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미사리 조정경기장 주차장에 수백여개의 ‘라바콘’이 놓였다. 곳곳에 장애물과 여러 핸들링 코스가 마련됐고, 주변엔 번호가 붙은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주변엔 자동차 회사의 플래카드가 많이 걸렸고, 비슷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코스 설명을 듣는다. 마치 짐카나(일정한 코스에서 장애물을 통과하며 기록을 겨루는 대회) 경주장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이곳은 다름아닌 이른바 ‘김여사’들을 위한 안전운전교육장이었다. 이날 행사는 현대자동차가 주관하고 교통안전공단, 다음, 자동차시민연합이 후원하는 ‘도전! 김여사 탈출기 시즌3’ 프로그램중 하나다. 여성 운전자들이 주행 중 겪는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건전한 교통문화 형성에 기여하고자 여성 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운전 교육 캠페인을 마련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
이날 행사는 오전 8시30분부터 진행됐다. 참가자 40명은 10명씩 조를 이뤄 오전 오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프로그램은 크게 실습과 이론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체험 위주 교육이 대부분이다. 가속과 감속, 장애물 운전 등 직접 차를 모는 운전교육과 엔진오일, 타이어, 에어컨필터, 와이퍼 등 차 점검에 관련된 교육이 진행돼 참가자들의 흥미를 끌어냈다.
‘도전! 김여사 탈출기 시즌3’ 참가자 이진영씨는 “운전 자신감 찾은 게 가장 크다”고 평했다. 2002년 이후 운전대를 처음 잡았다는 그는 “지난번 상주에서 진행된 시즌3 심화프로그램에 참가한 게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고속도로는 물론 공단 안전시설에서 훈련한 게 자신감의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또 참가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요청한 주차 교육도 추가 실시됐다. 지난 시즌 참가자들도 주차 교육 프로그램이 가장 유익했다고 평할 정도. 이날도 마찬가지. 그래서 현대는 특별한 강사를 초청했다. 개그맨이자 카레이서인 ‘한민관’ 씨가 그 주인공. 두 시간에 걸친 주차 교육은 어느 때보다 집중도가 높았다는 평이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무엇보다 참가자들의 호응이 좋고, 교육의 특성 덕에 그룹 내 우수사례로 해외법인 권장 프로그램으로 뽑히기까지 했다.
‘김여사’는 운전을 잘 하지 못하는 여성을 일컫는, 유머 섞인 말로 쓰인다. 여성운전자를 비하하는 단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요즘엔 오히려 이 점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김여사’ 탈출을 돕는 이 같은 프로그램이 연속성을 가지고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