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인들이 가장 많이 타고 있는 차량이 바로 이것. 그래서 320d의 이미지란 좋지만 조금은 흔한 모범생. 그렇기에 매력은 덜한 차종이라는 인상이었다. 그런데 시승회에서 다시 마주한 이 차량은 노멀 모델이 아니라, 320d ed(Efficent Dynamics)이라는 국내 50대만 한정 판매한다는 그 차량 아닌가. 게다가 오랜만에 만나는 수동 미션. 남자라면 군침이 도는 조합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행 성능은 가히 백미였다. 밟으면 밟는 데로 나가는 호쾌한 가속력(이 때문에 필자는 행렬 평균 속도를 올려 버린 주범이 되었다. 원죄는 어디까지나 320d ed에 있다). 와인딩에서는 칼로 베어 내는 듯한 핸들링, 그러면서도 20km/L 내외를 기록한 기록적인 연비는 내 맘을 몽땅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유일한 단점은 동승했던 그녀가 이후 `오빠 이 차 사줘`라고 조르기 시작했다는 점. 가끔 좋은 음식은 혼자 몰래 먹어야 하는 법이다.
글 / 이현준 (블로거, 독거노인)
BMW 320d ed는 국내에 50대만 한정판매 된,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귀한 몸이다. 연비향상을 위해 개선된 모델이지만, BMW+수동이라는 조합은 연비보다는 주행성능에 관심을 갖게 하는 묘한 녀석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BMW는 수동미션이 진리다.
BMW 320d ed는 320d와 비교했을 때, 동력전달의 느낌이 꽤 직설적이다. 토크컨버터를 거치지 않는 수동변속기 모델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주행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동사차량인 730Ld의 3.0디젤의 그것과 유사하다. rpm상승이 자동변속모델보다 빠르고, 같은 rpm에서도 전해지는 힘의 차이가 느껴진다. 현재 판매되는 320d의 경우, ZF사의 자동변속기를 품고 있음에도 꽤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디젤엔진으로선 반응이 좋은 320d모델에 DCT변속기가 탑재되는 것을 신형 320d에서는 기대해 보고 싶다.
이렇게 기가 막히게 재미 있는 320d ed에도 단점은 있다. 바로 진동과 소음이다. 시내주행에 들어서면, 클러치와 변속레버를 통해서 전해지는 진동이 상당하다. 정차 시에 아이들링 소음을 없애 보고자 아이들링-스탑 기능을 설정해 본다. 엔진이 멈춘 시간만큼은 너무나 고요하지만, 출발을 위해 클러치를 밟으면, 우렁찬 진동과 소음에 놀랄 것이다. 파워풀하고, 엔진의 반응도 뛰어난 BMW의 4기통 디젤이지만, 소음과 진동만큼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이 부분은 최근에 출시된 X3 2.0d모델 역시 다르지 않다.
BMW의 디젤을 왜 스포츠디젤이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된다. 출력과 반응에서 탑 클래스이기 때문이다. 이는 숫자로 표현되는 것 이상의 느낌이다. 시종일관 평균연비 16.5km/l를 유지하며, 막히는 길에서도 10.5km/l, 정속주행 시엔 20.0km/l를 넘나드는 연비는 덤이다.
글 이한승 (RPM9 회원, 스피드매니아)
신형 120d는 접해 봤으나 320d, 게다가 수동 변속기 모델은 처음이다. 차에 앉아 키를 꽂기 전부터 기대감과 설렘이 밀려 온다. 시동을 켜는 순간 디젤 특유의 진동과 가솔린 못지 않은 배기음을 들려줘 운전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 했다.
35kg.m의 토크가 부담스럽지 않게 조화를 이루어 생각보다 부드러운 주행을 보여주다가 2,000rpm이 넘어가면서 급격한 토크감을 느끼게 해준다.
