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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를 찾다, BMW X1 xDrive20d

발행일 : 2010-03-14 23:42:41

X1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BMW의 핸들링 실력을 만끽했다. BMW의 유압식은 바로 이런 맛이었다. 쫄깃하고 아주 착착 감긴다. 핸들링 실력은 승용차와 비교해야 마땅하다. 177마력은 최신의 2리터 유닛이 아니지만 모자람을 느낄 수 없다. 이게 부족하면 23d로 가야 한다. X1은 BMW로서 떨어지는 실내 소재가 흠이지만 달리는데 필요한 부분은 타협하지 않았다.

글 / 한상기 (rpm9.com 객원기자)

사진 / 박기돈 (rpm9.com 팀장)

SAV를 찾다, BMW X1 xDrive20d

BMW(코리아)는 차만 빠른 게 아니라 국내 출시도 빠르다. X1의 공식 데뷔 무대가 작년 가을의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였는데 국내에는 2월에 나왔다. 신형 5시리즈만 봐도 독일 출시와의 시간차가 겨우 1달 남짓이다. 차 잘 팔리는 집의 자신감이랄까. 어쨌든 신차가 국내에 빨리 소개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BMW의 제품 전략은 라인업을 촘촘히 배치하는 것과 소형화이다. 90년대 중반만 해도 BMW는 승용차만 팔았다. 그러다 X5로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였고, 이후 새로운 차종의 출시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지금의 BMW 라인업은 상당히 촘촘하다. 경제 위기가 아니었으면 X7도 나올 뻔 했다. 소형화를 보여주는 것은 1시리즈와 X1이다. 과거 같았으면 생각하기 힘든 차종인데 지금은 시대의 트렌드에 맞춰 없어서는 안 될 차가 됐다.

SAV를 찾다, BMW X1 xDrive20d

BMW는 변화에도 능하다. BMW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동적인 운동 성능을 대변했던 ‘Ultimate Driving Machine`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이제는 `이피션트다이내믹스`다. `쉬어 드라이빙`이 있긴 하지만 이전만큼 전면에 내세우진 않는다. 사실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이 들리지 않게 됐을 때는 좀 놀랍고 아쉬웠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미리 감지해 움직임이 더 빨랐던 것이다.

X1은 BMW SAV 라인업의 4번째 모델이다. SAV의 새 엔트리 모델로 젊은 층을 위한 차종이라고 할 수 있다. X1이 속한 클래스는 수요가 커지는 추세이고 많은 메이커들이 신차를 내놓으며 경쟁하고 있다. X1은 다른 메이커에 뺏길 수 있는 고객을 지킬 수 있고 전체 볼륨도 늘린다는 의미가 있다.

SAV를 찾다, BMW X1 xDrive20d

국내에는 우선 디젤만 들어온다. xDrive20d와 xDrive23d가 출시됐고 차후 18d도 나온다. 세 모델은 배기량이 모두 2리터다. 차명의 숫자를 보고 배기량을 알 수 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하나의 엔진으로 출력을 세분화하는 것도 요즘 유행이다. 그리고 국내에 들어온 X1은 모두 AWD이다.

X1은 생각하기에, 또는 보기에 따라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하다. `1`이라는 숫자를 생각한다면 1시리즈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3시리즈 또는 X3에 근접하다. BMW의 아이덴티티가 뚜렷한 전면의 디자인을 보면 전혀 엔트리 모델 같지 않다. 실제보다 차가 커 보인다. 반면 측면이나 후면을 보면 좀 작긴 하네라는 생각도 든다.

SAV를 찾다, BMW X1 xDrive20d

X1와 비슷한 급 모델들의 차체 사이즈를 살펴보면 이렇다(전장×전폭×전고, 휠베이스).

