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자동차
HOME > 자동차 > 수입차 > 신차

럭셔리를 넘어선 역동성, BMW 740Li

발행일 : 2009-01-10 00:36:57

완전히 새로워진 BMW의 기함, 뉴 7시리즈를 시승했다. 전임모델, 즉 2001년 데뷔해 2005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던 기존의 7시리즈는 크리스 뱅글의 도전적인 디자인과 i드라이브의 채용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화제작이었다. 그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이번 7시리즈는 혁신이 아닌 진화의 단계에 놓인 모델로써 한결 받아들이기 쉬운 변화를 이뤄냈으며, 그로 인해 완숙한 세련미를 풍긴다. 특히 740Li는 기함다운 럭셔리함과 BMW다운 스포티함은 물론 시대흐름에 걸 맞는 효율성까지 갖춘 모델로써, BMW가 추구하는 ‘이피션트 다이내믹스’의 본질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글/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

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스포츠 드라이빙? 표준모델보다 휠베이스를 14cm 연장시켜 만든 길이 5.2미터, 폭 1.9미터의 차체, 그리고 크기에 걸 맞게 2톤에 육박하는 몸무게를 가진 이 차에 과연 어울리는 말인가? 더더군다나 이 덩치를 움직이는 엔진은 ‘고작’ 3,000cc의 배기량을 가지고 있을 뿐인데?

하지만 뉴 740Li는 분명 그런 표현을 쓸 수 밖에 없는 거동으로 운전자에게 ‘산뜻한’ 쾌감을 주고 있었다. 커다란 차체를 잊게 만드는 가볍고 부드러운 조향감과 정확한 핸들링, 배기량을 잊게 만드는 경쾌한 가속 반응, 긴장한 뒷좌석 승객을 잊게 만드는 스포티한 배기음, 3.2미터의 ‘롱 휠베이스’ 모델임을 잊게 하는 후륜의 추종성…

계기판에는 ‘SPORT+’라는, 이전의 7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표시와 함께 DSC 경고등이 켜져 있다. 원한다면, 그리고 실력이 뒷받침해준다면 뒤를 날리면서 타도 좋다는 암묵의 표시.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끈끈하게 자리를 지켜주는 타이어는 그 이름마저 ‘SP SPORT MAXX GT(던롭, 245/50R18)’이고, 기존의 컬럼식 시프트를 대체해 센터콘솔에 자리잡은 사이버틱한 느낌의 변속레버는 수동변속의 흥을 돋운다. 공압식으로 조절되는 시트의 측면지지부는 스포츠카의 버킷시트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탄탄하게 옆구리를 조여주고 있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된 이번 7시리즈의 개발코드명은 F01(롱 버전은 F02). 개발순서에 따라 숫자가 높아지는데, 그 동안 E23(1977)-E32(1986)-E38(1994)-E65등 ‘E’로 시작하는 코드명을 써왔지만 5세대 모델에 와서는 ‘F’에게 바통을 넘겨주었다. 새 7시리즈는 2002년 형으로 처음 데뷔했던 기존의 E65-7시리즈*, 혹은 그것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로부터 완전히 달라진 신차이지만, 따로 떼놓고 물어보면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은 그 차이점을 쉽게 알지 못할 정도로 외형상의 낯선 감이 없다. ‘크리스 뱅글’이라는 디자인 책임자의 이름을 자동차업계 외부로 까지 널리 알릴 정도로 파문을 일으켰던 기존 7시리즈가 혁명, 대변혁이었다면 이번 7시리즈는 그로부터의 온건한 진화에 해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 E65는 표준모델, E66은 롱버전, E67은 방탄버전, E68은 수소버전)

기존 모델의 우울했던 첫인상도 페이스리프트모델의 출시와 함께 많이 희석되긴 했지만, 이번 7시리즈는 그보다 더더욱 세련되어졌다. 말 그대로 ‘페이스(얼굴, 앞부분)’에 관한 얘기다. 오목과 볼록으로 교묘하게 형상화되어 그릴까지 이어지는 후드(보닛)는 알루미늄 재질. 범퍼와 같은 정도로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그 이상 - 튀어나가 곧추선 키드니 그릴은 그 대형화된 면적이 가장 먼저 이목을 집중시킨다. 한편 그에 아랑곳없이 뒤로 누운 자세를 취한 헤드램프는 후드의 굴곡과 함께 5시리즈의 확장형처럼 보이기도 한다. 눈 한쪽당 8개의 큼지막한 LED를 박아 깜빡이를 구성했고, 윗 부분에는 불투명한 소재로 눈썹형상을 만든 뒤 ‘BMW Xenon’이라는 작은 문신을 새겼다. 기존 7시리즈들의 깜빡이 위치를 추억하는 듯 하다. 미등역할을 하는 링 형상의 램프들은 여전히 흰색이 아닌 미색을 취했다. 눈과 코에 묻히지 않으려는 듯 이빨을 드러낸 입 모양 흡기구도 개성있다.