처음 차를 받았을 때 잠깐 혼동이 왔었다. 연비를 위한 수동일까, 스포츠 주행을 위한 수동일까? 잠시 뒤 이런 고민은 배기음과 함께 사라진 듯하다. 입가에 미소가 절로 생긴다. 이거였어. 원하는 만큼의 rpm을 쓰게 되면서 자동변속기의 아쉬웠던 빈 곳을 채워 줄 놈, 바로 이놈이었다.
앞에 등장한 커브길에서 시프트 다운을 하고 회전수를 올리자 타이어 소리가 올라 온다. 차에 끼워져 있는 미쉐린 에너지세이버가 지르는 소리였다. 연비를 위해 타이어의 성능을 약간은 낮춘 것이다. 하지만 직선과 곡선 운행에 재미있는 핸들링을 주는 차임을 느끼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날 함께 주행했던 타사 차량에 비해 역시 BMW구나 하는 생각을 주는 것은 하체 세팅이었다. BMW는 역시 그들의 장점인 서스펜션과 하체의 조화를 살려 운전자에게 기대치에 해당하는 기쁨을 선사한다.
운전하는 맛 이외에 처음 접해 본 스탑 스타트(?) 기능. 처음에 몹시 당황 했다. 기어 미스를 하지 않았는데 왜 시동이 꺼지지? 하는 순간 다시 클러치를 밟으니 시동이 걸린다. 적응 되는 데까지 약간에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클러치를 밟는 순간 바로 1단을 넣을 수 있을 만큼 빠른 반응의 시동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조용하지 않은 디젤차량임에 시동 꺼짐과 켜짐의 반복은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으나 불과 10여 분뒤 적응을 하고 나니 요령도 생기고 스트레스도 사라졌다.
BMW 320d는 진정 연비와 운전하는 재미 두 가지를 다 주는 차량임을 확신한다.
글 / 오동근 (트위터 자동차 동호회 차탄당 회원)
>
푸조 508 악티브는 연비 우선주의 세상에 딱 부합되는 차다. 공인 연비도 22.6km/L로 좋지만 맘먹기에 따라 더 좋은 연비를 뽑을 수도 있다. 이번 투어에 동행한 8대의 차 중 가장 빼어난 연비를 보였다. 같은 거리를 달렸을 때 연비 게이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차도 있었지만 508 악티브는 3/4이 남았다. 단연 돋보이는 연비 효율이다.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하면 대부분의 차가 공인 연비보다 좋은 연비가 나온다. 508 악티브는 고속도로에서 100km/h 달리면 25km/L 내외의 실연비가 찍힌다. 이보다 속도가 낮으면 연비는 더 좋아진다. 특별히 과격하게 달리지만 않는다면 신호등이 많은 국도를 달릴 때도 18km/L 내외의 연비가 나온다. 고속도로와 국도 74km를 달리면서는 평균 연비가 17km/L가 나왔다. 정속 주행 할 때는 농담조로 기름 냄새만 맡아도 달린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연비가 빼어나게 좋지만 그렇다고 동력 성능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상대적으로 약해보이는 112마력의 1.6리터 엔진을 달고 있지만 일단 탄력이 받으면 힘 부족을 크게 느끼기 힘들다. 아쉬운 것은 저단에서의 변속 충격인데, 시내보다 변속이 잦지 않은 고속도로에서는 이런 약점도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시내에서는 자동으로 엔진을 켜고 끄는 스톱-스타트 때문에 불필요한 연료 낭비도 막을 수 있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조금 지나면 오히려 조용함 때문에라도 스톱-스타트를 반기게 된다.
글 / 한상기 (RPM9 객원 기자)
클러치 없는 수동변속기 MCP와 뛰어난 연비가 마음에 들어
푸조 508 e-HDi는 군산 새만금 방조제부터 군산시내를 거쳐 군산휴게소까지 시승했었던 차량이다. 508은 국산차중 쏘나타, K5, SM5등 2000cc급 중형차와 비슷한 사이즈를 가진 패밀리세단이지만 2000cc엔진이 아닌 1600cc디젤엔진이 적용되어 있다. 패밀리세단이라 그런지 실내공간이 비교적 넓었고 엔진소음이나 풍절음 유입이 적고 디젤의 단점인 진동도 적었다.