X1 - 4,454×1,798×1,545mm, 2,760mm

X3 - 4,569×1,853×1,674mm, 2,795mm

티구안 - 4,427×1,809×1,683mm, 2,604mm

투싼 ix - 4,410×1,820×1,665mm, 2,640mm

스포티지 - 4,350×1,820×1,695mm, 2,630mm

GLK - 4,525×1,840×1,690mm, 2,755mm

RAV4 - 4,335×1,815×1,695mm, 2,660mm

사이즈를 보면 전장에 비해 휠베이스는 길고 전폭은 좁으며 전고는 매우 낮다. 소형 SUV로 분류되는 모델 중에 X1만큼 전고가 낮은 모델이 없다. 1,545mm의 전고는 거의 승용차라고 봐도 무방하다. 현대 i30 CW의 1,565mm보다도 낮다. 차체 사이즈를 봐도 전적으로 운동 성능을 위한 설정이다. 어떤 면에서 이렇게 낮은 전고는 반칙에 가깝다.

SAV를 찾다, BMW X1 xDrive20d

스타일링은 전형적인 BMW SAV의 모습이다. 기존 SAV의 디자인 요소를 적절히 섞었고 겉에서 본다면 엔트리급 모델이라는 티가 전혀 나지 않는다. 한 가지 흠은 헤드램프의 아이브라우이다. 짙은 색상이었던 23d 시승차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았는데, 차체가 흰색인 이번 20d에서는 이부분이 하얀색 아크릴처럼 다소 싸게 보였다.

타이어를 얼핏 봤을 때 P7이라는 글자가 언뜻 눈에 들어왔다. 혹시 이전의 피렐리 P7인가 했지만 최근 나온 신투라토 P7이다. 타이어의 트레드 패턴은 전형적인 온로드 지향이다. 타이어를 본다면 오프로드를 고려치 않은 세팅이다. 타이어 사이즈는 225/50R/17로 23d의 18인치 보다 조금 작다. 23d는 AWD임에도 앞뒤 타이어가 사이즈가 달랐는데 20d는 동일하다.

SAV를 찾다, BMW X1 xDrive20d

최신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X1은 스마트 키가 없다. 국산차는 준중형까지 확대될 정도로 흔해진 장비인데 좀 아이러니하다. X1은 키를 홀에 꽂고 누른 다음 스타트 버튼을 눌러야 시동이 걸린다. 좀 번거롭다. 이럴 바엔 그냥 키 꽂고 돌리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싶다.

실내는 윗급 모델인 X3는 물론, 같은 라인업의 23d에 비해서도 차이가 난다. 일단 X3와 비교하면, 소재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센터페시아 하단이나 도어 트림의 플라스틱은 BMW에 기대하는 수준에 못 미친다. 1시리즈와 3시리즈의 차이보다는 덜하지만 기대치에는 조금 못 미치는 게 분명하다. 밝은 색 내장재를 적용했던 23d시승차와 달리 이번의 20d는 실내 색상이 어두워서 그나마 이런 점이 덜 두드러졌다.

SAV를 찾다, BMW X1 xDrive20d

23d와 비교한다면 몇몇 편의 장비가 빠졌다. 우선 시프트 패들이 없다. 달리기에 중점을 둔 성격임을 감안하면 시프트 패들이 없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기어 레버도 단순한 일자형이다. 개방감이 탁월한 파노라마 루프도 없다. 가격을 좀 올려도 파노라마 루프는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선바이저 화장거울의 조명도 빠졌다. 그러니까 순수하게 주행 성능과 관련되지 않은 부분은 제외했다.

그래도 아이드라이브는 있다. 아이드라이브가 없으면 BMW가 아니라고 할 정도로 기본 사양인 장비니까.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작은 수납함과 AUX, USB 단자가 위치해 있다. USB를 빼지 않은 것도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SAV를 찾다, BMW X1 xDrive20d

모니터에 표시되는 파킹 어시스트는 상당히 편리하다. 후방 카메라에 여러 개의 가이드 라인이 겹쳐서 표시되고 스티어링과 연동이 되기 때문에 모니터만 잘 보면 주차에 어려움을 겪을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 거기다 분할 화면으로는 앞뒤 물체와의 근접 정도도 표시가 된다. 꼭 후진 주차를 하지 않더라도 앞의 상황을 알고 싶으면 파킹 버튼을 누르면 된다.

