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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의 ‘M‘, 미니 컨버터블 JCW

발행일 : 2010-05-24 15:12:10

JCW는 미니의 `M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JCW 버전은 미니와 차별화 되는 주행 성능과 재미를 선사한다. 운전이 재미있는 건 빠르기만 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수동이면 더 좋겠지만 그렇게 아쉽지도 않다. 1.6리터로 190마력을 넘기지만 지체 현상이 별로 없는 것도 장점이다. 국내 사양은 풀 패키지는 아니지만 JCW의 맛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

글/ 한상기 (rpm9.com 객원기자)

사진/ 박기돈, 민병권(rpm9.com)

미니의 ‘M‘, 미니 컨버터블 JCW

요즘은 고성능 버전이 의무 사항처럼 인식되고 있다. 연비를 높여야 한다고 난리지만 고성능 버전의 자리는 굳건하다. 볼륨은 낮지만 고성능 버전이 갖고 있는 마케팅 효과가 좋다는 뜻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큰 돈 들어가는 모터스포츠 보다 가격 대비 효과가 낫다고 할 수 있다.

BMW는 M 버전으로 팩토리 튠의 장르를 열었다. 현존하는 수많은 고성능 디비전의 시초가 M인 것이다. 그만큼 M의 성공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BMW가 잘 팔리는 미니를 가만히 둘 수 없었던지 새롭게 JCW 디비전을 만들었다. JCW는 이전에도 있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미니의 ‘M‘, 미니 컨버터블 JCW

정확히 말하자면 1세대의 JCW 버전은 ‘John Cooper Works’가 미니를 튜닝한 개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BMW의 소속이다. BMW가 2006년 말에 JCW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BMW는 존 쿠퍼의 아들로부터 JCW 브랜드에 대한 모든 권리를 사들여 미니 전문 튜닝 브랜드로 만들었다. 따라서 JCW는 BMW의 M 디비전처럼 미니의 고성능 디비전이 됐다.

JCW는 지난 2000년 존 쿠퍼가 창업한 이후 미니의 고성능 모델 뿐만 아니라 튜닝 파츠와 액세서리를 전문적으로 생산해 왔다. 존 쿠퍼의 사후에는 그의 아들인 마이클 쿠퍼가 경영을 맡아왔었고 지금은 BMW에게 회사를 넘겼다. 마이클 쿠퍼는 여전히 JCW에서 컨설팅 역할을 맡고 있다. 시승차는 최근 국내에 소개된 2세대 미니 JCW이지만 풀 패키지는 아니다. 서스펜션과 브레이크는 쿠퍼 S와 동일하고 엔진은 192마력 유닛이다.

미니의 ‘M‘, 미니 컨버터블 JCW

미니 JCW는 제대로 튄다. 사실 미니는 원래도 먹어주는 디자인이지만 워낙 많이 팔려서 국내에 처음 나왔을 때만큼 튀진 않는다. 2세대의 디자인도 구형에 비해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JCW 버전은 이목을 집중시키는 요소가 다분하다.

우선 옆구리에 크게 박힌 ‘37’이라는 숫자이다. 뜬금없어 보이긴 하지만 분명 사연은 있다. 37은 존 쿠퍼가 모터스포츠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레이스카의 번호이다. 모터스포츠로 시작한 JCW의 뿌리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 회사의 분위기도 읽을 수 있다.

미니의 ‘M‘, 미니 컨버터블 JCW

튀는 것은 숫자만이 아니다. 빨간 색상과 어딘지 달라 보이는 에어로파츠는 자세히 보지 않아도 평범한 미니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차고도 낮아지면서 보다 웅크린 듯한 실루엣으로 변했다. 보닛에 붙은 두 줄기의 검은색 스트라이프도 뭔가 다른 미니임을 알린다.

검은색 17인치 휠은 무거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량 알로이제이다. 타이어는 205/45R/17 사이즈의 던롭 SP 스포트01로, 미니 차체에는 커 보인다. 하지만 190마력이 넘는 출력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달아야 자세나 성능에서 만족스럽지 않을까.

미니의 ‘M‘, 미니 컨버터블 JCW

실내도 모터스포츠 풍의 아이템이 하나 있다. 바로 플로어 매트이다. 레이싱을 보신 분들은 알 것이다. 1등 하면 흔들어 주는 깃발을. 미니 JCW의 플로어 매트는 바로 그 깃발과 똑같은 무늬이다. 차체에 붙은 37번과 이어지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실내는 미니 컨버터블과 동일한데, 몇몇 장비가 추가됐다. 우선 스티어링 휠 주변이 복잡해진 게 눈에 띈다. 가운데 위치한 회전계 오른쪽에는 토크 게이지가 추가됐다. 이 토크 게이지의 바늘은 터보 엔진의 부스트가 올라가면 그에 비례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운전하면서 토크 게이지를 보는 재미도 있다.

미니의 ‘M‘, 미니 컨버터블 JCW

스티어링 컬럼 중앙에는 LED도 마련된다. 이 LED는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된 120d의 운전대와 동일한 기능을 한다. 즉 회전수 상승에 따라 차례대로 LED가 점등되고 4,500 rpm이 넘으면 모든 램프가 번쩍댄다. 게임을 하는 기분도 난다. 이 LED는 원래 수동 사양에 적용돼 변속에 따라 점등되는 것이다.

