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 비교해 차별화되는 주제를 찾기가 쉽지 않은 2013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자율주행자동차는 단연 돋보이는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선두권 자동차 업체들은 향후 자율주행 기술이 시장을 장악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보고 수년 내 양산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차에 대해 실험실에서 양산라인 방면으로 핸들을 돌렸다”고 평가했다.
이번 모터쇼에서 이슈가 된 것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선보인 S5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자동차다. 신호등 인식 카메라와 장거리 레이더, 스테레오 카메라, 후방 카메라 등을 장착한 이 차량은 독일 남서부 만하임과 포르츠하임을 잇는 103㎞를 실제로 달리는 데 성공했다. 이 도로는 벤츠 창업자 칼 벤츠의 부인 베르타 벤츠가 125년 전 세계 최초의 자동차인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타고 처음으로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했던 길이어서 더욱 뜻깊었다. 벤츠 측은 “도심과 시외 두 가지 조건에서 자율주행 실현 가능성을 자동차 제조사 최초로 증명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IBM과의 자율주행기술 개발 협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엘마 데겐하트 콘티넨탈 회장은 “구글 등 IT 업체와 협력을 확대해 연내 IBM과 함께 삼각편대를 구축할 것”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자율주행 기술은 콘티넨탈에서 연간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의 매출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콘티넨탈이 올해 450만개를 판매할 것으로 보이는 차량 레이더 센서가 자율주행기술 개발 붐을 타고 2015년이면 1000만개 판매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국내 자동차 업계 관심도 사로잡았다. 현대·기아차 기술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양웅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보쉬 전시관을 찾아 시험용 자율주행차를 직접 살펴보고 기술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양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경주대회를 보면 기술력이 많이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부품사와 협력은 물론 도로 인프라까지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상용화까지는 걸림돌이 많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독일)=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