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은 2004년 데뷔해 2010년 5월에 100만대 생산을 돌파한 우리나라 대표 경차 중 하나다. 다른 하나의 축인 GM대우의 마티즈는 먼저 ‘크리에이티브’로 진화하면서 기존 경차의 한계를 넘어선 모습들을 보여줬지만, 정작 모닝에게는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었다. 이번에는 유유히 반격에 나선 신형 모닝의 차례다. 7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델로 거듭난 모닝을 따뜻한 햇살과 차가운 바람, 그리고 눈발이 교차하는 한겨울의 제주도 일원에서 시승했다.
글 / 민병권 (rpm9.com 에디터)
사진 / 기아자동차, 원선웅 (글로벌 오토뉴스 기자)
신형 모닝은 새로운 플랫폼을 바탕으로 했을 뿐 아니라 심장까지 갈아치운 완전한 새 차다. 현대차의 아토스 시절부터 사용되어온 입실론 엔진을 버리고 내수용 모델로는 처음으로 카파 엔진을 얹었다. 외견상, 기존 모닝의 입실론 엔진은 4기통 SOHC, 신형 모닝의 카파 엔진은 3기통 DOHC라는 점부터 다르다.
과거, 현대기아는 마티즈의 엔진이 3기통이라는 사실을 약점으로 물고 늘어졌었다.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다. 마티즈가 4기통, 모닝은 3기통이 되고 보니 기아에서는 다른 얘기를 한다. “유럽에서도 이 급의 모델은 3기통 엔진을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사실 이는 업계에 불고 있는 다운사이징 바람과 관련이 있다. 엔진 실린더를 하나 줄임으로써 연료소모를 5%, 무게를 10% 줄일 수 있다고 하니 요즘 같은 시대에는 설득력이 커질 수 밖에.
그렇다 치면, 실린더 수가 하나 줄면서 대두되는 엔진의 소음과 진동 문제는 그냥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기아차는 그에 대한 대책 역시 마련했다고 말한다. 예전과 달리 NVH를 잡을 수 있는 기술이 발전했고, 차체 강성까지 높아졌기 때문에 4기통 엔진과 비교해서 부족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엔진 블록 자체가 알루미늄으로 바뀌었고, 래더 프레임과 액체봉입 마운트를 적용했으며, 대시 판넬에 2~3중 흡차음재를 넣는 등의 방법으로 실내 정숙성 확보와 진동저감을 실현했다는 것이다.
제시된 자료와 설명만으로는 ‘비겁한 변명’이라며 코웃음을 치기 십상이다. 그런데, 직접 시승해보니, 적어도 NVH 성능만큼은 거짓이 아니었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시작해서 급가속과 고속주행을 반복하며 시승을 마칠 때까지, 회전수를 한계치까지 올려도 엔진이 죽는 소리를 내거나 차체가 가늘게 떨며 기분 나쁜 진동을 몸에 전달하는 일은 없었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이하 ‘마티즈’)가 아쉬움을 남겼던 부분을, 3기통인 모닝은 오히려 솜씨 좋게 처리해낸 모습이었다.
그리고 모닝의 카파 엔진은 성능 수치상으로도 마티즈를 제압한다. 마티즈보다 최고출력은 12마력, 최대토크는 0.2kgm가 더 높다. 경차에서 12마력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게다가 최대토크 발생 시점이 3,500rpm으로 마티즈보다 1,000rpm이상 더 낮기 때문에 실용영역에서 유리하다. 종결을 짓는 것은 몸무게다. 근소한 차이지만, 모닝은 마티즈보다 가볍다. 그렇다면 주행성능 상의 차에 기대를 갖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체감 성능상으로는 모닝 쪽이 뚜렷이 더 낫다는 말은 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초반에 더 경쾌하게 느껴지는 것은 마티즈 쪽. 그에 비해 모닝은 능구렁이처럼 속도를 붙여나간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있어도 속도가 좀처럼 안 붙는다 싶은데, 그러다가도 속도계를 보면 어느 새 80km/h, 100km/h를 넘어서고 있다. 체감성능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NVH 성능과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행사에 동원된 수십 대의 시승차는 모두 자동변속기 차량. 모닝의 AT는 기어를 낮추는 데 인색하다. 가속페달을 어지간히 밟지 않는 이상은 원래의 기어를 유지하려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아주 적극적인 액티브 에코 기능이라도 집어넣었나 싶을 정도. 다행히 기어의 단수는 운전자 스스로도 낮출 수 있고, 가속페달의 조작폭도 몸에 익고 나면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AT레버의 조작감은 차급을 잊을 만큼 좋다. 변속 시에는 종종 작은 충격이 느껴지기도 해서 아무래도 단차를 의식하게 되지만, 이 급에서 흠이 될 정도는 아니다.
풀 가속을 해보면 6,000rpm을 기준으로 55km/h에서 2단, 100km/h에서 3단으로 넘어가며, 인내심을 요하는 3단에서는 5,750rpm쯤에서 150km/h를 가리킨다. 45, 95, 140이었던 마티즈와는 보폭의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닝은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수 역시 2,600rpm 정도로 낮은 편이다.
하체는 크게 나아졌으나 아직까지 마티즈보다 낫다는 말은 하기 이른 것 같다. 특히 마티즈가 기존 경차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안정감과 무게감을 먼저 보여준 터라, 이번 모닝은 그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도 별 다른 감흥을 주지는 못한다. 시승차에 끼워진 15인치 휠과 타이어(175/50)가 지면 요철의 충격 흡수에 불리하게 작용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훨씬 정성 들여서, 솜씨 좋게 만들었음이 느껴지는 (듣자 하니 이것도 호랑이코에서 따온 모양의) 운전대를 잡고 이리저리 코너를 돌아나가는 기분은 꽤 좋았다.
다만, 고속주행 중 운전대가 좌우로 픽픽 쏠리곤 했던 것과 급제동 때 휘청거리면서 허둥대는 모습을 보인 부분은 다른 기회에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제주도 바람이 세긴 셌던 모양이다. 물론 차세대 VDC인 VSM이 있기에 큰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비록 이번 시승에서는 (가혹한) 90km 주행에 9.7km/L의 평균연비를 기록했지만, 모닝 AT의 공인연비는 19.0km/L로, 마티즈의 17.0km/L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