공차중량이 1500kg에 육박하는 푸조 508 e-HDi에 1600cc급 엔진이라 힘이 크게 딸리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했었는데, 확실히 처음 출발 시에는 약간 굼뜬 편이었다. 그렇지만 속도가 붙으면 붙을수록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고 고속주행 시 상당히 쾌적한 주행을 할 수 있었다.
푸조 508 e-HDi는 마이크로 하이브리드라는 기술이 적용되어 있는데, 전기모터가 직접 구동에 관여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아니고 정차할 때 엔진이 스스로 멈추고 출발할 때 시동이 켜지는 오토 스톱앤고 시스템이 더욱 진보되었다고 보면 되겠다.
같이 시승했던 제타 블루모션과 비교 시 확실히 시동이 빨리 걸리는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508을 포함해서 푸조의 저배기량 디젤엔진에 주로 탑재되는 MCP미션은 수동기반 자동변속기로 클러치 없는 수동변속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듀얼클러치가 아니어서 변속이 느리고 급가속하면서 변속 시 뒤에서 잡아당기는 듯한 꿀렁거림이 있다는 게 단점이다. 이럴 때는 변속 시 수동변속기처럼 엑셀레이터 페달을 부드럽게 떼었다 붙이면 한결 부드럽게 변속된다.
푸조 508 e-HDi의 경우 네비게이션과 USB포트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내장재질도 플라스틱으로 도배한 제타보다는 한결 나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네비게이션 위치가 너무 낮아 운전하면서 네비게이션 보기가 힘들다는 점, 그리고, MCP가 싱글클러치라서 변속이 느리고 변속 시 뒤로 잡아당기는 듯한 꿀렁거림이 크게 느껴진다는 점 등이다. 가격이 4천만 원대 초반이라 부담스러운 편이지만 이것저것 따져보니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타보다는 508 e-HDi가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 / 김진우 (블로거, 레드존)
푸조의 디자인 코드가 확 달라졌다. 과거 푸조가 파리-다카르 랠리를 우승하던 전성기 시절 보여줬던 405 디자인의 연장인 듯하다. 무난한 디자인을 택했지만 디테일은 아기자기하다. 강인한 펠린룩을 버린 것은 정말 잘 한일이다.
실내로 눈을 돌리니 모든 장치와 버튼들의 위치가 심상치 않다. 자유분방한 프랑스인들의 사고방식대로 만들어진 탓일까? 나쁜 뜻은 아니다. 운전석에 앉아 이곳저곳을 살펴보니 질감과 조작감은 만족스러우나 플래그쉽 모델치고는 뭔가 허전하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유럽사양과는 다르게 공조장치와 모니터의 위치가 바뀐 사실이다. 위에 위치한 공조장치는 다이얼을 조작할 때 손에 액정이 가려져 불편하고 아래에 위치한 네비게이션은 주행 중 확인하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푸조만의 파노라믹 글라스루프가 빠진 점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 때문에 푸조를 선택하는 이들이 꽤나 많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전방 시야도 좋고 A필러 부근의 쪽창과 큼지막한 사이드 미러 덕분에 답답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시승차는 e-HDi 모델답게 연비가 가장 큰 무기이다. 약 600km의 주행구간동안 18.1km/l의 연비를 기록했으니 말이다. 그러고도 426km/l를 더 달릴 수 있다고 기특한 소리까지 해댄다. 내놓으라는 연비왕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이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연료효율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힘이 부족하지 않다. 풀가속을 하면 기대이상으로 뻗어준다. 1.6리터 112마력이라는 스펙이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희생도 따르는 법. 최강 효율의 MCP 덕분에 울컥거리는 느낌은 여전하다.
글/ 고병배 (RPM9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