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이치현의 토요타 츠츠미 공장을 찾기 전날인 5월21일, 자동차와 크게 관련이 없는 곳을 방문했었다.(츠츠미 공장을 가다 르포 참조: ) 토요타자동차가 관리하는 ‘토요타의 숲’과 근처에 있는 ‘바이오-녹화 연구소’가 그 주인공. 토요타는 이미 1세대 프리우스가 출시된 해인 1997년부터 친환경 사업을 펼쳐 왔다.
◈자동차 회사가 잔디 연구하고, 숲 가꾸는 이유
‘토요타의 숲’은 자연림을 표방하기에 나무를 심어서 만들지 않았다. 자연 그대로 잘 자랄 수 있도록 두는 게 원칙이다. 벌레가 나무를 먹더라도 지켜보며, 자연 스스로가 생태계를 유지하며 순환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게 전부다. 희귀 동물이 서식지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 집을 지어주는 등의 활동도 한다. 이곳은 ‘숲 해설사’가 따로 있어서 연간 1만2,000명 관람객들을 상대한다.
아울러 토요타 신사업 개발부의 바이오-녹화 연구소는 1998년 바이오농업 연구개발을 위해 설립했고, 최근 주력하는 건 건물과 그 주변 온도를 낮추는 연구다. 대표적으로 주차장 녹화 시스템을 통해 온도를 최대 15도까지 낮출 수 있다. 주차장에 아스팔트 대신 TM9라는 저성장 잔디를 심고, 특별히 설계된 블록을 설치해 식물이 잘 자라면서도 차 바퀴에 눌리지 않도록 했다. 꽃잔디나 허브 등도 심을 수 있는 신품종을 개발해 개인 주차장에서도 취향에 따라 골라 심을 수 있다.
또한 여러 종류의 넝쿨식물을 건물 벽에 붙여 건물 온도를 떨어뜨리는 효과도 연구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직접 흡수하는 건 물론, 주변 온도를 떨어뜨림으로써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경을 따로 하지 않아도 주변을 식물로 꾸밀 수 있고, 에너지 낭비까지 줄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보인다는 것. 토요타가 추구하는 친환경 삶이다.
◈자동차와 함께 하는 삶
토요타의 실증실험 주택단지도 둘러볼 수 있었다. 츠츠미 공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국내서도 추진 중인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일본에선 이미 상용화돼 사람들이 마을을 이뤄 산다. 저탄소사회 실현을 위한 토요타의 노력 중 하나다.
태양광 패널로 얻는 전기, 전력회사에서 사오는 전기는 물론 에너지 사용 현황을 살필 수 있는 모니터가 집마다 따로 설치돼 있다. 다 쓰고 남은 전기는 축전지에 저장하거나 전력 회사에 팔고, 나중에 싼 값에 다시 사올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란 건 PH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EV(전기자동차)용 주차장이 각각의 집 옆에 마련됐다는 점이다. 보통은 충전 시설로 쓰지만, 가정의 비상전력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서다. 외부에서 공급되는 전력이 끊기더라도, 태양광 발전과 차 배터리로 며칠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지진 등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인의 위기 대응 방식과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수동적인 방식을 넘어, 위기를 기회로 만든 토요타. ‘자동차’라는 제품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하는 생활 자체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적잖이 놀랐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자동차를 오히려 ‘에코 라이프’의 필수품으로 바꾼 지혜는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치현(일본)=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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