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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국악]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기획공연 금요공감 ‘꽃별의 고요의 시간’

발행일 : 2016-11-15 13:29:33

국립국악원 금요공감 ‘꽃별의 고요의 시간’이 11월 11일 풍류사랑방에서 공연됐다. 국악 한류의 기수인 해금 솔리스트 꽃별의 제6집 앨범 ‘고요의 시간’ 발매 기념으로 공연됐으며, 고요함과 사랑, 감각적 역동성이 이어져 연주된 시간이었다.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은 약 130석 규모의 좌식형 실내 소극장이다. 좌석의 수는 소극장이지만, 무대와 관객석의 크기는 중극장 규모의 공연장으로, 자연음향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 고요의 시간으로 가기 위해 비워내기

‘꽃별의 고요의 시간’의 첫 연주곡은 ‘새벽 숲’이다. 해금 꽃별, 기타 유웅렬, 피아노 이건민, 단소 이명훈, 양금 최휘선이 첫 곡 연주에 참여했다. 동양 악기인 해금과 단소, 서양 악기인 피아노와 기타, 그리고 동양 악기지만 서양 악기의 성격을 가진 양금이 함께 소리를 만든 시간이었다.

‘꽃별의 고요의 시간’ 공연사진.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꽃별의 고요의 시간’ 공연사진.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풍류사랑방은 좌식 극장으로 관객뿐만 아니라 연주자들도 신발을 벗고 공연장으로 입장한다.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음향 공연장에서, 민낯의 진솔한 공연을 위해 화장도 하지 않았다는 꽃별의 고백이 인상적이었다.

꽃별은 공연명이 ‘꽃별의 고요의 시간’이지만 관객이 꼭 고요의 시간으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며, “여러분 마음의 고유의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고 했다. 연주자가 자신의 음악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은, 꽃별이 열린 마음과 자신감, 해석의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을 가진 아티스트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일렁이는 마음’은 양금이 먼저 나가면, 기타가 살짝 움직이고, 해금이 달리기 시작하면, 피아노가 슬슬 발동을 거는 음악이었다. 해금이 마냥 구슬프지만은 않았는데, 내적인 흥에 취해 있으나 외적으로 절제하고 있어서, 넘치는 흥만 살짝씩 보여주고 있다고 느껴졌다.

‘꽃별의 고요의 시간’ 공연사진.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꽃별의 고요의 시간’ 공연사진.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살랑, 작은 바람’ 연주에서는, 지휘자 없이 연주된 공연에서 기타와 계속 신호를 주고받는 해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꽃별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만든 노래로 알려진 ‘small flowers near by the railroad’는 해금과 피아노로 연주됐는데, 덜컹거리며 달려가는 기차의 외면보다는, 기차가 도착했을 때 만날 사람에 대한 설렘을 차분히 표현한 곡으로 느껴졌다.

무척 슬픈 곡도 아니고, 격정적인 곡도 아니었다. 피아노 선율의 서정성에 해금의 울림이 더해져, 서정적 떨림과 그리움을 표현한 곡이었다. 그리움은 진한 아쉬움과 큰 슬픔이라기보다는, 아름다운 기억이었다. 그렇게 풍류사랑방에서 고요의 시간은 만들어졌다.

‘꽃별의 고요의 시간’에서 주목할 점은 해금을 위해 다른 악기들을 희생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솔로로 연주되거나, 합주에서 주인공이 됐을 때 더욱 진한 울림과 감동을 주는 악기인 해금이, 고요의 시간에도 얼마나 잘 어울리는 악기인지 확인시킨 시간이었다.

‘꽃별의 고요의 시간’ 공연사진.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꽃별의 고요의 시간’ 공연사진.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해금, 피아노, 기타, 양금, 단소로 시작한 첫 곡 ‘새벽 숲’에서 네 번째 곡인 ‘small flowers near by the railroad’가 해금과 피아노로 연주되기까지, 곡이 연주되면서 차례로 단소, 양금, 기타가 하나씩 무대에서 퇴장했다.