BMW 컨셉CS (2007)

BMW는 일전에 ‘CS’라는 컨셉카를 통해 새 스타일링을 실험한 바 있는데, 이번 7시리즈는휀더와 도어에 걸친 보조 깜빡이나 그 위아래로 흐르는 캐릭터 라인이 그와 흡사하다. 반면 CS컨셉의 큰 특징 중 하나였던 후륜 휠아치 부근의 꺾임 선은 채택되지 않았다. 도어손잡이는 캐릭터라인에 통합되어 있는데, 대각선 위쪽을 향한 손잡이의 방향이 시각적으로 도드라질 뿐 아니라 파지시의 자세와 조작감이 주는 신선함도 각별하다. (각 손잡이에는 하얀색 LED 조명이 내장되어 있다.) 차체에 윈도우 라인과 같은 형상으로 반복되는 추가 곡면을 넣음으로써 BMW특유의 C필러 곡선(‘호프마이스터 커브’)이 강조된 점도 눈에 띈다. 측면의 실루엣은 수평라인을 강조한 기존 7시리즈의 공식을 따르고 있는 듯 하나 무게감보다는 날렵함이 돋보인다. 구형대비 차체길이가 3.3cm 늘어난 반면 휠베이스는 8.2cm가 늘었고 특히 엔진룸 부분이 늘씬해졌다.

후면 역시 CS컨셉의 디자인을 구체화한 모습이나, 비례를 달리함으로써 좀더 럭셔리 세단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거듭났다. 테일램프는 측면 캐릭터라인의 연장선을 경계로 깜빡이와 제동등 부분이 나뉘며, 헤드램프와 앞범퍼의 관계처럼 테일램프 굴곡을 따라 시작되는 범퍼의 윗면이 도드라진다. 패밀리룩을 따라 L자로 꺾은 테일램프 안쪽에는 세 줄의 굴곡을 넣어 점등시 영롱한 분위기가 감돌도록 했다. 양쪽 테일램프를 연결하는 크롬 가로장식의 배치는 구형과 같지만 숨겼던 배기파이프를 드러낸 것은 스포츠성의 강조와 일맥상통한다. 어차피 측면이나 후면은 앞모습처럼 논란을 일으키는 부분이 아니었지만 기존 모델의 선과 면을 재해석한 듯한 새 디자인은 음미하는 재미가 있다.

신형 7시리즈는 차체 일부와 서스펜션 등 여러 부분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경량화를 이루었다. 가령 7kg이 더 가벼운 알루미늄 지붕은 무게중심을 낮추는데도 효과가 있다. 이런 식으로 차체 무게에서만 22kg을 줄였지만 비틀림강성은 구형보다 20%가 향상되었다.

도어 역시 알루미늄 재질이나, 여닫아 보고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무게감을 갖고 있으며 넓은 각도로 열려 승하차가 편하다. 원하는 각도에 정확히 멈춰 세울 수 있을 뿐 아니라 걸치다시피 살짝 닫기만 하면 자동으로 끝까지 닫아주는 ‘소프트 클로징’ 기능을 4개의 도어 모두에서 제공하고 있다. 외부 손잡이가 캐릭터라인과 일직선상에 놓인 것처럼 내부 손잡이는 우드패널에 묻히다시피 자연스럽게 일체화되어 있다. 처음 타는 이들은 손잡이를 찾지 못해 헤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물론 각 손잡이와 도어포켓 등에는 친절한 조명이 밝혀진다.

실내는 이전에 먼저 바뀌어 나온 모델들, 특히 X5와 비슷한 느낌을 주어 친숙한 분위기다. 구형과 비교하면 중앙 모니터 부근의 대시보드가 평편하게 바뀐 것이 가장 눈에 띈다. 계기판과 크기, 높이를 다투던 모니터 덮개의 돔 형상은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모니터 자체의 중요성이나 크기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화면은 오히려 10.2인치로 커졌고, 1280x480의 고해상도를 자랑한다. 스티어링 휠 뒤편에 있었던 자동변속기 레버도 아랫급 모델들처럼 센터콘솔에 위치한 조이스틱 타입으로 바뀌었다. 전반적으로 이전 7시리즈가 갖고 있었던 고유의 느낌은 많이 희석되었다. 하지만 중앙에 자리했던 4개의 두툼한 다이얼이 사라지면서 통일감이 생기는 등 전체적으로 단정하면서도 치밀한 느낌을 주게 되었다는 점에서 두루 환영 받을 만 하다.

