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차세대 스마트카 기능안전 국제표준(ISO 26262) 대응에 그룹 차원의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나 선진 업체와 실력차 때문에 양산 적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된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ISO 26262 대응 역량을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 관련 업무를 현대차에 집중시키고 관련 업계를 직접 통제하기 시작했다.
최근 주요 부품 협력사를 대상으로 ISO 26262 대응 현황 실사를 진행했다. 현대모비스 등 1차 협력사를 중심으로 ISO 26262 관련 전문성 확보와 양산부품 적용 능력 여부를 강도 높게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남양연구소 내 ISO 26262를 총괄하는 제어개발전략팀을 신설한 현대차는 ISO 26262 품질기준 확립 업무를 현대오트론에서 넘겨받아 직접 관리키로 했다. ISO 26262의 구체적 적용 방법을 명시한 품질기준서를 마련하기 위해 현대오트론은 지난해부터 관련 업계와 협력해 `프로세스 포럼`을 운영해왔으나 최근 이를 폐지하고 관련 업무를 현대차에 이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또 현대모비스와 만도, SL 등 주요 부품사에 ISO 26262를 적용한 부품을 개발해줄 것을 요청했다. 내년 중 이 부품을 아반떼에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ISO 26262는 자동차 분야 기능안전 국제표준으로 전장부품 사용이 늘면서 자동차 업계에서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 표준을 준수하지 않고 생산한 자동차에서 전장부품 문제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자동차 제조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현대차가 ISO 26262 대응에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10여년 이상 준비한 선진 업체와의 실력 차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한 기능안전 전문가는 “현대차 경영층이 ISO 26262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제라도 준비를 시작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10년 이상 노하우를 쌓은 선진 업체와 비교해 양산차에 전면 적용할 수준은 안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달리 해외 완성차 및 부품 업체는 이미 구체적인 ISO 26262 대응에 나섰다. GM은 지난해 4월부터 개발을 시작하는 모든 차량에 ISO 26262를 100% 적용하기로 했다. 한국지엠에에도 담당 부서가 신설됐다. 미국 자동차 부품사 TRW는 최근 대성전기 ISO 26262 프로세스 준수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실사(오디트)를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ISO 26262는 선진 제품을 복제하는 지금까지와의 방식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한다”면서 “신속하면서도 깊이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