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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가 읽어주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발행일 : 2013-06-25 23:02:16
[디자이너가 읽어주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E클래스는 한 사람이 아니라 ‘MB디자인팀’의 합동작품입니다.”

24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신형 E클래스 발표회에서 신차의 디자인 설명을 맡은 이일환(휴버트 리)씨가 말했다. 그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선행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LA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주 5일간은 독일 본사에 있었고, 하루 동안 미국에 들렀다가 이번 행사를 위해 전날 입국했다고 했다. 본사가 한국시장을, 특히 E클래스 고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한 벤츠 코리아 브리타 제에거 대표의 말에 대한 방증일 수 있겠다.

9세대 E클래스의 페이스리프트(개조차)에 해당하는 이번 신차에서는 기존 모델의 우아함과 럭셔리함을 유지하되, 더 젊고 다이내믹함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했다는게 이씨의 설명이다. 특히, 대게 페이스리프트 단계에서는 바꿀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지만 신형 E클래스는 변경 범위가 넓어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고 밝혔다.

▲ 기존 9세대 E클래스 <▲ 기존 9세대 E클래스>

가령, 페이스리프트 모델로서는 이례적으로 도어 디자인까지 바꿨다. “회사가 투자 많이 했습니다. 사랑해주세요.”라며 이씨가 웃었다. 테일램프의 모서리에서 뒷바퀴 위로 흐르다가 도어에서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라인과 굴곡은 기존 E클래스의 디자인 특징 중 하나였다. E클래스의 선조격인 1950년대 폰톤 모델의 펜더 형상을 흉내 냈던 이 부분을 신형에서는 과감히 버렸다.

[디자이너가 읽어주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뒷바퀴를 감싸듯 아래로 말렸던 선을 곧게 펴 앞으로 길게 연결시킨 웻지 라인은 차를 더 길고 늘씬하게 보이도록 한다. 즉,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변화의 한 부분이다. 이와 함께 앞·뒤도어의 아래쪽 캐릭터 라인에 위치했던 크롬몰딩을 도어 밑단으로 옮겼고, 그 아래의 로커 패널 역시 새로 디자인했다.

▲ E300 엘레강스 <▲ E300 엘레강스>

이러한 변화는 신·구 모델을 맞비교하지 않는 이상 눈치 채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면부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헤드램프와 그릴, 범퍼는 물론 후드까지 모두 바꿨습니다.” 이씨가 말했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유지해온 ‘네 개의 눈’, 즉 트윈 헤드램프 디자인 대신 싱글 헤드램프를 채택한 것이 큰 변화다. 헤드램프 안쪽에는 LED 라이트 가이드로 선을 그어 마치 두 개의 눈이 여전히 독립된 것 같은 효과를 줬다. 이를 통해 전통을 이으면서도 신선하고 현대적으로 보이도록 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독립된 LED 광원으로 상·하향등을 구현하고 진행방향에 따라 좌·우를 비추게 하는 등 외부의 모든 램프를 LED로 바꿨습니다.” 벤츠 코리아의 제품전략기획 총괄인 김지섭 이사가 거들었다.

▲ E300 아방가르드 <▲ E300 아방가르드>

라디에이터 그릴은 디자인이 새로워졌을 뿐 아니라 ‘아방가르드’와 ‘엘레강스’의 두 가지 디자인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전혀 다른 디자인의 두 가지 그릴을 준비한 것은 E클래스에서는 처음 있는 일. 고객 취향에 따라 “스포티하고 젊은” 아방가르드 그릴과 “전통적이고 클래식한” 엘레강스 그릴 중 선택할 수 있다. “더 많이 팔기 위해서죠.” 이씨가 웃으며 말했다.

새로운 그릴들은 비행기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공기역학적이고 날렵한 형태의 새 범퍼와 일체형이다. 디테일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아방가르드 그릴의 경우, 안쪽의 벤츠 마크와 날개가 이어지는 부분에 살을 붙여 공기역학적으로 보이도록 했고, 측면 흡기구에도 엑센트를 넣었다. 범퍼 하단에는 추가 스포일러를 붙여 미적인 효과를 노렸다.

[디자이너가 읽어주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후미등과 후방 범퍼 디자인도 바꿨다. 출시 4년 만에 등장한 독일 고급차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치고는 과연 변경 범위가 넓다. “젊고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라고 이씨가 자평했다.

모델 교체 주기 중간에 등장하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다음에 나올 완전한 신차의 디자인을 암시하기도 한다. 10세대 E클래스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씨는 말을 아꼈다. “최신 벤츠의 디자인 철학은 ‘센슈얼 퓨러티(sensual purity)’, 즉 감각적 순수미입니다.” 깨끗하고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디자인 속에 격이 다른 모던함을 추구한다는 설명이다. E클래스 뿐 아니라 모든 벤츠가 이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되고 있다고 한다. 선조 격 모델의 데뷔 후 지금까지 60여 년간 1300만대가 팔렸다는 E클래스의 차세대 모델이 어떤 디자인으로 등장할 지는 각자의 상상에 맡길 수 밖에.

민병권 RPM9기자 bk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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