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2009년 8월 ‘S 350 Long’, ‘S 500 Long’을 시작으로 ‘더 뉴 제네레이션 S클래스’의 국내 시판에 들어갔다. 이후 ‘S 400 하이브리드 Long’과 ‘S 600 Long’, ‘S 63 AMG Long’등을 차례로 더해, 지금은 S클래스만 총 7가지 모델이 시판되고 있다.
이름마저 거창한 ‘더 뉴 제네레이션 S클래스’는 쉽게 말해 2005년에 처음 나온 W221형 S클래스의 페이스리프트(부분개조) 모델이다. LED램프의 적용과 함께 앞뒤 모습이 살짝 바뀌었고, 성능 개선과 효율향상이 이루어지면서 몇 가지 신기술도 더해졌다. 그 중에는 ‘어텐션 어시스트’나 ‘스플릿뷰’처럼 구형에는 없었던 진짜 신기술도 있고, ‘어댑티브 브레이크 라이트’나 ‘디스트로닉 플러스’처럼 구형에도 있었으나 국내에는 법규 문제 등으로 이제야 처음 소개된 가짜 신기술도 있다.
이번에 시승한 ‘S 350 CDI 블루이피션시’는 구형의 S 320 CDI를 대체하는 모델이다. 모델명의 숫자가 ‘320’에서 ‘350’으로 올라갔으니 엔진이 바뀐 것으로 넘겨짚기 쉽지만, 배기량과 출력, 토크는 이전과 동일하다. 가솔린 엔진의 ‘S 350 Long’이 모델명 그대로 3.5리터급 배기량을 가진데 반해 디젤엔진을 탑재한 S 350 CDI의 배기량은 2,987cc, 즉 3.0리터급이다. 3,600rpm에서 나오는 235마력의 최고출력이나, 1,600-2,400rpm에서 나오는 55.0kgm의 최대토크, 이를 뒷바퀴로 전달해주는 7단 자동변속기의 구성까지 S 320 CDI로부터 바뀌지 않았다.
그러니, 모델명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나타내는 부분은 오히려 ‘블루이피션시’쪽이라고 할 수 있다. 친환경자동차 시대에 대응해 벤츠가 열심히 밀고 있는 ‘블루이피션시(BlueEFFICIENCY)’ 브랜드는 공기저항최소화, 구동계효율 개선 등 차량의 총체적인 효율향상 작업을 뜻한다. 모델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새 S클래스는 필요한 만큼만 가동되는 전기제어 파워스티어링 펌프와 연료펌프, 구름저항을 10%까지 낮춘 타이어 등을 적용해 연료소모와 CO2배출을 7%까지 감소시켰다. 변속기의 프로그램을 개선해 C(컴포트)모드에서는 경제운전을 실천하도록 했고 정차 중에는 변속기의 연결을 끊어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를 줄였다. 바닥 면에는 평편하게 커버를 붙여 공기저항을 줄였다.
모델명에 이 ‘블루이피션시’가 붙으면서 S 350 CDI 역시 CO2배출이 줄고 연비는 향상되었다. 국내 공인연비로 비교해보면 S 320 CDI는 10.0km/L였고 S 350 CDI는 11.8km/L. CO2 배출 역시 269g/km에서 229g/km로 감소되었다. 이번 세대에서 처음 선보여진 하이브리드 버전- ‘S 400 하이브리드 Long’의 국내 공인연비가 9.2km/L이고, CO2배출이 259g/km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국내시장에서 팔리는 S클래스 중 가장 친환경적이고 연료경제성이 뛰어난 모델은 하이브리드가 아닌 디젤, 바로 S 350 CDI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0-100km/h 가속시간 7.8초, 최고속도 250km/h의 성능은 S 320 CDI때와 동일하게 유지하였다. 저회전에서부터 분출되는 토크는 7단 자동변속기와 손발을 맞춰 200km/h를 넘어선 영역까지 쭉쭉 뻗어준다. 친환경적, 경제적 개선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이라 할지라도 실용영역에서 S 350 CDI의 주행성능에 불만을 가질 일은 없을 것이다. 주행 중 가끔씩 튀는 구동계 반응은 여전하지만, 적어도 S 350 Long의 ‘0-100km/h 가속 7.3초’가 부러울 일은 없으리란 것이다.
