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클레멘츠, 존 머스커 감독의 ‘모아나(Moana)’는 완벽한 장소로 보였던 모투누이 섬이 저주에 걸리자, 바다가 선택한 소녀 모아나가 섬을 구하기 위해 머나먼 항해를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모아나’는 매력적인 여성상, 색다른 영웅상과 만날 수 있는 작품으로, 이제는 한계라는 것이 없는 것 같이 발전된 3D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다. 뮤지컬신을 활용하는 방법도 기존의 애니메이션과는 차별성을 지닌다는 점도 눈에 띈다. 본지는 2회에 걸쳐 ‘모아나’를 독자들과 공유한다.
◇ 매력적인 여성상 모아나
‘모아나’에서 모아나는 기존 디즈니 여성상과도 다른 매력을 가진 인물이다. ‘겨울왕국’의 안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새로운 캐릭터로 받아들여졌지만, 크리스토프가 동행했고, 동생 엘사가 함께 한다. 게다가, 안나 공주는 왕국을 통치하는 왕의 위치에 오른 인물이고 백인이다.
‘모아나’에서 모아나는 족장의 후계자로 일반인은 아니지만 16세의 소녀로 청소년이고, 바다가 도와주기는 하지만 마우이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혼자 개척할 정도로 진취적인 인물이다. 반신반인인 마우이와 악당들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주도적으로 행동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여주인공의 캐릭터는 이제 남주인공의 캐릭터를 의존하거나 따라가기보다는, 독자적인 개성을 지닌 인물로 진화된다는 점이 돋보인다.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실사 영화에서도 여성 캐릭터의 독자성이 아쉬운 우리나라 영화와 비교할 때, 디즈니의 여성 캐릭터 개발과 진화는 부럽다.
◇ 색다른 영웅상 마우이
‘모아나’의 마우이도 기존에 존재하던 영웅들과는 다르다. 모아나와 마우이, 둘 다 새로운 캐릭터이다. 디즈니는 ‘모아나’ 자체에서만 캐릭터가 겹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다른 애니메이션들과도 캐릭터가 겹치지 않게 창출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마우이는 반인반신의 신이다. 본인은 모아나 앞에서 강력한 힘을 지닌 신이자 영웅이라고 어필하지만, 사람들의 인정을 갈구하는 인간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과거에 부모에게 버려졌고, 신의 도움으로 바람과 바다의 신이 됐지만 갈고리를 빼앗기면서 힘이 없는 신이 됐다.
마우이는 신이지만 인간적인 면을 인간보다 더 도드라지게 가지고 있고, 신의 영역에 있어서도 성장과 발전, 추락과 재도전을 하는 캐릭터이다. 근엄한 면도 있지만, 여리고 옹졸한 면도 있는, 자신감과 콤플렉스를 같이 가진 캐릭터이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해결하는 영웅이 아닌, 인간과 호흡을 맞추는 영웅이라는 점은 의미 있게 여겨진다.
◇ 새로운 캐릭터의 창출, CG 같이 정교하게 표현된 캐릭터
‘모아나’는 디즈니의 또 다른 애니메이션 ‘인사이트 아웃’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캐릭터 창출에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니가 아닌 CG 같이 정교하게 캐릭터가 표현됐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이런 강력한 3D 효과는 3D 상영시 입체감과 원근감을 강력하게 표현할 수 있지만, 2D 상영에서는 캐릭터와 배경을 분리시켜 어색함을 만들 수도 있다.
날아다니는 새의 경우 이런 느낌이 더욱 강하게 전달되는데, ‘모아나’에서 특히 CG처럼 정교하게 만들어진 캐릭터들은 정지해 있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움직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2D 상영에도 배경과 캐릭터의 분리가 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모아나’의 어린아이 캐릭터는 ‘인사이드 아웃’을 연상한다. 어린아이들의 캐릭터 이미지는 비슷하지만, 캐릭터 성격은 새로 창출됐다. 비슷한 아이 캐릭터 디자인을 디즈니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로 확립할지는 추후 작품들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모아나’는 캐릭터의 성격과 표현에 있어서 대부분 새로움을 추구했는데, 관객들은 익숙해진 것에 편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기도 하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그때의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디즈니 작품에서 지속적인 새 캐릭터 창출은 시나리오의 발전뿐만 아니라, 기술력의 발전까지 이어진다는 점은 우리가 작품 개발을 할 때도 충분히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