미니 컨버터블에도 있는 것이지만 회전계 왼쪽에 위치한 톱 오픈 타이머도 특징적인 장비이다. 이 타이머는 톱을 열고 달린 시간을 알려준다. 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배기가스 적당히 마시라는 배려로 생각하면 좋겠다.

미니의 ‘M‘, 미니 컨버터블 JCW

소프트 톱은 토글 스위치를 누르면 우선 선루프가 열리고 한 번 더 누르면 완전히 오픈된다. 구형처럼 미니의 소프트 톱은 선루프의 역할도 하는 게 아주 맘에 든다. 개폐에 걸리는 시간도 15초에 불과하다. 오픈 보디로 주행 시 값비싼 컨버터블 보다 바람의 들이침은 큰 편이다. 소프트 톱을 수납하면 트렁크 공간은 120리터로 줄어든다.

엔진의 배기량은 미니와 동일한 1.6리터이다. 2세대 JCW는 출력이211마력으로 높아졌지만 자동변속기 사양이어서 192마력 유닛이 올라간다. 오버 부스트 시 최대 토크는 27.6kg.m까지 상승한다.

미니의 ‘M‘, 미니 컨버터블 JCW

아이들링 시 소음과 진동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한다. 세단처럼 접근한다면 실망하기 딱이다. 조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동은 다소 심하지 않나 싶다. 진동을 본다면 포르쉐와 비슷한 구석도 있다. 저속에서는 달리는 중에도 진동이 느껴지고 뒷유리가 떨려 보일 정도다. 방음도 부족하고 컨버터블답게(?) 바람 소리도 크다. 낮은 속도에서 바람 소리는 뒤에서 더 크게 들리는데 처음에는 창문 열린 줄 알았다.

어쨌거나 미니 JCW는 달려야 하는 차다. 아니 천천히 달리기가 어렵다. 살살 달려도 운전자를 자극하는 요소가 충분하다. 가볍게 가속 페달을 밟아도 민감하게 움직이는 차체를 보면 오른발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1.6리터 직분사 터보는 오른발에 힘을 조금만 주어도 토크가 펑펑 터진다.

미니의 ‘M‘, 미니 컨버터블 JCW

작은 차체에 힘 센 엔진을 얹었기 때문에 토크 스티어도 발생한다. 세단이면 흠이지만 미니 JCW 같은 성격에서는 앞바퀴 휠스핀에 이어지는 토크 스티어는 양념과도 같다. 거기다 가속 시 앞서 말한 스티어링 컬럼의 LED가 순간적으로 점등되면 시각적 또는 심리적으로 느끼는 효과도 크다.

이 LED는 운전 재미를 부추키는 장식적인 요소이다. 3천 rpm부터는 양쪽으로 하나씩 램프가 점등되고 4,500 rpm 이상이 유지되면 모든 램프가 빠르게 번쩍거린다. 고회전에서는 번쩍대는 LED 때문에 보다 긴장하게 된다. 흠이라면 램프가 밝은 것인데, 야간에는 눈이 부실 정도다. 다른 운전자가 LED를 번쩍대며 달려 나가는 미니 JCW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미니의 ‘M‘, 미니 컨버터블 JCW

2~4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84, 126, 174km/h로 시원스럽게 뻗어나간다. 배기량을 생각하면 순발력은 물론 체감 가속도 빠르다. 미니와는 다른 레벨의 가속력이다. 미니 JCW는 5단으로 200km/h을 가볍게 돌파하고 6단에서도 꾸준하게 속도가 붙는다. 고회전으로 넘어가면 엔진의 음색도 두텁게 변한다.

하체의 성능은 미니에 하드코어함을 더했다. 거친 도로에서는 섀시의 움직임이 많지만 하체의 자세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즉 벨트 라인 위의 움직임과 하체의 자세는 다르다. 거친 길을 마구 내달릴 때 보면 섀시가 부서질 것 같은데 그와는 반대로 차의 움직임은 안정적이다. 코너에서는 좀처럼 언더스티어가 나지 않고 억세게 노면을 붙잡는다. 몇 번 코너를 돌아보면 곧 자신이 생길만큼 운전자와의 교감도 뛰어나다. EPS 방식으로는 핸들 감각도 최고 수준이다.

미니의 ‘M‘, 미니 컨버터블 JCW

브레이크는 고성능 버전이 그렇듯 초기 응답이 빠른 편은 아니다. 힘을 줘야 강한 제동력이 나온다. 일정 답력 이상을 넘어가면 꽂히듯 차를 멈춰 세운다. 차도 작고 하체도 탄탄해서인지 높은 속도에서 급제동 해도 흔들림이 없다. 좌우의 밸런스도 나무랄데가 없다.

미니 JCW는 당연히 미니 보다 비싸다. 5천만 원이 넘는 가격은 미니의 사이즈를 생각해 보면 분명 비싸다. 거기다 더 크고 출력도 비슷한 유럽산 해치백에 비해서도 가격이 높은 편이다. 즉 미니 JCW를 살 돈이면 다른 선택도 많다. 하지만 미니와 JCW라는 두 가지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고 거기다 뚜껑까지 열린다. 앞바퀴굴림으로 운전의 재미는 최고 수준이다. JCW가 미니의 M 버전인 것을 생각해 보면 액면 보다 높은 가격이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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