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을 지나며 꽃샘추위가 기승이긴 하지만 따뜻한 봄 날씨를 누리며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는 시기가 성큼 다가왔다. 등산이나 캠핑, 골프 같은 취미도 좋지만 남들 잘 안하는(?) 모터사이클 라이딩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모터사이클은 별도의 면허(2종 소형)가 필요하고 장비 구입에 목돈이 든다는 부담이 있지만 이동수단과 취미를 겸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모터사이클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레저스포츠답게 혹서기와 혹한기를 피한 3~6월, 9~10월에 판매량이 늘어난다고 한다. 모터사이클을 판매하는 각 업체들은 이에 맞춰 무상점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모터사이클 및 관련 용품 프로모션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라이딩 시즌에 대비해 분주한 모습이다.
모터사이클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번에는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투어링 모델들을 한 자리에 모아봤다. 업체와 제품에 따라 각자의 특성이 나뉘긴 하지만, 오랜 운전에도 피곤함이 덜 하도록 편한 자세와 서스펜션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저중심 설계의 낮게 배치된 엔진 진동을 최소화해 피로도를 줄여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외부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풍창과 히팅 장치는 물론, 크루즈컨트롤, ABS, 오디오 등 장거리 주행에 특히 요긴한 편의사양과 안전장비들도 함께 챙겼다. 운전자 위주로 만들어지는 스포츠 모델과 달리, 길동무가 되는 동승자(탠덤 라이더)를 위한 배려도 두드러진다.
혼다 골드윙(Gold Wing)
혼다코리아가 지난 2월 출시한 2013년형 골드윙은 ‘프리미엄 럭셔리 투어러(premium luxury tourer)’를 표방한 모델이다. 골드윙은 1975년 ‘킹 오브 모터사이클’을 콘셉트로 한 ‘GL1000’으로 첫 등장한 이래 혼다의 플래그쉽 모터사이클 자리를 지켜왔으며, 현재 ‘GL1800’으로 진화해있다. 국산 고급차 한 대 값이지만, 2012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100대 이상이 팔렸다.
‘1800’이라는 숫자에서 유추할 수 있듯 1,832cc 엔진을 탑재한 2013년형 골드윙은 이 자리에 나온 석 대중 가장 크고 무겁다. 전체 길이는 2,630mm, 휠베이스는 1,690mm에 달하며, 건조중량은 386kg이다. 이처럼 육중한 덩치를 더욱 빛나게 할 만한 독보적인 사양들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골드윙의 특장점이기도 하다.
혼다는 2007년부터 업계 최초로 골드윙에 모터사이클 전용 에어백을 장착해왔다. 이 차는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탑재한 유일한 모터사이클이기도 하다. 5단 수동변속기를 탑재했지만 정속 주행 장치인 크루즈컨트롤 기능을 제공함은 물론,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후진까지 가능하다. 제동 시 앞으로 심하게 기울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안티 다이브 시스템과 ABS 및 CBS(Combined Brake System)를 안전장비로 갖추었고, 전기유압식 후륜 서스펜션을 적용해 탑승인원과 중량에 따라 최적의 상태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옆으로 전도될 경우에는 엔진과 새들백의 보호대가 탑승자 부상 및 차의 손상 위험을 줄인다.
덩치가 큰 만큼 기본 수납공간도 150리터에 달하는데, 일례로 트렁크(리어박스)에는 두 개의 풀 페이스 헬멧을 나란히 넣을 수 있는 정도다. 수납공간을 원격으로 잠금,해제 할 수 있는 리모콘 기능도 있다. 스산한 날씨에도 문제없도록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그립 히터와 앞,뒤 좌석 히팅 기능을 제공하며, 발쪽에 따뜻한 바람을 불어주는 풋 워머까지 달렸다. 동승자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앞쪽에 4개, 뒤쪽에 2개의 스피커를 배치한 오디오 시스템은 USB 및 아이팟 연결 지원과 외부기기 제어 기능을 함께 제공해 장거리 주행의 즐거움을 배가한다.
2013년형 혼다 골드윙은 레드, 화이트, 실버의 세 가지 색상으로 판매되며, 가격은 3,850만원이다.
할리데이비슨 스트리트 글라이드(약칭 ‘FLHX’)
탄생 110주년을 맞이한 할리데이비슨은 아메리칸 모터사이클의 대명사이자 경찰 바이크 등 의전용 모델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할리데이비슨 코리아는 현재 20여종의 모터사이클을 판매하고 있는데, 그중 투어링 계열에 속하는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2006년 등장한 이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해 할리데이비슨 판매량의 10%를 차지했을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투어링 모델의 장점만 골라 만들었다는 점 외에도 ‘한국형’이라는 것이 포인트이다.
우선 시트 높이가 기존 할리데이비슨의 투어링 계열들보다 20~30mm 낮은 715mm에 불과하고, 무게 중심이 낮아 체구가 작은 이들도 부담 없는 다룰 수 있다. 로우 서스펜션 적용으로 지상고를 125mm까지 낮춘 것과 관련이 있다. 시트 높이는 여기 나온 석 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울러 핸들 바가 페어링(전면 커버)과 고정되어 골목길 주행 시 유리한 면도 있다. 거울을 이 페어링 안쪽에 내장했으며, 방풍창의 높이를 낮추고 어두운 색으로 처리해 세련된 이미지를 풍긴다. 전체 길이는 2,430mm, 휠베이스는 1,625mm이며, 건조중량은 335kg으로, 골드윙보단 조금 작으나 카리스마는 뒤지지 않아 보인다.