악기 종류의 점강적 축소는 소리와 감정의 점강적 이동으로 전달됐는데, 악기가 하나씩 줄어든 것은 고요의 시간으로 가기 위해 비워내기를 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꽃별과 음악감독인 조용욱 작곡가의 레퍼토리 선곡과 배치가 돋보였다.

◇ 사랑으로 채운 시간, 해금과 비올라 다 감바의 호흡

‘월하정인’과 ‘연’은 사랑으로 채운 시간이었다. 음악을 하면서 결국은 사랑이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마음에 도달했다고 밝힌 꽃별은, 어떤 사랑이든 쏟아내기보다는 고요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월하정인’은 뭔가 말하려는 설렘이 느껴지는 곡이었는데, 흔히 볼 수 없는 악기인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가 연주에 함께 했다.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는 우리나라에 단 3명이 있는데, 그중 한 명인 강지연이 이번 공연에 참여했다.

‘꽃별의 고요의 시간’ 공연사진.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꽃별의 고요의 시간’ 공연사진.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비올라 다 감바는 ‘무릎 사이에 놓고 연주하는 비올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첼로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서양의 고악기이다. 염소 창자를 꽈서 만든 줄을 사용하기 때문에, 철줄과는 다른 소리를 내며, 그 소리는 해금과도 잘 어울렸다.

‘연’은 기타의 연주로 시작해 비올라 다 감바의 연주가 소리의 매력을 발산했는데, 이 곡은 사랑을 주제로 한 사극의 OST 느낌을 줬다. ‘꽃별의 고요의 시간’ 프로그램북에서 곡 설명은 시적으로 표현됐다는 점이 주목됐다. ‘연’의 경우 “모든 인연은 붉은 꽃으로 있다지. / 그 끝에서 우리가 서로를 붙들고 있네.”로 시적 표현은 사랑으로 채운 시간을 더욱 감미롭게 만들었다.

◇ 감각적 역동성의 여운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는 야생 수국이 지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라고 꽃별이 밝혔다. 꽃별은 시든다는 말이 좋은 말, 멋진 말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는데, 아티스트의 감각과 상상력이 음악에 어떤 모티브를 주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됐다.

이 곡은 이전의 곡들과는 달리, 피아노가 제법 강한 음으로 연주를 시작했다. 마치 같이 노래부를 때 첫 소절을 맡은 사람이 음을 높에 잡은 것처럼 느껴졌다. 기타 독주 부분도 감미로웠으며, 꽃별도 상체를 자유롭게 움직이며 해금을 연주했다.

‘꽃별의 고요의 시간’ 공연사진.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꽃별의 고요의 시간’ 공연사진.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새야새야’의 아는 리듬은 관객들에게 친숙함을 줬는데, 6개의 악기 모두가 각자의 소리를 냈다. 화음을 맞추지 않는 것처럼 화음을 맞춘다는 점이 인상적인 연주였다.

마지막 곡인 ‘푸르른’은 포토콜로 연주돼, 관객들이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는 마치 음향효과인 폴링처럼 들렸다. 이전 곡들보다 악기들은 더 큰 소리로 연주됐는데, 단순 강함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감각적 역동성을 추구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꽃별은 공연 후 별도의 사인회 프로그램이 없었지만, 줄 서서 요청한 관객들에게 사인하고 같이 사진을 찍어줬다. 눈에 띈 점은 젊고 어린 팬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이 지긋한 분들, 멀리 지방에서 올라온 관객들도 있었다는 것이었다. 관람한 관객 중 한 명의 초등학생은 꽃별에게 사인을 받으며 연주에 감명받아 해금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고, 꽃별은 시작하면 끝까지 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국악방송에서 매일 ‘맛있는 라디오’를 진행하며 축적한 친근감과 솔리스트로서 뛰어난 해금 연주 실력이 꽃별의 인기 비결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꽃별이 만들어낸 해금의 우아하고 고요하면서도, 사랑스럽고, 감각적 역동성을 지닌 감성 선율은 긴 여운으로 남는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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