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리스모(Turismo). 이탈리아어로 관광, 여행을 뜻하는 말이다. 쌍용차는 30년 전통를 자랑하는 SUV 코란도에 가족, 레저 컨셉을 담아 `코란도 투리스모`를 내놨다. 사실상 로디우스의 후속이지만 성형수술을 거쳐 코란도C, 코란도 스포츠 등 코란도 라인업과 형제 차종으로 만들었다. 보다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서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사람들이 세단이나 SUV에 익숙해서인지 겉모양은 여전히 호불호가 갈린다. 그렇지만 베이스 모델인 로디우스처럼 일방적이지 않은 것 같다. 차를 처음 접한 다수의 사람들은 코란도 스포츠와 닮았다는 평을 내놨다. 로디우스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물론, 일반적인 사람들 얘기다. 로디우스 시절 다소 이해하기 힘든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에서 직관적이면서 젊고 강한 이미지로 거듭난 탓에 성형수술은 성공적이라 볼 수 있겠다.
외관 변화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가장 큰 특징은 11명이 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쌍용은 `레크리에이션 베이스캠프(Recreation Basecamp)`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최근 급증한 레저 인구를 적극 겨냥하겠다는 의지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봤다. 덩치 좋은 대형 SUV나 쌍용차의 다른 SUV를 탈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차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올라타야 한다. 바닥과 시트 포지션이 높은 편이다. 체구가 작은 여성이나 아이들이 타고 내릴땐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미리 손을 건네 잡아주자. 뒷문을 열면 작은 계단이 보인다. 처음엔 별 필요 없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타고 내리기를 반복해 보니 의외로 쓸모가 있었다.
운전석 주변을 살폈다. 계기반이 독특하다. 대시보드 가운데에 자리했다. 차에 함께 탄 사람들도 주행속도를 비롯한 차의 여러 상태를 살필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운전을 해 보니 스티어링 휠 뒤편에 따로 붙어있는 디지털 속도계를 주로 보게 됐다. 수납공간도 넉넉하다. 1열 센터콘솔은 두 단계로 열려 이것저것 넣기 편했고, 콘솔 바닥 커버를 벗기자 안에는 소화기가 들어 있었다. 4열 시트 밑에도 소화기가 있다.
독립된 시트는 등받이 각도가 조절된다. 시트 간격 조절도 쉬웠다. 사람이 많이 탔을 때 등받이를 세울 수 있고, 적게 타면 넉넉하게 즐길 수 있다. 각 시트는 등받이를 앞으로 접어서 트레이로 쓸 수 있도록 돼 있다. 작은 테이블을 떠올리면 된다. 여기에 다양한 시트 변화도 가능해 실내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 좋다. 그렇지만 시트는 그리 푹신하지 않다. 차 곳곳은 고급스런 소재를 쓰기 보단 관리가 편한 소재가 적용됐다. 여럿이 이용할 때 고급 소재가 주는 부담감에서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속감은 나쁘지 않았다. 시속 140㎞도 거뜬했다. 물론 성인 네 명을 태웠을 때 얘기다. 다른 코란도 형제와 마찬가지로 e-XDi200 LET(Low-end Torque) 디젤엔진이 적용돼 낮은 엔진 회전 수(1500~2800rpm)에서도 36.7kg.m 토크를 낸다. 초반 발진 가속력이 좋다. 이와 맞물리는 변속기는 벤츠 E-트로닉 5단 자동이었다. 변속 버튼을 눌러 수동 변속도 할 수 있다.
주행감은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뒤에 탄 사람들의 승차감 개선을 위해 `체어맨W`와 같은 컨셉트의 뒤쪽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비슷한 컨셉트의 차는 일반적으로 엉덩이가 통통 튀지만 코란도 투리스모는 비교적 침착했다. 물론 무게중심이 높아 좌우로 살짝 흐느적거리는 건 있다. 허리가 긴 리무진을 모는 것 같은 느낌이다. 따라서 코너에 진입할 땐 미리 충분히 속도를 줄여줘야 한다. 차가 길고 무겁기 때문이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느낌은 의외로 좋았다.
무게중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뒷바퀴 굴림 방식을 기본으로 한 네 바퀴 굴림 방식이 적용돼서다. 차 바닥은 굴곡이 없어야 하면서도, 그 아래로 많은 장치가 지나가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판단된다. 4WD 모드는 별도 기어를 바꿀 필요 없이 버튼만 눌러주면 된다. 달리면서도 주행 모드를 바꿀 수 있다. 평소엔 2WD로 주행하다가 길이 미끄러울 땐 4WD HIGH로 놓으면 되고, 비포장도로나 험로를 갈 땐 4WD LOW로 바꿔주면 된다. 어떤 길이든 쉽게 달릴 수 있다. 여기에 차가 뒤집히는 걸 막아주는 ARP, 차 자세를 유지해주는 ESP 등 안전장비도 챙겼다.
코란도 투리스모를 타면서 대부분 납득할 수 있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었다. 스윙형 도어다. 문 여는 방식이 미니밴에 주로 적용되는 슬라이딩 도어가 아니라, 세단이나 SUV와 같다. 결국 타고 내려야 하는 공간이 좁을 수밖에 없고, 도어가 차체를 완전히 감싸는 방식이 아니어서 간혹 바지에 흙이 묻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장점도 있다. 아이들도 문을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다는 것과, 타고 내릴 때 이륜차와의 추돌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11명이나 탈 수 있는 길쭉한 공간, 4WD로 어떤 길이든 안심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SUV와 미니밴의 장점을 두루 갖춘 코란도 투리스모를 사면 개별소비세와 교육세가 면제되고, 자동차세는 1년에 6만5000원만 내면 된다. 여기에 여섯 명 이상이 탔을 땐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도 달릴 수 있다. 그리고 스마트키 시스템, 2열 프라이버시 글라스, 하이패스/ECM 룸미러, 추운 겨울에도 운전자의 손 시림을 줄여주는 열선 스티어링 휠, 엉덩이 따뜻하게 데워주는 열선 시트 등의 선택품목은 보너스다.
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