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미디어 시승행사를 통해 인천 송도와 영종도 일대에서 2012년형 현대 제네시스를 시승했다.
2012년형 제네시스는 2008년 데뷔한 제네시스로부터 페이스리프트 수준(보는 이에 따라서는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의 외관 변화를 거쳤고, 사양과 기술적인 면에서도 업그레이드를 거쳤다. 하지만 핵심은 역시 최신 구동계의 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엔진의 직분사화, 그리고 8단 자동변속기의 적용이다.
글, 사진 / 민병권 (rpm9.com 에디터)
우선 엔진을 살펴보면, MPi 방식이었던 람다 3.3 및 3.8 엔진을 GDi 방식으로 변경함으로써 고성능, 고연비, 저공해를 동시에 실현했다. 3.8 엔진의 경우 최고출력 334마력, 최대토크 40.3kgm로, 기존 엔진 대비 각각 15.2%와 10.4%가 향상되었다. 힘이 이렇게 세졌지만 연비도 떨어지기는커녕 10.2km/L로, 오히려 종전보다 6.3%가 개선되었다. 3.3 엔진은 30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며 35.5kgm의 최대토크와 10.6km/L의 연비를 갖게 되었다. (기존 262마력, 32.2kgm, 10.0km/L)
제네시스는 그 동안 아이신과 ZF로부터 수입한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왔다. 하지만 2012년형에 올라가는 8단 자동변속기는 현대자동차의 독자 개발품이다. 현재 상용화된 8단 자동변속기는 후륜 구동차용으로만 나와있다. 2009년 말, 아이신이 렉서스 LS를 통해 세계최초로 양산화 시켰고, 뒤이어 ZF가 8단 자동변속기를 내놨다. 현대 차는 이들에 이어 세 번째, 국내에서는 최초이다. (체어맨W에는 7단이 얹혀있다.) 하지만 아이신과 ZF는 변속기 전문 업체이므로, 완성차 업체의 독자 개발로 따지면 현대차가 세계 최초가 된다.
현대자동차는 고유가 시대 및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책으로 효율이 뛰어난 8단 자동변속기의 개발에 돌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업체처럼 사서 쓰는데 만족하지 않고 직접 개발에 나선 것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서 파워트레인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수입 대체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개발은 2007년부터 시작해48개월이 걸렸는데, 도중에 아이신의 8단 제품이 먼저 출시되었고 이를 철저히 벤치마킹 했다고 한다. 선두 업체는 후발 주자들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특허망이라는 덫을 놓는다. 그 덫을 어떻게 피해가며 새로운,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 낼 것인지가 관건이다. 현대자동차는 레이아웃 설계부터 생산기술까지 100% 독자기술에 의해 개발을 완료했으며, 이 과정에서 127건의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후륜 구동차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동안 앞바퀴 굴림용 파워트레인을 독자 개발하면서 축적해온 노하우를 십분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상용화된 8단 자동변속기는 람다(3.3/3.8) 엔진용과 타우(4.6/5.0)엔진용의 두 가지로 나뉜다. 물론 타우 엔진용의 토크 용량이 더 큰데, 전장도 더 짧게 만들어졌다. 람다용과 타우용 모두 아이신의 8단보다는 전장이 짧고, 가볍다. 기존 6단과 비교하면 유성기어 세트가 추가되면서 어쩔 수 없이 더 무거워졌는데,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오일팬과 알루미늄 캐리어 등 경량화 대책이 적용되어 있다. 결국, 경쟁 제품 대비 부족함이 없도록 부피와 무게 면에서도 최선을 다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을 고려해 직접제어 솔레노이드 밸브바디, 터빈댐퍼 토크컨버터, 저소음 유성기어 등 최고의 변속감과 NVH를 실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스킵 시프트의 경우 기존에는 2단 정도가 최선이었지만 이제는 기술적으로 8단에서 1단으로의 점프까지도 –실제 운전시에는 이런 조건이 나타나지 않겠지만-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기자가 시승한 차량의 경우, 이런 설명들을 잠시 잊고 멍해질 만큼 변속 충격이 컸다. 가속과 감속을 가리지 않고 운전자와 동승자가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차체를 울리는 충격이 수시로 발생했다. 정속 주행 중 가속페달을 미묘하게 더 밟았을 뿐인데도 갑자기 회전수가 치솟으며 차체가 요동치는 등 히스테리 현상도 경험할 수 있었다. 일단, 주행 자체에는 무리가 없었으므로 시승 코스를 완주하긴 했다.
