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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 놈이 강한거다! 푸조 뉴308 MCP

발행일 : 2010-09-27 17:18:33

국내 시판 1년여 만에 새롭게 업데이트된 푸조 308MCP는 그 좋던 연비가 더 좋아졌다. 유로5에 맞춰 새로 바뀐 엔진은 성능과 정숙성까지 좋아졌다. MCP 변속기의 남다른 움직임은 여전하지만, 적응하기 나름. 호감도가 절로 상승한다.

글/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

사진 / 민병권,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오래가는 놈이 강한거다! 푸조 뉴308 MCP

308 MCP, 3008 MCP, 그리고 뉴 308 MCP. 푸조의 MCP 변속기를 만나는 것은 공교롭게도 이번이 세 번째다. 마음에 안 들어도 세 번은 만나보라 했던가? 하기야 MCP는 만날 때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상이었을지언정, 마음에 안 드는 상대는 아니었다. 이 차가 연비 괴물로 손꼽히는 비결이 바로 그 MCP에 있는데 어찌 미워할 수 있으랴. 아무리 변속 울렁증이 심하다고 해도.

새 308 MCP는 - 수입사인 한불모터스의 설명에 따르면- 변속감을 ‘부드럽게’ 개선했다고 한다. 이 표현에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기존 모델도 변속감이 거칠었던 것은 아니니까. 문제는 가속중의 변속 때 앞 머리가 숙여지는 느낌이 아니었던가?

오래가는 놈이 강한거다! 푸조 뉴308 MCP

새 308MCP도 변속될 때 앞뒤로 부드럽게 춤을 추는 듯한 움직임은 여전하다. 그런데,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긴 했다. 그간의 경험으로 특성을 잘 알고 있는 탓에,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받아들이게 된 부분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시내를 통과하는 동안 다른 사람에게 운전을 시키고 동반석에 앉아 있어 보니, 어색한 변속 느낌 같은 것은 아예 신경 쓸 일이 없었다. 뒷좌석에 앉은 이의 소감도 마찬가지. 그런데 그 시간 내내 운전자는 변속을 자연스럽게 구사할 방법을 찾느라 전전긍긍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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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MCP는 숙달과정(?)을 필요로 한다. 그 전까지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변속이 될지를 연구하는 자세가 되곤 한다. 이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새 308 MCP도 운전자가 부자연스럽다고 느낄 정도의 변속감은 여전히 갖고 있다는 얘기다.

푸조에서 일반 수동변속기인 ‘MCM’과 구분해 ‘MCP(Mécanique Compacte Pilotée 또는 Mechanical Compact Piloted)’로 표기하는 이 변속기는 기본 구조가 수동변속기와 같다. 수동이지만 클러치 조작과 기어변속을 스스로 알아서 하는 반자동 변속기. ‘Automated Manual Transmission(AMT)’ 또는 ‘automatically controlled manual transmission’, 즉 ‘자동으로 제어되는 수동변속기’라는 표현이 전달이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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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방법 자체는 일단 자동변속기에 가깝다. 변속기 조작부가 자동변속기를 닮았고 클러치 페달도 없으니까. 다만 레인지 구분에 ‘P’가 없고 ‘D’대신 ‘A’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레버를 A(자동)에 놓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1단에서 6단까지 자동으로 변속되면서 속도가 붙는다. 속도를 줄이면 알아서 기어를 낮추고, 정차할 때는 자연스럽게 클러치를 끊어 부드럽게 멈춰 선다.

시동을 걸 때는 레버를 N(중립) 위치에 놓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키를 돌려야 한다. 레버가 다른 위치에 있다면 계기판의 기어포지션을 나타내는 N표시가 깜빡 거리면서 시동이 걸리지 않는 이유를 알려준다. 주차브레이크를 당겨 놓았더라도 브레이크 페달은 밟아야 시동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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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후 P라고 생각하고 밀어 넣는 위치에는 R이 있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레버의 움직임 자체가 보통의 자동변속기와는 달리 하늘하늘 가볍기 때문에 차이점을 인지하기는 쉽지만, 일반 자동변속기 차에서 옮겨 탄 이라면 실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수동변속기 차와 마찬가지로 주차브레이크를 당겨놓는 습관도 가져야 한다.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 변속레버를 A나 R에 놓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차가 천천히 움직이는 클리핑 현상이 전혀 없는 점 또한 자동변속기와의 차이점이다. 정차 중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클러치가 완전히 떨어진 상태로 대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덕길에 섰다가 출발할 때는 뒤로 밀릴 위험이 있지 않을까? 이 문제는 경사로 출발 시 ESP시스템이 자동으로 최대 2초간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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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P는 자동변속기라기 보다 ‘쓰기 편하게 만들어 놓은 수동변속기’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그냥 놔둬도 자동으로 변속이 되지만 변속 될 때마다 울렁대는 것이 싫다면 수동모드를 쓰면 된다. 클러치가 한결 빨리 붙는데다가 변속시기를 자신이 통제하기 때문에 위화감이 줄어든다. 레버를 A에서 M(수동)위치로 옮겨 +/-로 조작하거나 스티어링휠의 변속패들을 건드려주면 된다. 물론 A에서 곧장 패들을 조작해도 임시 수동모드가 된다.

