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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하기 힘든 넘버1의 매력, 폭스바겐 골프 2.0 TDI

발행일 : 2010-01-07 18:40:49

다시 만난 골프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140마력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만큼 잘 나가고, 6단 DSG와의 궁합은 그야말로 찰떡이다.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차의 사이즈를 잊을 만큼 뛰어나고 브레이크 성능은 스포츠카를 방불케 할 정도로 좋다. 편의 장비가 부족한 것은 자동차 본연의 기능으로 커버한다. 자동 주차 시스템은 필자보다도 주차를 잘한다.

글 / 한상기 (rpm9.com 객원기자)

사진 / 민병권, 박기돈 (rpm9.com)

거부하기 힘든 넘버1의 매력, 폭스바겐 골프 2.0 TDI

시승을 하다 보면 내가 브랜드 파워나 차의 명성에 혹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자문을 하곤 한다. 이른바 선입견이라고 할 수 있다. 선입견은 모든 일에 있어 정확한 평가를 하기 힘들게 한다.

골프를 대하는 마음도 그랬다. 골프는 언제 들어도 흐뭇한 이름이긴 하지만 6세대에 대한 시선은 사실 약간 삐딱했다. 일단 ‘스펙’상으로는 풀 모델 체인지에 못 미치고, 이 때문에 5.5세대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리고 주력 트림인 2.0 TDI는 구형과 제원이 거의 똑같다. 내부적으로는 달라졌지만 세대가 바뀌면서 출력 좀 높여주는 게 이 바닥의 관례가 아닌가. 물론 요즘은 모든 메이커의 풀 모델 체인지가 이전보다 변화의 폭이 적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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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골프를 대하는 마음은 그랬다. 날카로운 인상의 새 얼굴이 맘에 들긴 했지만 내용물은 큰 차이 없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외관을 보면 4→5세대 이상의 변화가 있었다. 스타일링만 보면 풀 모델 체인지라는 기준에 충분히 부합한다. 단단했던 기존 이미지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필자는 스포티한 지금 모델이 더 맘에 든다.

그리고 얼핏 봐도 차가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건 눈의 착각이다. 신형 골프의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4,199mm×1,779mm×1,479mm, 휠베이스는 2,575mm로, 구형(4,205×1,760×1,485mm, 휠베이스 2,575mm)과 비교해 보면 전폭이 20mm 늘어났을 뿐이다. 오히려 전장과 전고는 줄었다. 전폭과 함께 늘어난 트레드가 한층 당당한 스탠스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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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는 205/55R/16 사이즈의 브리지스톤 투란자이다. 신형 골프에 제공되는 타이어 중에서는 그립 보다 승차감과 연비를 고려한 제품이다. 요즘 하도 휠을 크게 쓰는 추세라서 골프의 16인치가 상당히 검소해 보인다. 더블 5스포크 디자인의 휠도 비교적 수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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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전형적인 골프의 감각이다. 실용적이면서도 수수한 느낌은 그대로지만 신차라는 점을 감안해 소재의 변화를 줬다. 대시보드를 이루는 플라스틱의 질감이 좋아졌고 도어 포켓 안쪽에도 부드러운 소재를 더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느낌의 차이는 크다. 반면 센터 콘솔 주변의 플라스틱은 오히려 다운 그레이드된 느낌이다. 벤츠 C 클래스처럼 실내의 일부 플라스틱 질감이 떨어진 것은 아쉽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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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의 기본 구성은 동일하지만 구형 보다는 화려하다. 오디오 액정과 버튼 크기를 키웠고 외관상 디자인에 많이 신경 썼다. 하지만 외관에 비하면 실내의 변화는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DSG 기어 레버의 디자인도 동일하다. 기어 레버 뒤에 배치된 컵홀더는 크기가 각기 다른 물건을 수납할 수 있도록 깊이가 다르다. 그리고 컵홀더 사이를 나누는 바는 병따개로 활용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실내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부분은 컵홀더의 덮개이다.

