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토요타 벤자의 한국 출시에 맞춰 이 차의 외관 디자인을 담당했던 디자이너 이정우(Chung Lee,45세)씨가 방한했다.
이정우씨는 미국 미시간주 앤 아버에 위치한 토요타의 디자인 시설 ‘칼티 디자인 리서치 앤 아버 스튜디오(Calty Design Research Ann Arbor Studio)’에서 선임 익스테리어 디자이너(Senior Exterior Designer)로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유학 길에 올라, 1997년 미국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ACCD)에서 자동차 디자인 학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포드와 GM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거쳐 2005년 칼티에 입사했다. 2008년 말 북미 전용 모델로 출시됐던 기존 벤자와 이번에 페이스리프트 되어 나온 2013년형 벤자의 외관 디자인이 그의 대표작이다.
벤자의 신차발표 행사 직후, 캐주얼한 분위기 속에 이정우씨와 기자들의 인터뷰 자리가 마련됐다.
우선, 토요타 벤자의 국내 시장 경쟁 모델 중 하나로 지목된 현대 싼타페를 비롯, 요즘의 한국 차 디자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특별히 매력적이거나 인상적인 디자인의 한국 차가 있는지 물어봤다.
그는 "요즘 나오는 한국 차들은 기본적으로 디자인이 다 좋은 것 같다"면서도, 특히 "개인적으로는 기아 K5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K5를 최고로 꼽은 이유에 대해 묻자, "굉장히 진보적인 스타일인 것 같다. 전/측/후면이 모두 진취적이다. 동급 차량들에 비해 기술을 많이 썼고,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세그먼트를 선도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이런 디자인을 제품화 하는 데는 엔지니어들의 뒷받침이 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요타의 신형 캠리를 비롯해, 요즘 나오는 일본 차들의 디자인이 예전보다 퇴보한 느낌을 주는 것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캠리의 경우 디자이너들도 ‘보수적’이라고 말하는 디자인이지만, 내구성이나 엔지니어링 등 차의 다른 부분을 보고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은 모델이기 때문에 잘 팔리고 있다. 하지만 토요타도 앞으로 출시될 모델들을 통해 더 진취적이고 진보적인 디자인을 추구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정우씨는 답했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양산된 토요타 중, 그가 가장 ‘잘 된 디자인’으로 꼽는 차는 무엇일까? 예상외로 “하찌로꾸(86)”라는 답이 돌아왔다. “86은 토요타가 이 정도로 디자인을 생각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차다. 한 동안 만들지 않았던 순수한 스포츠 카를 다시 내놓은 것이고, 디자인 면에서는 토요타가 원하는 매끈하고 날렵한 토요타만의 이미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 이유다.
문득, 이정우씨가 미국에서 타고 있는 차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혹시 86?’ 직장이 있는 앤아버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그는 얼마 전까지 렉서스 CT 200h를 탔었고,요즘에는 토요타 ‘타코마(Tacoma)’를 갖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꽤 잘 팔리는 콤팩트 픽업 트럭이다.
공교롭게도, 그와 함께 인터뷰에 응했던 벤자의 개발 책임자- 그레고리 D. 버나스 수석 엔지니어도 토요타의 풀 사이즈 픽업 트럭인 ‘툰드라(Tundra)’를 탄다고 했다. 2014년형으로 출시될 신형 툰드라는 이정우씨가외관 디자인 선임을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