바이킹 뿔 모양으로 생긴 변속패들은 레버 부분이 고정된 채 은색 부분만 버튼처럼 조작된다. 다른 차에서 볼 수 있는 절도 있는 변속패들과 비교한다면 조작감이 상대적으로 장난스럽지만, 일종의 스위치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현재의 기어단수는 설정에 따라 계기판에 크거나 작게, 어떻게든 표시되므로 언제든 (A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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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로 변속할 때도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필요 없이 그대로 변속 조작만 해주면 된다. 클러치가 떨어진 동안 엔진회전수의 제어가 이루어지므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고 해서 회전수만 치솟지는 않는다. 기어를 내릴 때는 적절한 회전수를 맞춘 뒤 클러치를 붙여주는 방법으로 어지간한 운전자들보다 매끄러운 변속솜씨를 뽐낸다.

그 솜씨가 유일하게 의심스러운 순간은 오르막길에서 기어가 1단으로 바뀌면서 거친 반응이 나타날 때이다. 자동변속기 차들 중에는 오르막에서 가속페달을 아무리 깊게 밟아도 2단으로 버티면서 속을 뒤집어 놓는 차들이 있는데, 그와 반대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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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308MCP의 국내 공인 연비는 무려 21.2km/L로, ‘자동으로 변속되는 차’ 중에서는 하이브리드카를 빼고 가장 뛰어난 수준을 자랑한다. 심지어, ‘자동 변속’이라는 조건을 걸지 않더라도 베르나/프라이드의 1.5리터 디젤+수동변속기모델에게만 뒤질 뿐이다. 수동변속기 경차와는 어깨를 나란히 한다. 준중형급에서 308MCP의 뒤를 쫓고 있는 2인자- 현대 i30가 1.6 디젤 엔진과 5단 수동변속기를 얹어 20.5km/L의 공인연비를 얻었으니 비교가 될 것이다.

물론 CO2배출도 127g/km로, i30 디젤+수동의 131g/km보다 낫다. 이전의 308MCP는 19.5km/L의 연비에 138g/km의 CO2 배출성적을 갖고 있었으니 신형으로 넘어오면서 확실한 개선을 거친 셈이다. (참고로, 자동변속기 경차의 CO2배출은 130g/km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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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효율 향상의 주역으로는 단연 새로워진 엔진을 꼽아야 한다. 유로5 배기기준을 맞추기 위해 엔진 구성품의 50% 이상을 재 설계하면서, 분사 압력을 1,650바까지 높인 새로운 커먼레일과 분사 홀을 기존의 6개에서 7개로 늘린 피에조 인젝터, 압축비를 16.0:1로 낮추고 직경을 10% 키운 연소실, 한 사이클당 최대 다섯 번의 분사를 하도록 제어하는 신설계 소프트웨어, 최적화된 EGR등등을 조합해 ‘적게 먹고 완전히 소화시키는’ 장기를 구성했다.

연비뿐 아니라 성능까지 높아진 것도 기특하다. 우선 1,750rpm에서 이전보다 12.5%가 상승한 27.5kgm(오버부스트 상태에서는 29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최고출력은 112마력으로 2마력이 높아졌을 뿐이지만, 대신 발생 회전수가 4,000rpm에서 3,600rpm으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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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상 0-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11.3초이고 최고속도도 190km/h로 이전과 변함이 없지만, 좀더 가뿐하게 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만이 아닌 것 같다.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주어진 힘을 알차게 사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전 엔진에서도 힘에 대한 불만은 없었지만 말이다.