거부하기 힘든 넘버1의 매력, 폭스바겐 골프 2.0 TDI
거부하기 힘든 넘버1의 매력, 폭스바겐 골프 2.0 TDI

스포티한 3스포크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에는 일체의 버튼이 없다. 적어도 오디오 정도의 버튼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의외다. 계기판에는 실시간 연비와 잔여 거리 등의 정보가 표시되고 또렷한 시인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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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슬라이딩과 등받이의 각도 조절 모두 수동이다. 조작이 편하기 때문에 수동이더라도 큰 불만은 없다. 오히려 다이얼로 등받이를 조절하면 더욱 정확하게 자세를 찾을 수가 있다. 다른 폭스바겐처럼 골프 역시 원하는 자세가 금방 나오는 것도 장점이다. 쿠션은 약간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창문 네 개 모두 상하향 원터치가 적용되는 것도 메리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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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 시트는 1열 보다 쿠션이 단단한 편이고 크기 자체도 조금 작다. 커졌다고는 하지만 역시 C 세그먼트 해치백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2열의 공간은 성인이 앉았을 때 그럭저럭이다. 3명이 앉으면 옹색할 것이다. 2열 시트는 60:40으로 폴딩되고 스키 스루 기능도 있다. 트렁크 용량은 350리터, 2열 시트를 폴딩하면 1,305리터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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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마력이라는 수치만 본다면 2.0 TDI는 구형과 동일하다. 하지만 출력만 같을 뿐 새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소형 엔진에 PD 방식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커먼레일로 전환했다. 커먼레일의 코스트가 적게 먹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성능은 대등해졌기 때문이다. 최고 출력이 나오는 회전수는 4,200 rpm으로 소폭 높아졌다. 그래도 주력 배기량인데 출력을 좀 높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실제 성능을 떠나서 2리터로 140마력은 약한 감이 있다.

시동을 거니 구형과는 달라진 게 느껴진다. 우선 소음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S 350 CDI만큼은 아니지만 구형과 비교하면 꽤나 조용해졌다. 외부 소음이 큰 차이가 없는 걸로 봐선 엔진룸의 방음에 신경을 쓰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압축비가 줄어들면서 정차 시 진동도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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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성능에서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면 연비 보다는 질감을 꼽고 싶다. 폭스바겐 디젤의 연비는 귀가 따갑도록 듣고 있고 실제로 체험도 많이 했지만 적어도 6세대 골프에서는 주행 질감이 정말 좋다. 매끄럽게 가속되는 맛이 고급스럽다고 할 수 있다. 화려한 편의 장비에 길들여진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골프의 실내는 깡통에 가깝지만 달리는 감각은 프리미엄이다. 이런 부분은 BMW 120d 보다도 좋은 것 같다. 차체의 불필요한 움직임이 적은데다 파워트레인의 매칭이 너무 좋다. 이러면 당연히 승차감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동력 성능의 좋고 나쁨과는 또 다른 얘기이다.

골프는 기어비의 조합도 약간은 다르다. 1~4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45, 70, 110, 160km/h로, 6단 변속기 사양의 다른 2리터 디젤과 비교해 볼 때 기어비의 간격이 조금은 벌어져 있다. 반면 5단에서는 190km/h 가까이 가속돼 5, 6단은 간격이 좁다. 고속에서도 동일 배기량의 타사 디젤 보다 가속력의 우위를 보일 수 있는 부분이다. 다시 생각해 봐도 골프는 DSG빨이 유난히 잘 받은 차종 같다. 이제 DSG가 없는 골프, 아니 폭스바겐 디젤은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거부하기 힘든 넘버1의 매력, 폭스바겐 골프 2.0 TDI

듀얼 클러치를 채용하는 메이커가 많아졌다곤 하지만 아직 폭스바겐처럼 광범위 하게 사용하는 회사는 드물다. 특히 골프처럼 대중적인 모델에는 가격의 문제로 인해 쉽게 채용하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DSG는 폭스바겐의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다. 골프가 대표적인 차종으로 동력 전달 능력이 좋고 엔진의 토크가 두툼해 시프트 패들도 그렇게 아쉽지 않다. 그리고 폭스바겐의 S 모드는 가장 스포티한 스포츠 모드이다.