특히 V트윈(V형 2기통) 특유의 ‘고동감’을 선사하는 1,690cc 엔진이 할리데이비슨의 매력을 대변한다. 시내건 시외건 쾌적한 주행감을 제공하는 이 엔진은 저속 토크를 중시한 특성 탓에 80~100km/h의 속도로 달리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 엔진은 공랭식이고 동력전달에는 체인 대신 케블라 벨트를 이용한다. 이 브랜드의 모터사이클은 지포라이터에 비유된다. 단순하기 때문에 주기적인 유지보수만 잘 챙겨주면 30년 이상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리트 글라이드도 척 보기에 화려한 사양과는 거리가 있을 듯 하지만, AUX연결 및 속도연동 자동 음량 조절을 지원하는 하만카돈 (Harman-Kardon®) CDP 오디오 시스템과 크루즈컨트롤 기능은 갖추었다. 독특한 구조의 새들백을 통해 수납 공간을 제공하며, 전도될 경우에 대비한 보호대를 갖췄다.
모터사이클 중 유일하게 자사 상표가 새겨진 타이어를 사용하는 할리데이비슨은 수천가지 부품을 통해 자신만의 차를 꾸밀 수 있으며 용품과 의류도 다양하다. 스트리트 글라이드의 경우 무광 데님 컬러 옵션으로 독특한 매력을 발산할 수도 있다. 국내 판매 가격은 2,950만원이다.
BMW C 650 GT
물론 BMW모토라드에도 이보다 크고 좋은(!) 투어링 모델들이 있지만, 이번에는 초심자들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스쿠터를 데려왔다. 지난 해 국내 출시된 C 650 GT는 BMW최초의 맥시 스쿠터(일반 스쿠터보다 큰 엔진과 차체를 가진 스쿠터)로, 당연히 여기 셋 중 가장 작고 가볍다. 전체 길이는 2,218mm이고, 건조중량은 249kg으로, 나머지 둘과 나란히 놓기엔어울리지 않아 보이기 쉽다. 하지만 도심형 이동수단을 콘셉트로 하면서도 형제차인 C 600 Sport와 성격을 나눠 ‘프리미엄 투어링’을 지향한 것이 C 650 GT의 특색. 장거리 주행 시 편안하도록 핸들 바를 높였고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게 했으며,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풍창을 갖췄다. 시트 높이는 780mm로 스트리트 글라이드와 비교하면 의외로 높은 편이다.
엔진은 647cc 병렬 2기통이며, 6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스쿠터답게 무단변속기를 적용해 변속 조작이 불필요한 편리함을 제공하는 한편으로, 0-100km/h 가속을 7.5초에 끊고 최고속도가 175km/h에 달하는 등 만만치 않은 주행성능을 확보했다.
BMW모터라드의 다른 모터사이클들과 마찬가지로 ABS시스템을 기본 탑재했으며, 넉넉한 제동 시스템으로 안전성을 끌어 올렸다. 사이드 스탠드를 내리면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작동해 불균일한 노면이나 경사로에서 훨씬 편하고 안정적으로 정차할 수 있으며, 타이어 공기압을 계기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시트 아래에 마련된 적재공간은 주차 시 확장해서 쓸 수 있어 동급 최대 수준인 60리터 용량을 확보했다. 덕분에 풀 페이스 헬멧 2개를 수납할 수 있다. 핸들 바 좌우 아래쪽에 마련된 글로브 박스는 중앙 잠금장치와 연동된다. 추운 날씨에도 쾌적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도록 그립과 시트에는 열선을 장착했다. 각각 1,2단계 또는 외기온도에 따른 자동 모드를 선택할 수 있고 동승자도 직접 히팅을 선택할 수 있다.
C 650 GT는 여느 스쿠터와 달리 방향지시등을 사이드미러(앞)와 차체(뒤)에 내장시켰고, LED조명을 적극 활용해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구현했다. 사이드미러는 충격에 의한 파손 방지를 위해 쉽게 접히도록 설계됐다. 국내 판매 가격은 1,650만원이다.
이런 모델도...
지난 16일 국내 출시된 야마하 뉴 FJR1300A는 ‘슈퍼스포츠 투어링’을 지향한 모터사이클로, 수냉식 1,298cc 4기통 엔진과 5단 변속기를 탑재했다. 길이 2,230mm, 무게 289kg의 차체를 146마력(골드윙은 118마력)으로 움직인다. 핸들 높이를 3단계, 시트 높이를 2단계(805mm/825mm)로 조절할 수 있으며, 그립 워머와 전동 조절식 방풍창 등으로 안락한 장거리 주행을 도모했다. ABS와 크루즈컨트롤은 물론, 주행모드 변환 시스템과 트랙션 컨트롤 기능도 제공한다. 국내 판매가격은 2,280만원이다.
글,사진 /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