나아진 성능보다도 마음에 드는 것은 엔진이 이전보다 조용해졌고 진동도 줄었다는 사실이다. 평범한 플라스틱 재질이었던 엔진커버를 계란판처럼 보이는 흡음재질로 바꾼 덕분도 조금은 있겠지만 그보다는 엔진이 바뀌면서 연소시의 소음 자체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따지고 보면 밸브도 기존의 16개에서 8개로 줄었으니 아무래도 조용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회전수를 높여도 부드럽게 느껴진다는 것이 두드러진 개선점이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가속해도 누구네 차처럼 갈라지는 소리가 나지 않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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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을 가볍게 지그시 밟아 가속하는 경우, 일반 모드에서는 2,000rpm에 못 미쳐서 변속되는 반면, 스포츠모드에서는 3,700rpm정도에서 변속이 이루어진다. 적어도 이 MCP에서는 일반 모드의 변속프로그램이 운전자의 수동변속기 조작보다 더 나은 연비를 가능케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평상시에는 자동모드를 애용하고 정 필요할 때만 패들을 건드려 변속하는 것이 적극적인 연비운전일 수 있겠다.

연비에 크게 한 몫 하고 있는 미쉐린 에너지 세이버는 205/55R16사이즈로 끼워진다. 구름저항 저감에 초점을 맞춘 타이어지만 세팅이 좋은 하체와 함께 유연한 승차감과 쓸만한 핸들링을 선사한다. 브레이크 페달의 초기 반응은 여전히 민감하다. 잊고 있었다가 이번에도 여지 없이 당했다. 물론 처음에만 당황스러울 뿐 금새 익숙해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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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308의 풍부한 사양에는 큰 변화가 없다. 전동식 햇빛가리개가 달린 파노라마 루프도 그대로이고, 오토헤드램프, ECM룸미러, 전동접이 사이드미러, 그래픽으로 거리가 표시되는 후방주차센서, 좌우개별온도조절 장치, 크루즈컨트롤이 포함되어 있다. 유리창은 네 개 모두 원터치로 여닫히며, 상급모델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조명장치들을 갖추었다. 1.26제곱미터의 파노라마 루프와 널찍한 앞유리가 제공하는 시원스러운 시야는 다시 한번 언급해도 좋을 만한 매력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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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시트에 열선이 빠진 것은 약점이다. 그리고 기존 모델은 같은 직물시트라도 헤드레스트의 앞뒤 조절이 가능했는데, 이번에는 그 기능이 빠졌다. 오디오가 애프터마켓 제품으로 바뀌면서 스티어링 컬럼에 있었던 오디오 리모컨도 사라졌다. 애프터마켓용 오디오를 끼워 판매하는 것 자체는 해외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일. 파이오니아 제품인 헤드유닛에는 AUX와 USB단자가 달려있어 아쉬운 대로 외부기기 활용을 손쉽게 하고 있다.

옵션으로 제공되는 내비게이션은 한국에서 장착하는 만도 제품(지니 맵)인데, 대시보드 위에 틀을 제대로 갖추어 설치된다. 운전 중 보기에 좋은 위치일 뿐 아니라 스크린을 터치하기에도 그리 멀지 않아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양면에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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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순정 오디오부분에 통합되어 있었던 차량 설정 메뉴의 조작부가 독립해 내려오면서, 앞좌석 가운데 팔걸이 앞으로 놓인 컵홀더는 개수가 하나 줄었다. 메뉴를 통해 변경할 수 있는 설정이 다양하지는 않기 때문에 아쉬운 느낌. 하나 남은 컵홀더는 사이즈가 워낙 작아서 자판기 종이컵이나 끼울 수 있을 것 같다. 대신 도어 포켓이 아주 넉넉한데, 사이에 칸막이가 없어서 불편할 정도이다.

207 밀레짐과 마찬가지로 송풍구 일체형의 방향제 기능이 사라진 것은 연식 변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반응이 별로였던 것일까? 그러고 보니 계기판 디자인도 살짝 바뀌었다. 디스크 브레이크를 모티브로 한 전체윤곽은 그대로이지만 테두리 부분의 회색 부분을 없애 좀더 시원스러워진 느낌이다. 최고속도는 230km/h까지 표기되어 있었던 것이 250km/h까지로 늘어났다. 눈금으로 따지면 260km/h까지도 표시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제원상 최고속도는 190km/h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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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환경에 피해를 덜 주는 차라고 하면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카를 떠올리기 쉽지만, 현재로서는 연비 좋고 CO2 배출도 적으면서 성능도 부족하지 않은 –게다가 가격까지 합리적인- 클린 디젤+수동변속기 차가 오히려 좋은 답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대중에게 수동변속기를 권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AMT 변속기가 절묘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 푸조의 MCP도 개발되었을 것이다. 물론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쓰면 성능도 더 좋고 변속 울렁증에 시달릴 필요도 없다. 하지만 AMT는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일부 부품만 바꾼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복잡하고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3,410만원이었던 308MCP의 가격은 이번에 3,190만원으로 더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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