계기판은 블랙패널 방식으로, 전원이 켜지기 전까지는 ‘검정색 판’ 위에 네 개의 원형 테두리와 바늘만 보이는 형태로 되어있다. 시동버튼을 누르면 단계별로 숫자들과 경고등이 나타나고 아래쪽에 차의 옆모습이 그래픽으로 표시되면서 화려한 본색이 드러난다. 특히 속도계와 엔진회전계는 아래쪽에 순간연비계와 주행가능거리계가 통합된 형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직사각형의 액정화면이 하단부를 대체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경고메시지나 오디오, 주행관련장치의 선택항목 등을 보여주는 화면으로 전환된다. 계기판 아래쪽을 장식한 붉은색 사선들이 각종 메시지에 의해 가려질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계기조명은 흰색이지만 야간에는 주홍색으로 변환된다. 앞유리에 운행관련 정보를 띄워주는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도 물론 달려있다. 현재속도뿐 아니라 내비게이션의 각종 안내와 경고메시지까지 시선을 내리지 않고 확인할 수 있으므로 몹시 편리하고 안전하다.

이전의 7시리즈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工’형 스티어링 휠에 비하면 이번의 3스포크 타입 스티어링휠은 시각적인 무게감이 훨씬 덜한 듯한데, 이 또한 스포티한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한 것인지 궁금하다. 동행차량이 하필 M3였던 탓에 740의 스티어링 휠은 림(손으로 감아 쥐는 부분)이 아주 가느다랗게 느껴졌으며, 조향감도 예상 이상으로 가벼웠다. 스티어링휠의 위치는 물론 전동식으로 각도와 거리를 조절할 수 있으며, 림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기능도 갖고 있다. 가운데 팔걸이의 측면에 위치했던 시트 조절 스위치들은 시트(방석) 옆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작동방식도 단순해졌다. 움직이려는 부위를 먼저 누른 뒤 다이얼을 돌려 조절해야 했던 기존 방식을 버렸기 때문에 초면이라고 해서 당황할 일은 없어졌다. 1열 시트는 허벅지 받침의 거리와 헤드레스트의 높이, 옆구리 지지부의 조임, 등받이 상판의 각도까지 전동식으로 조절된다. 물론 냉온조절이 모두 가능하며, 헤드레스트의 측면지지부를 세울 수 있는 것도 여전하다.

변속레버 주위로는 신형 i드라이브의 조작부는 물론 다양한 주행관련 버튼들이 자리하고 있다. 변속레버의 일직선 상에 전동식 주차브레이크 버튼과 오토홀드 스위치가 놓인 것은 자연스럽지만, DSC OFF 버튼과 ‘다이내믹 드라이빙 컨트롤’ 조작부까지 나란하게, 큼지막하게 자리한 점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다이내믹 드라이빙 컨트롤은 COMFORT/NORMAL/SPORT/SPORT+로 선택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서스펜션의 댐핑 압력과 조향반응, 가속페달 반응, 변속시점, DSC(주행안정장치)의 개입시점 등이 통합적으로 변화한다. 특히 SPORT에서는 구동계와 서스펜션 계통의 스포츠 설정 적용 여부를 독립적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SPORT+에서는 DSC의 개입을 최대한 늦춰줌으로써 운전자의 스포츠주행의지를 북돋아준다. SPORT+만 선택해도 이미 DSC 경고등이 켜져 운전자의 주의를 촉구하지만, DSC는 앞서 언급한 개별 버튼으로도 제어할 수 있다. 짧게 누르면 DTC(다이내믹 트랙션 컨트롤)를 남겨둔 채 DSC가 꺼지고, 길게 누르면 DTC까지 꺼져 전자식 LSD만 남는다. 특수한 노면조건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스포츠주행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SPORT+로도 충분히 신나는 운전을 경험할 수 있다.