시승 후 다른 기자들에게 확인해본 결과, 수십 대의 다른 제네시스 시승차들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오히려, 엔진과 변속기의 매끄러운 반응과 성능에 대해 후한 칭찬들을 아끼지 않는 모습들이었다. (현대자동차 측은해당 차량이 양산에 앞서 선행 생산된 탓에 품질이 완벽하지 못했던 점을 양해해 달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컸는데, 시승차의 문제로 인해 제대로 칭찬할 수 없게 된 점은 심히 아쉬운 부분이다.
아무튼, 동력 성능 자체는 좋은 평가를 받을 만 했다. 시승한 3.8 모델의 경우 이번에 추가된 스포츠모드에서 6,250rpm 내외를 기점으로 60, 90, 130, 180, 210km/h에서 변속이 이루어진다. 3.8모델의 0-100km/h 가속 시간은 기존의 6.8초에서 6.1초로 당겨졌고, 60-100km/h 추월 가속에 있어서도 3.5초가 3.2초로 단축되었다. 계기판 상으로는 마지막 눈금인 260km/h까지도 수월하게 속도를 붙여나간다.
그런데 높은 속도에서 평정된 마음을 갖기란 쉽지 않을 듯 하다. 고속 영역에는 아주 쉽게 도달하는 반면, 그것을 즐길만한 안정감까지는 제공해주지 못해서다. 가령, 일부 기자들은 고속에서 알루미늄 보닛이 떨리는 현상을 지적했다. 기자의 경우에는 직진 주행 중 브레이크를 지그시 밟았더니 차가 좌우로 휘청거리는 바람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말하자면, 불신을 씻어내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고속 중에서도 보다 일상적인 속도 영역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고, 유난히 횡풍이 강한 시승 코스의 환경도 감안을 해야 할 것이다. ‘선행 생산된 차들이라 그렇다’는 현대차의 설명도 믿고 싶다. 어쨌든 흔히 말하는 독일 차 감각의 고속 안정성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추천할 수 없을 듯 하다. 그 반대 급부라고 해도 좋을 지 모르겠지만 승차감과 정숙성만큼은 탁월했다. 이런 쪽에 비중을 두는 –아마도 많은 수를 차지할- 구매자들에게는 뛰어난 상품이다. 시승차는 승차감에 악영향을 줄 것처럼 생긴 19인치 휠을 끼우고 있었지만, 시승 중에는 그 사실을 거의 잊을 정도였다.
참고로, 시승차는 3.8 모델 중에서도 에어서스펜션이 빠진 사양이다. 에어서스펜션이 들어간 380 VIP모델의 경우, 이번에 도입된 스포츠 모드를 눌렀을 때 서스펜션도 함께 단단해진다고 한다. 그렇지 않은 사양에서는 변속 패턴이 액티브해지고 조향감이 묵직해지는 것만 기대할 수 있는데, 이번 시승에서는 큰 차이점을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에어서스펜션이 아닌 모델을 시승하고 나서도 “스포츠모드를 눌렀더니 하체가 단단해지던걸”이라는 언급을 한 기자가 있는 걸 봐서는 나름 효과가 있긴 한 모양이다.) 물론 100km/h 정속 주행시 8단에서는 1,600rpm정도이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2,000rpm에 가깝게 높아진다는 쉽게 눈에 띄는 차이는 있었다.
고속 주행 위주로 124km 코스를 주행한 이번 시승에서, 평균연비는 5.1km/L로, 공인 연비의 절반 정도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