스포티 세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장에서 대체 모델로 자리잡긴 했으나 지향점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투스카니는 문 두 짝에 날렵하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스포츠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보험가입시 ‘스포츠카 할증’을 부담해야 했다. 심지어 보험사에 따라서는 가입자체를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포르테쿱이 ‘쿠페가 아니라 세단이기 때문에’ 자동차보험가입시 스포츠카 할증이 안 붙는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 보험사에 따라 세단과 동일한 조건으로 가입이 가능한 곳도 있고, 할증이 붙는 곳도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전의 다른 국산 쿠페들보다 현실적인 여건이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 엄마 손을 붙잡고 지나가던 한 남자아이는 시승차를 보고는 ‘우와! 스포츠카다!’하고 탄성을 질렀다. 포르테쿱은 박쥐 같은 차다. 스포츠카의 분위기를 원하면 빨간색을, 세단의 분위기를 원하면 무거운 색을 고르면 된다. (색상이 다양하지는 않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스쿠프가, 티뷰론이, 투스카니가 걸어온 길을 잘 따랐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산차로 제네시스 쿠페가 나와 준 현재로서는 그리 아쉬운 일도 아니다. 뻔한 얘기지만, 포르테쿱의 진가를 만끽하려면 수동변속기를 고르는 수밖에 없다. 2.0 수동은 고급형 한 가지뿐이고, 버튼시동 스마트키, 풀오토에어컨, ECM룸미러&자동요금징수 시스템, 뒷좌석 분할폴딩, 분리형 헤드레스트, 스티어링 컬럼 텔레스코픽 기능을 포기해야 하지만 말이다. 2.0 수동을 선택하고 추가로 250만원 가량의 규정 튜닝비용을 들이면 포르테쿱끼리 경주를 벌이는 아마추어 레이스(http://www.kmsa21.com)에도 출전할 수 있는데, 이미 깜짝 놀랄 만큼 호응을 얻고 있다.
시승차는 2.0 레드프리미엄 (자동변속기 기본)으로 차값 1,966만원에 선루프 값 46만원이 더해져 2,000만원에 턱걸이를 했다. 선루프와 DMB 내비게이션(85만원), 사이드&커튼 에어백(50만원)은 전 트림에서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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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pm9] 기아 포르테 쿱 신차발표회▶ [rpm9] 기아 Koup(쿱) 컨셉카RPM9 [ http://www.rpm9.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