신형 7시리즈에서는 앞 서스펜션이 더블위시본으로 바뀌었고 후륜의 멀티링크 구조도 개량되었다. 구조재로는 앞뒤에 모두 알루미늄을 대거 사용하고 있으며, 롱 휠베이스 모델에 한해 후륜에는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되어 있다. 운전자의 조작에 의한 차고조절 기능은 없지만 승차인원과 적재량에 관계없이 일정한 차고를 유지해준다. 여기에 각 바퀴 별로 초당400회의 모니터링을 거쳐 개별 작동하는 전자제어 댐퍼 시스템 ‘다이내믹 댐핑 컨트롤’을 두어 다이내믹 드라이빙 컨트롤과 연동되도록 하고 있다. COMFORT와 SPORT를 비교해보면 COMFORT에서는 요철을 통과할 때 여운이 상대적으로 길게 남는 편이라 차이가 쉽게 와 닿는다. 다만 SPORT에서도 차체의 좌우 쏠림은 어쩌지 못하는 모습이기 때문에 옵션으로 마련된 능동형 차체 롤 억제 기능 ‘다이내믹 드라이브’의 효과가 궁금해진다.

한편, 센터콘솔의 조작부에는 카메라 선택버튼도 달려있다. 카메라가 앞뒤에 달려 있어서다. 앞범퍼의 좌우 양끝, 즉 앞바퀴의 휠아치 앞부분을 보면 마치 주차센서마냥 작은 카메라가 하나씩 내장되어 있다. 골목길이나 주차장에서 빠져나갈 때 전방의 사각지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좌우 측 상황이 동시에 모니터에 표시된다. 오피러스나 제네시스 등 라디에이터 그릴에 삐죽 튀어나오게 달려있는 방식과 비교하면, 모양은 보기 좋은 반면 차 앞부분이 상대적으로 더 전진한 상태라야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차의 앞 끝부분은 화면상에 안내선으로 표시된다. 후방카메라 화면 역시 조향각에 따른 예상 경로가 표시되며, 센서에 감지된 장애물의 거리에 따라 노란색이나 빨간색 사각형이 압류딱지처럼 함께 붙어 이동한다.

개선된 3시리즈, 5시리즈를 통해 확인된 바와 같이 신형 i드라이브는 한결 쓰기 편해졌다. 시승자들은 ‘진작 이럴 것이지’라고 입을 모았다. 고해상도의 와이드 화면 가득히 펼쳐지는 내비게이션의 3차원 입체지도도 인상적이다. 줌을 최대한 뒤로 빼면 구글어스를 연상시키는 지구가 나타나고, 점차 확대해 나가면 흡사 비행시뮬레이션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지형표시나 건물 묘사를 볼 수 있다. 모든 기능이 한글화 되어있는 것은 물론이고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디지털 차량설명서까지 내장되어있다. 다만 DVD를 재생할 때는 화면을 가득 채울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역시 제대로 감상하려면 뒷자리로 가야 한다는 얘기일까.

센터페시아에도 DVD슬롯이 있지만 글로브박스 위 공간 역시 6장짜리 DVD체인저가 잡아먹었다. ‘대형글로브 박스’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글로브박스 역시 작다. USB, AUX 단자는 센터콘솔 수납공간에 들어있는데, 80기가짜리 자체 하드 디스크가 있기 때문에 이중 12기가는 자신의 음악파일로 채울 수 있단다. 센터콘솔 수납공간은 키로 잠글 수 있도록 되어있고, 이 안쪽에 트렁크 잠금 버튼도 있어서 다양한 형태의 도난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뒷좌석은 2인승이다. 좌우가 고정콘솔로 구분된 것은 아니고 센터 암레스트도 뒤로 젖힐 수 있도록 되어있지만 가운데 방석부분에는 수납공간이 내장되어 있다. 부득이한 경우 승하차 때 그 위를 스쳐 지나가는 일 외에는 앉아 있을 이유가 없는 자리다. 각종 조작부가 내장된 센터암레스트는 등받이에 완전하게 밀어 넣을 수는 없는 반면, 꺼내놨을 때는 등받이 부분이 깔끔하게 가려지도록 처리되어 있어 무엇이 기본위치인지를 절로 알게 한다.

