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벨로스터는 투스카니 이후 잠시 끊어졌던 현대자동차 콤팩트 스포츠 쿠페의 명맥을 잇는 모델이다. 1990년대의 스쿠프로부터 이어져온 이 계보의 차들은 `스포츠 카`라고 부를만한 국산 차가 전혀 없었던 시절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잘 달리는 차` `다르게 생긴 차`를 원하는 젊은 층의 갈증을 달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좌우 비대칭 도어와 해치백을 부각시킨 차체를 가진 벨로스터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개성 있는 스타일을 뽐내고 있다. 지난해 봄에 첫 출시된 이후로 톡톡 튀는 외관에 비해 성능이 평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7월에 국내 최초로 더블 클러치 변속기(DCT) 사양을 추가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많은 이들이 기대해왔던 터보 엔진을 추가함으로써 비로소 구색을 갖추게 됐다.
20년 전, 국내 최초로 터보 엔진을 얹었다며 당장에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이미지를 뽐냈던 스쿠프 터보는 당시 기준으로 129마력을 냈었다. 벨로스터 터보는 1.6리터 배기량으로 204마력의 최고 출력을 낸다. 수치상으로는 세계 유수의 회사들이 내놓은 동급 엔진들과 비교해도 더 나으면 나았지, 떨어지지는 않는 수준이다. 게다가 가솔린 직접 분사 방식과 트윈 스크롤 터보로 효율과 응답성을 높였기 때문에, 과거의 실속 없는 `깡터보`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벨로스터 터보는 1750~4500rpm에서 2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170마력 전후의 출력을 가졌던 투스카니 2.7 모델이 4000rpm이나 돼야 25kgm의 토크를 쓸 수 있었던 것을 봐도 배기량 대비 성능 효율이 얼마나 높아 졌는지를 알 수 있다. 훨씬 낮은 회전수에서부터 더 강한 회전력을 가질 뿐 아니라 차의 앞부분을 누르는 엔진 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볍기 때문에 회두성 등의 주행성능 면에서도 유리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러한 스펙 상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정작 주행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운전의 맛`에 있어서는 예전보다 크게 나아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력 성능은 과연 뛰어나다. 시승차는 자동변속기였지만 `수동변속기였으면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차고 넘치는 추진력과 반응을 보여주었다. 의외로 조용하고, 편한 것도 장점이다. 시동 소리도 별다르지 않고, 엔진 회전수를 일부러 높이지 않는 한 흡기음이나 배기음이 귀를 자극하지 않는다.
작은 차에 스포츠 서스펜션과 편평비 40의 18인치 타이어를 끼운 것치고는 승차감도 꽤 좋은 편이다. 그런데 그만큼, 차와의 일체감이나 절도감은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높아진 동력 성능만큼 차를 긴장감 있게 조인 것이 아니라, 되도록 많은 이들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유순한 성격을 만든 듯하다. 선루프와 자동변속기를 제외한 모든 옵션을 기본사양에 포함시켜 가격 문턱을 높인 차와는 어딘가 맞지 않아 보인다.
가득 채웠던 연료 탱크를 다 비울 정도의 거리를 격하게 시승한 결과, 평균연비는 8.5km/L가 나왔다. 비슷한 제원의 미니 쿠퍼S JCW를 비슷한 패턴으로 시승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수치지만, 연료계 눈금이 떨어지는 속도는 유난히 빠르게 느껴졌다. 6단 자동변속기 모델의 공인연비는 복합 11.8km/L. 구연비 기준으로는 13.4km/L라고 한다.
글, 사진 / 민병권 (rpm9.com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