시승차의 총 주행거리는 1만km를 갓 넘어선 상태였는데, 실내에 전달되는 소음진동은 물론 지하주차장에서 듣는 공회전 소리에서도 ‘S클래스답지 않은 어떤 것’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3.0리터 V6 디젤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S 320 CDI때 보다 조금 더 잦아든 것은 정차 중의 변속기 차단 기능에 기인한다. 디젤특유의 소음을 세련되게 다듬어 걀걀 거리면서 오르내리는 음색은 묘한 매력이 있다.
직접 운전할 일이 잦은 오너라면 Long버전보다 13cm가 짧은 전장과 휠베이스가 오히려 고맙게 여겨질 것이다. S 350 CDI는 국내 S클래스 라인업 중 유일하게 디젤 엔진을 탑재했을 뿐 아니라, 유일하게 Long-휠베이스가 아니며,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는 특징을 가졌다. (가령, S 600 Long 한 대를 살 돈이면 S 350 CDI를 두 대 사고도 국산 준중형 차 하나를 더 살 수 있다.) 즉, 일반적인 용도의 오너용 세단으로서는 접근이 가장 용이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벤츠코리아는 본래 옵션 품목인 AMG 스포츠 패키지를 이번 S 350 CDI에만 특별히 기본으로 얹어줌으로써 그러한 특성을 더욱 강화했다. 앞뒤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가 스포티한 AMG 바디킷으로 바뀌고, 다섯 개의 스포크가 시원스러운 AMG상표의 19인치 휠이 달린다. S 600도 기본 휠은 18인치에 머문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요철이 많은 시내 도로를 달리고 있노라면 스포츠모드를 선택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에어서스펜션이 무색할 정도의 충격이 감지되곤 하지만 오너의 액티브한 면모를 대변해주는 대가로 생각하면 참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덤으로 주어지는 AMG마크의 바닥매트와 스포츠 페달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S 350 CDI에는 S 350 Long에서 웃돈을 얹어야 갖출 수 있는 운전자 주행보조패키지까지 기본 사양으로 적용되어있다. 주행 보조 패키지는 카메라와 레이더 장치를 활용한 운전자 지원 장치 묶음으로, 스티어링 휠에 진동장치를 내장한 차선이탈경고장치(‘레인 키핑 어스시트’)와 차간거리 유지가 가능한 크루즈 컨트롤(‘디스트로닉 플러스’), 브레이크 어시스트 플러스, 프리세이프 브레이크가 포함된다.
S 350 CDI는 이처럼 구형(S 320 CDI)에는 없었던 AMG패키지와 운전자 주행보조패키지를 추가하고서도 가격은 오히려 더 낮아졌다. S 320 CDI의 가격은 국내 출시 초기에 1억 3천 390만원이었다가 2008년 연말에 1억 2천 990만원으로 조정된 바 있는데, 이번 S 350 CDI의 가격은 1억 2천 500만원으로 490만원이 더 떨어진 것이다.
그 비결이 궁금하다면 S 320 CDI와 뒷좌석을 비교해보면 된다. S 350 CDI의 뒷좌석에는 시트 전동조절기능, 통풍기능, 좌우독립 온도조절 기능이 빠져있다. 이번에는 정말 작정하고 오너드라이버용 상품으로 기획했음을 알 수 있다. 이로써 성격이 더욱 확실히 나뉜 S 350 Long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뒷좌석 편의사양은 역시 공간이 더 넓은 Long버전에서 즐기는 것이 어울린다. 반대로, 기사에게 운전을 시킬 용도로 Long버전을 구입하는 오너라면 굳이 S 350 CDI에 달린 운전자 지원장치나 AMG팩을 달기 위해 추가 비용 부담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번 트레이드는 꽤 그럴싸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맞춘 S 350 CDI의 가격은 경쟁모델인 가솔린 엔진, 스탠더드 휠베이스의 BMW 740i (3.0 트윈터보. 1억 2천 580만원)와맞아 떨어진다.
(※ S 350 CDI의 가격은 시승기 작성 직후인 2010년 1월 5일자로 90만원 인상되어 1억 2천 590만원입니다.)
글 / 민병권 (rpm9.com 에디터)
사진 / 민병권, 박기돈 (rpm9.com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