롱 버전인 만큼 공간 면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다. 레그룸은 저주받은 숏다리가 경악스러울만큼 넓으며, 의외의 변수로 작용하곤 하는 바닥형상에도 문제가 없다. 시트도 아주 편하고 다양한 전동조절 기능을 제공한다. 등받이 각도와 방석의 앞뒤 거리가 연동되고 헤드레스트 높이와 등받이 상판각도가 따로 조절된다. 좌우 독립 메모리 기능도 있고 1열 동반석을 원격 조종할 수도 있다. 벌써 새카맣게 때가 탄 것이 안쓰럽긴 하지만 발판도 마련되어 있다. 시트의 냉온조절? 뒷좌석 공간의 좌우 독립 온도조절? 전동식 뒷유리/옆유리 햇빛가리개? 모두 OK다. 옆 창문은 쪽창까지 전동식으로 움직인다. (좌석위치는 가운데 암레스트에서 조작하는 반면 메모리, 햇빛가리개 등은 바깥쪽 암레스트에서 조작한다. )

뒷좌석 승객도 자신의 9.2인치 모니터와 센터암레스트의 i드라이브 조작부를 이용해 AV시스템을 작동하거나 차량정보, 지도를 확인할 수 있다. 모니터는 각도조절이 가능하고 센터콘솔에는 두 세트의 AV연결단자가 내장되어 있다. 일단 편하게 앉고 나면 모니터를 켜거나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허리를 굽혀야 하는 것 조차 귀찮게 여겨지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종아리 받침이 없다는 것도 조금은 아쉽다.

타이어가 런플랫 방식이라 트렁크 바닥 밑에는 스페어 타이어가 실려있지 않다. 바닥 앞부분에는 덮개 밑에 조그마한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지만, 배터리가 실려있는 뒷부분은 공구를 사용해야 열 수 있도록 되어있다. 트렁크 공간은 좌우 측 형상이 복잡해 좁게 보이는데, 그나마 뒷좌석 공간을 위해 별도의 에어컨을 돌리는 750에 비하면 740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스키스루를 이용해 긴 짐을 실을 수도 있지만 어지간한 (장)우산 정도는 세로방향으로 눕혀도 될만한 깊이를 갖고 있기도 하다. 트렁크 덮개는 전동식으로 열리고, 닫힌다.

‘740’이라는 이름은 ‘4.0리터 엔진을 탑재한 7시리즈’로 해석하기 쉽다. 직전의 7시리즈까지만 해도 틀린 얘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740의 엔진 배기량은 2,979cc로, 엄연히 3.0리터급이다. 그런데도 감히 ‘40’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것은 그래도 될만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의 740(4.0리터 V8)은 6,300rpm에서 306마력의 최고출력을 냈고 3,500rpm에서 390Nm(39.8kgm)의 최대토크를 냈는데, 이번 740은 326마력과 450Nm(45.9kgm)를 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수치는 750으로 바뀌기 전에 존재했던 745(4.4리터 V8, 325마력, 450Nm)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럼에도 745라는 이름을 비워둔 것은 750과의 사이를 벌려놔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735가 740으로, 745가 750으로 승격된 것도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므로.

3.0이면서도 4.0이나 4.4 못지않은 힘을 내는 비결은 트윈터보이다. 같은 직렬 6기통이라도,자연흡기 3.0이었던 예전의 730과 비교할 생각은 아예 거두는 편이 좋다. 고압 직분사 기술과 트윈 터보를 적용한 BMW의 이 3.0리터 직렬 6기통 엔진은 낯설지 않다. 135i, 335i, 535i등에 이미 얹혀있는 것과 내용이 같은 것이다. 다만 기함의 체면과 덩치에 걸맞게 끔 연료분사 계통 등을 손봐 20마력과 5.1kgm를 더했다. 대신 최대토크가 나오는 영역은 조금 좁아졌으나 최고출력이 나오는 회전수는 같다. 새 740의 엔진은 최고출력이 5,800rpm에서, 최대토크는 1,500~4,500rpm에서 나온다. 이 정도 범위라면 기존 740, 745에 맞먹는 성능수치가 숫자놀음에 그치지 않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변속기는 ZF제 6단 자동으로, 현재까지 출시된 3가지 엔진 버전 (730d, 740i, 750i)모두에서 공용하고 있다. 가령 740과 750은 종감속비만 다르다. BMW도 ZF제 8단 자동변속기를 준비하고 있기는 하나, 나중에 추가될 기함 중의 기함, 760에 V12엔진과 짝을 지어주기 위해 아껴둔 상태다. 현재 얹힌 6단도 충분히 좋다. 부드럽고 빠르며, 슬렁슬렁 다니다가 급가속을 시도할 때는 6단에서 2단으로 단번에 스킵시프트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다이내믹 드라이빙 컨트롤과 연동되는 것은 물론, 독립적인 스포츠프로그램도 갖고 있다. 스티어링휠 윗부분에 위치했던 구형모델의 변속버튼을 아쉬워할 일은 극히 드물 것이다. 스포츠성을 강조하기 위해 변속레버를 센터콘솔로 옮겼다고 할 정도라면 변속레버를 직접잡고 +/- 조작을 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이다.