시트의 질감은 기대 이상으로 좋고, 일단 탄탄하다. 요즘의 BMW는 시트 쿠션이 푹신한 편인데 X1은 과거의 느낌이다. 옆구리와 허벅지를 잡아주는 기능성도 좋다. 23d는 시트의 날개도 움직였는데, 20d는 고정이다. 차체 전고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시트 포지션은 상당히 낮다. 시트를 가장 낮게 하면 거의 승용에 가까운 포지션이 나온다.

SAV를 찾다, BMW X1 xDrive20d

도어 포켓에는 물건을 고정할 수 있는 고무 밴드가 마련됐다. BMW 차 중에서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컵홀더는 2개가 있는데 운전자용은 센터 콘솔 바로 앞에 있어서 손이 닿는 위치가 조금은 애매한 편이다. 스티어링 휠에는 오디오와 볼륨, 핸즈프리 버튼이 있고 공조장치의 외기/내기 전환 버튼도 마련된다. 그러니까, 운전 중에 전환 버튼을 누르면 공조장치가 켜진다.

2열은 성인이 앉을만하지만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다. 무릎 공간은 충분하지만 바닥 가운데가 불쑥 튀어 올라 3명이 앉기에는 조금 불편할듯 싶다. 2열 시트의 등받이를 조절할 수 있는 건 장점이다. 2열 시트는 40:20:40으로 분할 폴딩 되고 트렁크와 완전히 편평하게 이어진다. 2열 시트 폴딩 시 적재 공간은 1,350리터로 늘어난다.

SAV를 찾다, BMW X1 xDrive20d

20d와 23d는 기본적으로 2리터 디젤인 건 같지만 터보에서 차이가 난다. 23d가 트윈 터보를 사용하는 것에 반해 20d는 싱글 터보이다. 출력은 177마력, 최대 토크는 35.7kg.m/1,750-3천 rpm으로 23d의 204마력과 27마력 차이이다. 하지만 최대 토크가 시작되는 시점은 더 빠르다. 23d의 토크 밴드는 2천~2,250 rpm으로 20d 보다 좁다.

아이들링의 소음은 결코 조용하지 않다. 한 마디로 방음이 부족하다. 다른 BMW 디젤을 생각하면 확실히 소음이 큰 편이다. 그래도 20d가 23d 보다는 조용하다. 23d는 20d 보다 아이들링 소리가 더 급하다. 그리고 가속 시에도 실내로 들어오는 엔진 음이 크다. 다행인 것은 엔진 음색이 좋다. 음색이 좋기 때문에 볼륨이 커도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 처음부터 매끄럽게 회전하고 자동 변속되는 시점까지 유지가 된다.

SAV를 찾다, BMW X1 xDrive20d

177마력은 X1에 부족하지 않다. 최근에는 184마력으로 업그레이드 됐지만 177마력에 모자람을 느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시원스럽게 뻗어나가고 속도가 높아져도 이런 느낌이 유지된다. 현 2리터 디젤로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것이 23d의 204마력 유닛이라고 한다면 177마력 유닛은 동급 최고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수치의 차이는 있지만 적극적인 가속이 아닌 담에는 20d의 성능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터보로 인한 지체 현상은 23d 보다 없는 느낌이다. 큰 차이가 있다면 고회전에서 밀어주는 힘이다. 0→100km/h 가속 시간은 8.1초로 23d의 7.3초 보다 0.7초 느리다. 하지만 8.1초가 결코 느린 순발력은 아니다.