시승하는 동안 출력이 140마력이라는 것을 잊었다. 초기 순발력도 좋지만 고속에서도 끈기 있게 가속된다. 제원상 최고 속도는 207km/h로 어렵지 않게 210km/h에 도달한다. 그리고 약간의 내리막만 만나면 쉽게 220km/h을 찍는다. 구형을 생각해 보면 고속 안정성은 더욱 증가했다. 섀시 강성이 좋아지고 트레드가 넓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가속 시 실내로 들어오는 엔진 소음은 볼륨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음색 자체도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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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는 구형 보다 부드러워진 느낌인데 운전의 재미는 오히려 좋아졌다. 이제 평범한 2.0 TDI에서도 구형 GTI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뉴트럴을 끈질기게 유지하고 쉽게 언더스티어가 나지 않는다. 접지력 좋은 타이어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ESP의 개입 정도도 운전의 재미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제하고 있다. 거기다 ESP를 끄면 코너에서 희미한 오버스티어를 보인다. 물론 위험하지 않을 정도다. 코너링이 얼마나 빠른지는 정확하게 판단할 순 없지만 운전의 재미만큼은 감칠 맛 난다.

앞서 고급스러운 주행 질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는데 브레이크로 바꾸겠다. 골프의 브레이크는 ‘오버 스펙’이라고 할 수 있다. 골프 2.0 TDI는 우리로 치면 아반떼 정도로 흔한 모델인데, 브레이크는 스포츠카를 방불케 한다. 최고 속도 가까운 시점에서 정지까지 연속으로 풀 브레이킹을 해도 페이드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렇게 저렴(?)하고 평범한 모델로서는 드물게 브레이크가 좋은 것이다. 급제동 시 좌우 밸런스는 굳이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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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 자동 주차 시스템 ‘파크 어시스트(Park Assist)’는 호화스러운 장비이다. 파크 어시스트가 부족한 편의 장비를 커버한다고도 할 수 있다. 파크 어시스트의 성능은 예상 이상이다. 결론부터 말해 필자보다도 주차를 잘한다. 그 동안 운전을 해오면서 주차에 별 어려움을 모르고 살았지만 파크 어시스트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주차할 자신은 없다. 주차된 후 내려서 보니 아주 정확하고 가깝고 반듯하다. 야간이거나 비가 오는 상황이라면 필자와 파크 어시스트의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다. 주차가 완료되는 순간 알고 있는 여동생, 누나, 고모, 이모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파크 어시스트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버튼을 눌러 파크 어시스트 기능을 활성화시킨 상태에서 일렬주차가 가능할 법한 공간 옆을 지나가면 공간이 인식된다. 차의 좌우 어느 쪽 공간에 주차할 지는 방향지시등을 조작하기에 따라 바뀐다. 주차를 위한 각도가 맞지 않을 경우에는 차를 앞으로 움직이라는 정보가 나타난다. 그리고 R 표시가 뜨면 주차를 할 수 있다는 신호이다. 처음 사용할 때는 자신의 조작 없이 운전대와 차가 움직이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다고 느낄 수 있지만 브레이크로 속도를 조절하면 별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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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을 마친 후 ‘이만하면 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 경우는 드문데, 이번 골프는 바로 그런 차 중 하나였다. 구형 보다 일부 소재가 떨어지고 편의 장비도 부족한 게 흠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장점이 워낙 크다. 시승하는 동안 내가 ‘골프’의 브랜드 파워에 눈이 먼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랴. 그조차도 상품성의 일부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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