740Li의 0-100km/h 가속시간은 6.0초로, 335i에 비해서도 0.2초가 뒤질 뿐이다. 롱버전이 아닌 740i라면 그 차이는 0.1초로 줄어든다. 풀 가속시 7,000rpm을 찍고서야 자동변속이 이루어지는 것도 335i와 다를 바 없다. 체감 가속감은 – 차급에 걸맞는 무게감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 여느 스포츠카 못지않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속도를 더할수록 무게가 발목을 잡는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지만 제원상 최고속도인 250km/h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흠을 잡을 수 있을까? 8기통에 비해 조금은 가벼운 소리가 들린다는 것? 혹은 적극적인 엔진음과 배기음이 뒷좌석의 높으신 분께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신경 쓰인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스펜션을 단단히 조이더라도 뒷좌석의 승차감이 멀미가 날 정도로 부드럽다는 점이다. 뒷좌석의 그분은 아마, 운전기사를 밀어내고 직접 운전대를 잡을 그 순간을 상상하고 있을 것이다.

메이커의 자존심을 건 기함인 만큼 이번 7시리즈도 첨단 장비를 만재하고 나타났다. 차내 인터넷 기능, 도로표지 인식 기능, 보행자 인식 나이트 비전, 차선 변경 시 사각지대 감시 기능, 완전 정지 및 재출발이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4륜조향장치 등이 그것이다. 다만 이중에 국내사양의 740Li에 적용된 것은 하나도 없다. 나이트비전과 시트 안마기능은 750Li에만 적용됐고,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계기판에 표시될 자리만 나와있다. 전조등은 바이제논이긴 하나 조향각에 따라 조사방향이 바뀌는 액티브 타입(BMW 다이내믹 제논)은 아니며, 시동키 역시 ‘키리스 고’는 가능하나 ‘키리스 엔트리’는 불가하다. (즉, 소지하고만 있으면 시동을 걸 수 있으나, 문을 열거나 잠글 때는 리모컨의 해당 버튼을 눌러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새 7시리즈나 740Li의 가치가 훼손되지는 않는다. 이번에 처음 접한 새 7시리즈는 난해했던 부분과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버림으로써 한결 편하고 친숙해진 느낌을 주었다. 보편적인 방식과 타협을 이루었으나 BMW만의 매력은 여전하다. 그 중 740의 의의는 최근 BMW가 내세우고 있는 ‘이피션트 다이내믹스(EfficientDynamics)’의 좋은 본보기라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비단 BMW만의 화두는 아니겠으나, 기존모델보다 배기량을 줄이면서도 동일한, 혹은 그 이상의 성능을 제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효율을 높인 차가 바로 이번 740으로, 출력이 20마력 높아졌으면서도 연비 또한 구형보다 12%가 나아졌다. 직분사와 터보 뿐 아니라 차체경량화와 온-디멘드(on-demand control) 방식의 보기류, 에어플랩 등 다각적인 노력의 결과다. 시승차는 ‘여행컴퓨터’상에 남아있는 1,500km 주행거리에 대한 평균연비가 7.3km/L였다.

이쯤 되면 궁금한 차들이 많아진다. 함께 출시된 750Li는 물론 유럽에서 잘 팔린다는 정말 ‘효율 우선’의 730d(3.0리터 직렬 6기통 디젤)도 그렇고 그 반대편에 서있는 760이나 M7도 기다려진다. 뿐인가? 경쟁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 여름쯤 S클래스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고, 아우디의 완전 신형 A8 역시 가을에 공개된다. 올해 이 급의 시장은 흥미진진하게 돌아갈 것 같다.

▶ [rpm9] BMW 뉴 740Li 시승 관련 동영상

▶ [rpm9] BMW 뉴 740Li 시승사진 고화질 갤러리

▶ [rpm9] BMW 뉴 7시리즈 신차발표 사진갤러리 (740Li)

▶ [rpm9] BMW 뉴 7시리즈 신차발표 사진 갤러리 (750Li)

▶ [rpm9] BMW 뉴 7시리즈 월페이퍼 갤러리 - 익스테리어

▶ [rpm9] BMW 뉴 7시리즈 월페이퍼 갤러리 - 인테리어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