SAV를 찾다, BMW X1 xDrive20d

1~4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35, 68, 110, 145km/h이다. 여기까지 거침없이 뻗어나가고 5단으로 넘어가도 지치는 기색 없이 195km/h까지 밀어붙인다. 20d 역시 200km/h가 어렵지 않다. 6단으로 넘어가면 가속이 처지긴 하지만 꾸준하게 속도가 붙는다. 6단 4천 rpm에 조금 못 미쳐 속도계 상으로 215km/h에 도달한다. 기어비가 엔진의 힘에 자신이 있는 세팅이다. 보통의 2리터 디젤 SUV가 6단에서 어렵사리 200km/h까지 가속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20d는 177마력에 불과(?)하지만 실제 성능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23d와의 최고 속도 차이도 크지 않다. 물론 도달하는 시간에서 차이가 나긴 한다.

20d의 엔진은 4,800 rpm에서 자동 변속된다. 5천 rpm에 달했던 23d 보다는 낮지만 동일 배기량의 다른 디젤과 비교 시에는 회전수의 영역도 높다. 거기다 회전수 상승이 빠르고 고회전에서의 질감도 나무랄데가 없다.

SAV를 찾다, BMW X1 xDrive20d

단점으로는 앞서 말한대로 아이들링 소음과 가속 시 엔진 음이 많이 들어오는 것, 그리고 하체에서 올라오는 노면 소음이다. 전반적으로 방음 자체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X1은 주행 성능의 완성도로 어필한다. 고속 주행 시에도 노면에 달라붙는 느낌이 동급의 다른 모델은 물론 BMW의 승용차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좋다. 노면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그만이다.

X1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핸들링과 핸들 감각이다. X1의 핸들 감각은 전형적인 BMW 유압이다. 요즘 나오는 BMW의 상당수가 EPS로 변해 차는 빨라질지언정 손맛은 예전만 못하다. 하지만 X1은 조향을 했을 때 손에 감기는 맛이 쫀득하다. 거기다 하체도 탄탄하다.

이렇기 때문에 코너링에서도 재미가 좋다. 직선 보다는 코너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게 바로 X1이다. BMW가 표방하는 SAV는 바로 X1을 위한 말이 아니었나 싶다. 날카로운 반응과 민감한 스티어링 중심 부분이 운전 재미를 더욱 배가 하고 있다.

SAV를 찾다, BMW X1 xDrive20d

코너에서는 언더스티어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정점에서는 머리가 더욱 안쪽으로 파고드는 느낌이 짜릿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뒤에서 밀어주는 느낌이 재미를 더한다. DTC버튼을 누르면 DSC의 개입이 늦어지는데, 리어의 슬립을 일정 부분 허용하면서 코너를 돌아간다. AWD지만 뒷바퀴굴림의 맛을 유지하고 있다. X1의 AWD는 전적으로 온로드의 핸들링 성능을 위함이다. HDC는 오프로드 내리막에서 필요한 장비인데 X1에서는 쓸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올 겨울처럼 눈이 많이 오면 내리막에서 필요할 수도 있겠다.

브레이크 성능은 최상이다. 초기 답력에 대한 반응이 좋기도 하지만 차가 완벽하게 멈춰설 때까지 일정한 제동력을 발휘한다. X1 20d는 200km/h 내외의 속도에서 정지까지 4번을 연속으로 해도 페이드가 나타나지 않았다. 보통 이 정도면 패드의 성능이 떨어질 법한데 예상을 뛰어넘는 성능이다. 높은 속도에서 급제동 할 때의 좌우 밸런스는 말할 것도 없다.

SAV를 찾다, BMW X1 xDrive20d

X1 20d는 가격에 맞춰 소재와 일부 편의 장비를 다운그레이드 했다. 하지만 달리는데 필요한 부분은 타협이 없다. 브레이크나 타이어만 해도 위급인 23d와 동일하다. 그리고 탄탄한 하체에서 비롯되는 핸들링의 재미도 탁월하다. BMW가 내세우는 SAV를 느끼기 위해서는 X1이 제격이다. 20d의 가격은 5,180만원, 23d의 가격은 6,16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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